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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 목사 서거 50주년에 골프 친 트럼프…민주, 연두교서 보이콧

킹 목사 서거 50주년에 골프 친 트럼프…민주, 연두교서 보이콧

한준규 기자
입력 2018-01-16 21:08
업데이트 2018-01-16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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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마틴 루서 킹 기념일… 인종차별 논란으로 번진 ‘거지소굴’ 발언

취임 1주년(20일)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거지소굴’(shithole) 발언으로 거센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다’라고 부인하지만, 15일(현지시간) 미국 흑인 인권운동가인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의 기념일과 맞물리면서 곳곳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백악관이 거지소굴”
“백악관이 거지소굴”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날’인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지소굴’ 발언을 규탄하는 시위에 참가한 한 여성이 ‘2017년 1월 20일부터 백악관은 거지소굴’이라는 의미의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날 시위에는 아이티 출신 미국인이 대거 참가했다. 지난 12일 트럼프 대통령은 아이티, 엘살바도르 등 중미와 아프리카 국가를 거지소굴로 지칭해 논란을 일으켰다.
뉴욕 AFP 연합뉴스
인종차별 논란은 대통령이 한 해 국정 청사진을 드러내는 의회 연두교서로 튀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오는 30일 하원 본회의장에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의회 연두교서 발표를 보이콧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날 폭스뉴스에 따르면 민주당 하원의원 가운데 맥신 워터스(캘리포니아), 존 루이스(조지아), 얼 블루메노이어(오리건)에 이어 프레데리카 윌슨(플로리다)이 보이콧 명단에 합류했다. 윌슨 의원은 이번 ‘거지소굴 발언’을 인종차별적 표현으로 규정하며 “대통령의 메시지는 포용과 모든 미국민을 이롭게 하겠다는 내용 대신 비아냥과 공허한 약속, 거짓으로 가득 찰 게 뻔하다”며 불참 이유를 밝혔다.
‘히틀러급 독재자 트럼프’
‘히틀러급 독재자 트럼프’ 15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마라라고 리조트 앞에서 아이티 이민자 등이 포함된 미국인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세계 독재자의 얼굴과 나란히 그려 넣은 그림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그림 왼쪽부터 스탈린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 히틀러 전 독일 총통, 무솔리니 전 이탈리아 총리. 마틴 루서 킹 목사 기념일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골프를 즐겼다.
웨스트팜비치 AFP 연합뉴스
킹 목사와 함께 흑인 참정권 운동을 한 루이스 의원도 “양심상 도저히 대통령이 연두교서를 읽어내려 가는 그 방에 함께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킹 목사의 아들 마틴 루서 킹 3세는 워싱턴DC에서 열린 기념행사에서 “사악한 시대”라면서 “우리의 대통령이 권력을 갖고 인종차별을 실천하고 부추기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킹 목사의 고향인 애틀랜타의 에벤에셀 침례교회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라파엘 월녹 목사는 “킹 목사는 ‘침묵은 곧 배반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면서 “인종차별에 대항하는 우리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인 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기념일을 보낸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난도 거세다. 워싱턴포스트(WP) 등 현지언론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킹 목사의 추모 행사 대신 골프장에 갔다”면서 “오후에 별도 추모 행사를 할지 모르지만 공식 스케줄은 비어 있다”고 꼬집었다. ABC뉴스도 “킹 목사의 삶을 기리는 활동을 했던 전직 대통령과는 달리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인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장에서 시간을 보냈다”고 비판했다. 매년 1월 15일은 킹 목사의 생일을 기념하는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날’로 연방 공휴일이다. 올해가 킹 목사 암살 50주년이라는 의미가 있다.

마라라고 리조트 앞에선 아이티 이민자 수백명이 고국의 깃발을 흔들며 “우리나라는 거지소굴이 아니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딕 더빈 상원의원이 다카(DACA·불법체류 청소년 추방 유예 프로그램) 모임에서 나온 이야기를 완전히 잘못 전했다”면서 ‘거지소굴’ 발언을 또다시 부인했다. 이어 “신뢰가 없을 때 협상은 이뤄질 수 없다. 더빈이 다카를 날려 버렸다”며 인종차별 논란을 다카 무산으로 ‘물타기’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2018-01-1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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