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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 50대 성매매 거절에 홧김 방화…종로 여관 6명 사망

만취 50대 성매매 거절에 홧김 방화…종로 여관 6명 사망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18-01-20 10:31
업데이트 2018-01-2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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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한 50대 남성이 여관에서 성매매 여성을 불러달라고 요구했다가 숙박을 거절 당하자 홧김에 불을 내 여관에 투숙하던 무고한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치는 참사가 일어났다. 경찰은 방화 피의자 유모(53)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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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5가 방화 화재 현장
종로5가 방화 화재 현장 20일 새벽 방화로 화재가 발생해 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서울 종로5가 서울장여관 화재 현장을 경찰 관계자들이 차단하고 있다. 2018.1.20
연합뉴스
20일 오전 3시쯤 서울 종로구 종로5가의 한 2층짜리 여관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5명이 숨졌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1층에서 발생한 불은 1시간 뒤 진화됐으나 건물 1층에 있던 4명이 숨지고 2층에서 1명이 숨지는 등 5명이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병원으로 후송된 부상자 4명 가운데 2명은 심폐소생술(CPR)을 받을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1명이 21일 오후 끝내 숨져 사망자는 6명으로 늘었다.

화재 발생 직후 인근 업소 종업원 등이 함께 소화기로 진화에 나섰지만 빠른 속도로 번진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이날 ‘종로 여관 방화사건’ 피의자 유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유씨는 이날 오전 3시쯤 서울 종로구 서울장여관에 불을 질러 투숙객 5명을 숨지게 하고 5명을 다치게 한 혐의(현존건조물방화치사)를 받는다.

불을 낸 유씨는 112에 신고해 “내가 불을 질렀다”고 자신의 범행임을 말했고 경찰은 중식당 배달 직원인 유씨를 사건 현장 인근에서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방화로 인한 참사의 원인은 성매매 거절에 따른 앙심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방화 피의자 유씨는 술을 마신 뒤 여관에 들어가 여관 업주에게 “여자를 불러달라”며 성매수를 요구했지만 거부당하자 말다툼을 벌였다. 그뒤 홧김에 인근 주유소에서 2만원 상당의 휘발유 10ℓ를 구입해 여관으로 돌아와 불을 질렀다.

유씨는 경찰에서 “술에 취해 성매매 생각이 났고, 그쪽 골목에 여관이 몰려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무작정 그곳으로 가 처음 보이는 여관으로 들어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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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 사망자 발생한 종로5가 화재현장
5명 사망자 발생한 종로5가 화재현장 20일 새벽 방화로 화재가 발생해 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서울 종로5가 화재현장을 경찰 관계자들이 차단하고 있다. 2018.1.20
연합뉴스
유씨는 범행에 앞서 오전 2시 6분 경찰에 전화를 걸어 “투숙을 거부당했다”고 신고했다. 여관 업주도 2차례 신고해 경찰이 3분 뒤인 오전 2시 9분 현장에 도착했으나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해 사안을 종결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씨가 술에 취해 있었지만 말이 통하는 상태였고, 출동 당시 여관 앞에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며 “이런 극단적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어 보여 자진 귀가조치로 종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유씨는 인근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사온 뒤 여관 문을 열고 들어가 1층 바닥에 뿌리고, 주머니에 있던 비닐 종류 물품에 불을 붙여 던졌다.

유씨가 불을 지른 뒤 스스로 신고한 이유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유씨에게는 방화나 주취폭력 전과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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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해 여관 불 지른 방화 용의자
술 취해 여관 불 지른 방화 용의자 서울 종로5가 여관 화재 방화 용의자가 20일 오전 혜화경찰서에서 조사실로 이동하고 있다. 이날 오전 3시 서울 종로구 종로5가의 S 여관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건물에 있던 6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쳐 병원으로 실려 갔다. 불은 만취한 상태에서 이 여관에 투숙하려다 이를 제지하려는 주인과 다툰 용의자 유모(53)씨가 낸 것으로 보인다. 2018.1.20
연합뉴스
불은 삽시간에 2층 여관의 10여개 방을 집어삼켰다. 주인이 ‘불이야’ 하고 외치는 소리에 인근 업소 종업원들까지 달려들어 소화기 12개를 사용해가며 함께 진화에 나섰으나 역부족이었다.

사건 발생 시각이 오전 3시로 투숙객이 깊이 잠든 한밤중이었고, 범행 도구로 적지 않은 양의 휘발유라는 인화물질이 사용된 데다 건물이 노후한 점 등 여러 요인이 겹쳐 피해가 커졌다.

해당 여관은 연면적 103.34㎡의 지상 2층 규모에 옥상 가건물을 얹은 형태로, 1964년에 사용이 승인돼 지은 지 50년이 훨씬 넘었을 만큼 낡은 것으로 전해졌다. 객실 출입문은 나무로 돼 있었고, 건물 안에는 이불 등 가연성 물질이 많았지만 불이 났을 때 자동으로 물을 뿌려줄 스프링클러는 건물 용도와 연면적상 설치 대상이 아니어서 구비되지 않은 상태였다.

옥상에 창고 용도의 가건물이 있어 투숙객들이 위쪽으로 대피할 수도 없었다. 경찰은 옥상 건물 설치에 위법성이 있는지도 추후 확인할 계획이다.

해당 건물에 후문이 있기는 했으나 평소 거의 쓰지 않아 투숙객이 찾기 어려웠고, 주변은 담으로 막힌 상태였다. 사실상 유일한 대피로인 입구가 불길에 휩싸인 상황에서 투숙객들의 피신이 한층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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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 치솟는 종로 여관’홧김 방화’로 6명 사망
불길 치솟는 종로 여관’홧김 방화’로 6명 사망 20일 오전 3시쯤 서울 종로구 종로5가의 한 여관에 방화로 불길이 치솟고 있다. 이 화재로 6명이 숨졌다. 경찰은 술에 취해 성매매를 요구하다 거절당한 50대 유모씨가 앙심을 품고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구입해 범행한 것으로 조사했다. 2018.1.20
종로소방서 제공=연합뉴스
경찰 관계자는 “휘발유가 불이 잘 붙고, 유증기 형태로 순식간에 공중으로 번진다”며 “옛날 건물인 데다 좁고 새벽시간대여서 피해가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화재 현장을 둘러본 뒤 많은 인명피해가 난 데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표했다. 박 시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종로5가 방화로 인한 화재현장에 다녀왔다”며 “5명의 사망자가 생겼다. 투숙을 거부했다고 휘발유를 뿌려 화재가 나다 보니 투숙객이 피할 틈도 없이 변을 당한 것 같다.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라고 적었다.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도 이날 현장을 찾아 경찰 관계자들로부터 상황을 보고받고 철저한 조사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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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 치솟는 종로5가 여관 화재현장
불길 치솟는 종로5가 여관 화재현장 20일 새벽 서울 종로5가의 여관에서 화재가 발생해 불길이 치솟고 있다. 이날 새벽 3시쯤 서울 종로구 종로5가의 한 여관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서울소방재난본부 제공=뉴스1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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