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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박근혜 청와대 교감’ 정황에 법조계 “참담”

‘양승태 대법원-박근혜 청와대 교감’ 정황에 법조계 “참담”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18-01-22 16:30
업데이트 2018-01-2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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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항소심 재판과 관련해 청와대와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이 드러나자 법조계가 적잖은 충격을 나타냈다.
문유석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 페이스북
문유석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 페이스북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법원행정처가 재판(원세훈 판결)에 대해 BH(청와대)에 동향 보고를 하고, 결국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희망대로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후 원심 판결(선거법 유죄)을 파기한 것을 보면, 과연 대법원은 헌법상 법관의 독립을 수호할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입니다”라는 글과 함께 관련기사를 올렸다.

신문 칼럼과 저자로 유명한 문유석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도 “참담하다”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문유석 부장판사는 구체적인 부연 설명을 달지 않았지만 해당 글에는 법원의 조사 결과 내용과 관련된 누리꾼들의 우려 섞인 댓글들이 달렸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추가 조사하던 ‘추가조사위원회’는 법원행정처 컴퓨터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는 문건이 다수 발견됐다며 이 같은 사실을 이날 발표했다.

문제의 문건 가운데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항소심 판결 관련 문건도 포함됐다.

1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됐던 원세훈 전 원장은 2015년 2월 9일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2014년 9월 청와대에서 열린 퇴임 대법관 서훈 및 신임 대법관 임명장 수여식에서 김기춘 비서실장과 양승태 대법원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4.9.12  청와대사진기자단
2014년 9월 청와대에서 열린 퇴임 대법관 서훈 및 신임 대법관 임명장 수여식에서 김기춘 비서실장과 양승태 대법원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4.9.12
청와대사진기자단
이 때를 전후로 법원행정처는 청와대와 정치권, 언론과 법원 내부 동향 등을 정리하고 대응 방안을 검토하는 문서를 작성했다.

문건에는 항소심 판결 전 “청와대가 ‘항소 기각’을 기대하면서 법무비서관실을 통해 판결 전망을 문의했다”고 적혀 있다. 청와대가 노골적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치려고 한 정황인 것이다.

청와대의 문의에 대해 “법원행정처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므로 직업 확인은 못 하고 있으나 우회적·간접적 방법으로 재판부의 의중을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알리는 한편, 1심과 달리 예측이 어려우며 행정처도 불안해하고 있는 입장임을 알림”이라고 나와 있다. 청와대의 개입에 법원행정처 역시 부응하려 했음을 짐작케 한다.

원세훈 전 원장의 ‘징역 3년 구속’이라는 항소심 판결이 나오자 청와대가 당황하고 있다는 동향 정보도 법원행정처 문건에 나타나 있다.

문건에는 “우병우 민정수석이 사법부에 큰 불만을 표시하며 향후 결론에 재고의 여지가 있는 경우 상고심 절차를 조속히 진행하고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줄 것을 희망”이라고 기록돼 있다.

또 “민정라인은 ‘판결 자체에 대응 방법이 마땅한 게 없다’는 게 답답한 입장. 유죄를 받아야 한다면 검찰을 채근할 수 있겠으나 무죄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개인 변호사를 채근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는 것”이라고도 나와 있었다.

이에 “법원행정처는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통해 사법부의 진의가 곡해되지 않도록 상세히 입장을 설명함”이라고 대응 상황을 적어놨다.

확실한 인과 관계는 문건에 드러나 있지 않지만, 원세훈 전 원장의 재판은 우병우 민정수석의 바람대로 흘러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증거 능력 인정 여부 문제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그 사이 박근혜 정부가 물러났고 파기환송심은 지난해 8월 공직선거법 및 국정원법 위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 원세훈 전 원장에게 징역 4년에 자격정지 4년을 선고했다.

원세훈 전 원장은 재상고해 현재 대법원에서 5번째 재판이 진행 중이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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