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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100년사 발간은 기적”… 소록도의 기록은 끝나지 않는다

[커버스토리] “100년사 발간은 기적”… 소록도의 기록은 끝나지 않는다

오경진 기자
오경진 기자
입력 2018-01-26 23:04
업데이트 2018-01-27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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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역사엔 밟은 자의 근거만 있지. 밟힌 자의 근거는 지워지기 마련이야.”
국립 소록도병원 한센병박물관에서 조명래(왼쪽) 학예사와 강의원 주무관이 ‘소록도 100년사’를 기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강 주무관은 “이곳에서 한센인들이 살아낸 이야기를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소록도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국립 소록도병원 한센병박물관에서 조명래(왼쪽) 학예사와 강의원 주무관이 ‘소록도 100년사’를 기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강 주무관은 “이곳에서 한센인들이 살아낸 이야기를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소록도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소록도 주민 강선봉(79)씨는 이런 상황 속에서 100년사가 발간됐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처음에는 갈등이 무척 심했다”면서 “완벽하게 만족할 순 없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1946년 이곳에 들어온 강씨는 이청준이 소설 제목에 쓴 ‘천국’(天國) 표현에 반박하는 수필 ‘천국(賤國)으로의 여행’을 펴낸 인물로도 이곳에서 유명하다.
평소 마가렛 수녀를 친어머니처럼 따랐다는 허옥희 국립 소록도병원 간호조무사가 간직하고 있는 한복 모양 카드. 서툰 한국어로 “감사합니다. 부활 축하합니다”라고 쓰여 있다. 소록도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평소 마가렛 수녀를 친어머니처럼 따랐다는 허옥희 국립 소록도병원 간호조무사가 간직하고 있는 한복 모양 카드. 서툰 한국어로 “감사합니다. 부활 축하합니다”라고 쓰여 있다.
소록도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역사편 227페이지엔 반가운 이름이 등장한다. ‘소록도 할매천사’ 마리안느 스퇴거(84)와 마가렛 피사렉(83)이다. 한센병 의료봉사단체인 다미안재단에서 간호원으로 활동한 두 사람은 각각 소록도에 온 시기가 다르다. 마리안느는 1962년 이곳에서 영아원을 운영했고 그리스도왕 시녀회 소속 마가렛은 1959년 전북 정읍에서 한센병 환자를 돌보다 1966년부터 다미안재단에 합류했다. 다미안재단이 소록도를 떠날 때도 이들은 계속 남아 봉사활동을 이어 갔다. 이곳에서 각각 ‘큰할매’와 ‘작은할매’로 통한다. 40여년 이곳에서 지내다 2005년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돌연 귀국한다. 주민들에게 서툰 한국어로 쓴 편지 한 통만 남겼다. 작은할매를 친어머니처럼 따랐다는 허옥희 소록도병원 간호조무사는 그들이 떠나던 마지막 날을 기억했다. “녹동항에서 두 할매를 봤어요. 할매들이 잠시 피정(종교인들이 수련을 떠나는 일) 가시는 줄 알았죠. 잘 다녀오시라고 인사했습니다. 할매들은 알겠다며 웃었지만 왜인지 한 번 돌아보시더라고요. 그때 왜 그랬는지, 나중에서야 알았죠.”

소록도의 200년은 어떻게 기록될까. 강의원 주무관은 “그때쯤엔 이곳에 삶의 이야기가 더이상 없기 때문에 질문이 성립하지 않습니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소록도에 사람이 있는 한, 그의 기록도 끝나지 않는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전했다. “앞으로는 국가가 무엇을 했다는 얘기가 남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공무원들은 할 일을 했을 뿐인 걸요. 그보다도 한센인들이 주어진 여건 속에서 어떻게 살아‘냈’는지. 그런 흔적들을 찾아나가야 할 것입니다.”

소록도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2018-01-27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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