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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베테랑들의 ‘공수전’(攻守戰) 이모저모

남북 베테랑들의 ‘공수전’(攻守戰) 이모저모

문경근 기자
문경근 기자
입력 2018-01-09 11:20
업데이트 2018-01-09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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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남북 고위급 회담이 개최되고 있는 평화의 집은 남북 베테랑들의 한판 승부가 이뤄지는 곳이다. 남측은 조명균·천해성 통일부 장차관이, 북측은 리선권·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부위원장이 나섰다. 예상대로 남북은 덕담으로 회담을 시작했다. 조 장관은 모두 발언에서 “정말 첫걸음이 ‘시작이 반이다’라는 그런 마음으로 의지와 끈기를 갖고 회담을 끌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운을 뗏다. 이에 리 위원장은 “남북 당국이 진지한 입장, 성실한 자세로 이번 회담을 잘해서 온 겨레에게 새해 첫 선물, 그 값비싼 결과물을 드리는게 어떤가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남북 모두 서로가 만족한 결과물을 기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명균(오른쪽) 통일부 장관이 9일 오전 남북 고위급회담이 열리는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과 전체회의 시작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2018.1.9  사진공동취재단
조명균(오른쪽) 통일부 장관이 9일 오전 남북 고위급회담이 열리는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과 전체회의 시작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2018.1.9
사진공동취재단
조 장관과 천 차관은 통일부 내에서도 대표적인 회담통들이다. 조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단독회담에 유일하게 배석했을 정도로 회담에 정통한 인물, 천 차관 역시 남북회담본부장, 통일정책실장 등을 역임하며 수없이 많은 회담을 경험했다. 북한의 리 위원장과 진 부위원장 역시 십수년 동안 남북회담만 전담한 인물들이다. 이들은 서로의 숨소리 하나만 가지고도 상대의 의중을 가늠할 수 있을 정도로 각자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남북회담은 방송 카메라가 퇴장한 뒤 웃음기를 지우고 치열한 두뇌싸움이 시작되는 곳이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어떤 결과를 도출하려고 만났다면, 많은 시간이 걸릴지라도 매듭은 확실하게 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양측 수석대표들은 각자가 전권을 위임 받아 나왔다고 해도, 남북 회담은 특성상 집단 사고로 움직이고 결정되는 곳이다. 특히 상호간의 관심 사안을 결정하기 위해서 관계기관과의 협의가 필수적이다. 평창올림픽만 해도 청와대, 국가정보원, 통일부, 국방부, 문화체육관광부, 경찰청, 강원도 등 많은 기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야만 가능하다. 대표단이 회담에 임할 때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협상장에 나가지만, 어디까지나 가이드라인일 뿐 협상 사안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는 커튼 뒤편에서 이뤄진다.

대표적으로 회담장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청와대 ‘벙커’라 불리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실, 통일부 남북회담본부, 국정원 등에서 회담 전반을 모니터하고 지시가 내려진다. 회담장에 마주 앉은 수석대표와 대표들 뒷편에는 회담 스텝들이 청와대 등 본부에서 내려오는 메모지를 수석대표에게 수시로 건네는 일을 한다. 회담을 하다 보면 수석대표가 결정하고 답변할 수 없는 사안들도 허다하다. 상대가 당장에 확답을 요구하는 경우 회담을 중단하고, 본부에 판단을 묻고 이를 기다린다. 이럴 경우 회담은 중지되고, 답변이 올 때까지 기약없이 기다리는 일을 양측 모두 반복한다. 이 때문에 ‘무박 2일 회담’이 빈번해지는 것이다.

회담이 중단될 경우 양측은 회담장을 나와 각자의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하다, 본부에서 보고 사안이 결정되면 다시 회담장으로 돌아와 회담을 재개한다. 이번 처럼 우리측 지역에서 회담이 진행될 때는 우리측이 마련해준 다과와 담배 등이 제공된다. 2015년 남북 고위급회담 당시 북측은 남측에서 제공한 도시락을 점심과 저녁을 해결했다. 도시락은 판문점과 가까운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에서 배달됐고, 가격은 3~5만원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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