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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밀양 참사를 정쟁 대상으로 삼는 정치권

[사설] 밀양 참사를 정쟁 대상으로 삼는 정치권

입력 2018-01-28 22:10
업데이트 2018-01-28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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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냥을 못 주겠으면 쪽박이라도 깨지 말아야 한다. 밀양 참사 수습에 머리를 맞대도 시원찮을 정치권이 또 네 탓 공방이다. 하루 아침에 38명의 생명이 날벼락을 맞아 온 나라가 혼비백산이다. 이 와중에 기회를 놓칠세라 야당은 정부와 여당 공격에 날 새는 줄 모른다. 밀양 참사 현장에서는 맹추위 속에 장례식장조차 모자라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슬퍼할 시간도 없을 판에 한가하게 정치 공방이라니. 신물이 올라 온다.

자유한국당은 밀양 참사 당일부터 공세의 포문을 열었다. 문재인 정부의 책임론을 최대한 부각시키며 청와대와 내각 총사퇴를 촉구했다. 홍준표 대표는 “이 정부는 정치 보복만 하고 있다”며 이낙연 국무총리가 사퇴하라고 공격한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현송월 뒤치다꺼리하느라 국민 생명을 못 지켰다”고 아예 색깔론을 덧입혔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으라는 옛말이 있다. 잇따른 대형 참사를 빌미 삼아 현 정국의 주도권을 쥐고 싶은 야당의 계산이 빤하다. 그 계산이 얕아도 너무 얕으니 여론은 부글부글 끓는다. 그런 한심한 정쟁 시비나 걸 거면 사고현장에 뭣 하러 내려갔는가, 국민 수준을 대체 뭘로 보느냐는 등 원색적인 지탄이 쏟아지고 있다. 야당의 대처 수준도 딱하지만 여당이라고 크게 나을 것도 없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참사 현장에서 “이곳의 행정 최고 책임자가 누구였느냐”며 홍 대표에게 시비를 걸었다. 국민 눈에는 그저 개긴도긴의 수준이다.

한 달 만에 대형 참사를 또 겪은 국민 심정을 이해한다면 이유 불문하고 이런 급수 낮은 공방은 있을 수 없다. 네 탓 입씨름할 시간이 있거든 이 같은 참사가 없도록 한시라도 빨리 제도 정비에 신경을 쏟으라. 사고가 날 때마다 지난 정권 탓이네 현 정권의 무능이네 하는 삿대질이 누구한테 무슨 도움이 되는가. 지난달 제천 화재 때도 여야는 무의미한 공방으로 시간을 허비했다. 소방관 몇 명한테 책임을 떠넘기고 정치권은 시끄럽게 입만 놀리다가 결국 뒤로 빠졌다. 정작 재난의 근본 책임은 안전 관련 법 개정을 논의조차 하지 않고 방치하는 정치권에 있다.

“국민 화병 유발자” 소리를 듣고 싶지 않거든 한국당은 속 보이는 정쟁 시비를 더 걸지 말라. 현 정부는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안심사회’를 국정 전략으로 정했다. 제1 야당의 책무는 입으로 하는 게 아니다. 정부가 민생 안전을 지킬 실천의지가 과연 있는지 국회 안에서 감시하고 자극하고 채찍질하는 일이다.
2018-01-2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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