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기업 이어 신한·농협도 가상화폐 신규계좌 발급 안 해

기업 이어 신한·농협도 가상화폐 신규계좌 발급 안 해

최선을 기자
입력 2018-01-24 21:12
업데이트 2018-01-24 23:48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금융당국 “은행 자율” 발표에 급변

은행, 정부의 ‘투기’ 인식에 소극적
3개 은행은 거래소와 계약 부정적
30일 시행 실명제 당분간 ‘표류’


오는 30일 가상화폐 거래실명제가 시행되지만 은행들이 신규 계좌 발급은 하지 않기로 했다. 당분간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신규 투자자가 투자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당초 실명제 도입과 함께 신규 투자가 허용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금융 당국이 ‘은행이 자율적으로 판단할 문제이지만 감시를 철저히 하겠다’고 경고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업계에서는 “거래소에 문제가 생기면 은행이 책임지라는 것은 사실상 가상화폐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지 말라는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30일 실명제 시행과 동시에 신규 계좌 개설을 허용하는 시중은행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IBK기업, NH농협, 신한, KB국민, KEB하나, 광주 등 6개 은행이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를 위한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 이 중 기업과 농협, 신한 등은 신규 계좌 발급을 당분간 유보한다는 방침이다. 국민 등 나머지 3개 은행은 아직 가상화폐 거래소와 계약하지 않았고, 계약을 맺는 것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업계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12일 금융 당국과 은행 부행장급 회의에서 은행들은 신규 계좌 개설을 같은 날 동시에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한 은행이 ‘튀는’ 모습을 보였다간 실명제를 연기한다고 밝혔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신한은행 사례가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명제가 시행되면 기존 투자자들도 원래 사용하던 가상계좌 대신 실명 확인된 새 계정으로 바꿔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신규 투자자 유입도 동시에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금융 당국이 돌연 “신규 계좌 개설은 은행 자율”이라고 발표하면서 은행들은 ‘멘붕’(멘탈 붕괴)에 빠졌다. 그 결과 당국의 발표 직후 가상화폐 거래소와 계약을 맺고 있는 3개 은행 중 기업은행은 “30일 신규 계좌 불가”, 신한은행은 “미정”, 농협은행은 “30일부터 신규 계좌 가능”이라고 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신한과 농협도 이날 “기존 고객부터 실명 전환하고 신규 계좌 개설은 시장 추이를 지켜보며 결정하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표면적인 이유는 신규를 허용할 경우 입출계좌 개설 수요가 늘어나 영업점 업무 부담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를 ‘투기’로 보는 시선이 강하고, 거래소의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를 은행이 직접 확인하고 책임지게 만들면서 은행들이 거래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명제를 기점으로 은행들이 신규 계좌 영업에 나서면 ‘가상화폐로 돈 버는 은행’이란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전날 “은행이 자금세탁과 관련해 심각한 평판 위험에 노출되므로 자신 있을 때만 (가상화폐 거래소와 계약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대 교수는 “은행이 책임질 수 있으면 계좌를 발급하라는 말은 은행 입장에선 상당한 압박이고, 금융 당국은 이를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라면서 “다만 시장의 투기성 자금이 많이 남아 있다면 은행들도 차후에 신규 계좌 발급에 나서겠지만 이미 투자할 사람들은 모두 다 하고 있어서 신규 가입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2018-01-25 20면

많이 본 뉴스

의료공백 해법, 지금 선택은?
심각한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을 강행하는 정부와 정책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회적 협의체를 만들어 대화를 시작한다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고 대화한다
정부가 전공의 처벌 절차부터 중단한다
의료계가 사직을 유예하고 대화에 나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