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 관람·블랙리스트 만난 文… “노력하면 세상 바뀐다”

입력 : ㅣ 수정 : 2018-01-08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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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박종철 열사·6월항쟁 다룬 영화…택시운전사·미씽 이어 3번째 관람
“‘그런다고 세상 바뀌나’ 큰 울림…그 질문에 대한 답이 영화 ‘1987’”
감정 복받친 듯 잠시 말 못 잇기도

배우 김규리 등 블랙리스트 간담
“진실 제대로 규명해 책임자 처벌
억압 받는 일 없게 지원 늘릴 것”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CGV에서 6월 민주항쟁을 소재로 한 영화 ‘1987’ 관람에 앞서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왼쪽)씨로부터 책 ‘1987 이한열’을 건네받고 있다. 왼쪽에서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영화에서 이 열사 역을 맡은 배우 강동원씨와 박종철 열사의 형 박종구씨.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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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CGV에서 6월 민주항쟁을 소재로 한 영화 ‘1987’ 관람에 앞서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왼쪽)씨로부터 책 ‘1987 이한열’을 건네받고 있다. 왼쪽에서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영화에서 이 열사 역을 맡은 배우 강동원씨와 박종철 열사의 형 박종구씨.
청와대사진기자단

“역사는 금방은 아니지만 긴 세월을 두고 뚜벅뚜벅 발전해 오고 있다. 우리가 노력하면 세상이 바뀐다.”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서울 용산 CGV에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6월 항쟁을 다룬 영화 ‘1987’을 관람하고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가장 울림이 컸던 대사가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나요’였다”면서 “지금도 정권이 바뀌었다고 세상이 달라진 게 있느냐, 그렇게들 이야기하시는 분도 있다. 저는 오늘 이 영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항쟁 한 번 했다고 세상이 확 달라지진 않지만, 영화 속 87년 6월 항쟁으로 ‘택시운전사’란 영화로 봤던 택시운전사의 세상, 그 세계를 끝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권 교체를 하지 못해 미완으로 남게 된 6월 항쟁을 완성해준 게 촛불혁명”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 따로 있지 않다. 우리가 힘을 모을 때, 그때 세상이 바뀐다는 것을 영화가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를 만든 장준환 감독은 “2017년 또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여러분이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이고, 역사의 주인공”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영화관에 6월 항쟁의 불씨가 된 고(故) 박종철 열사의 형 박종부씨,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씨를 초청했다. 영화 관람에 앞선 환담에서 문 대통령은 “87년 당시 박종철 열사 댁을 자주 찾아가기도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문 대통령 자신도 1987년 2월 부산에서 ‘박종철 범국민추도회’를 주도하다 연행됐다. ‘호헌 반대 민주 헌법 쟁취 범국민운동 부산본부’의 상임집행위원이 인권변호사였던 문 대통령이었고, 상임집행위원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배씨는 문 대통령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박종철·이한열 열사 이외에도 많은 열사가 있는데, 유품을 보관할 장소가 없으니 공간을 마련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고 동석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했다. 우 의원은 이한열 열사의 영결식에서 영정 사진을 들었던 인물로, 정치인 중에선 유일하게 참석했다.

당시 사건의 내막을 담은 옥중서신을 외부로 전한 한재동 전 교도관은 배씨에게 “죄송하단 말씀을 꼭 드리고 싶었다”라고 했고, 배 여사는 “왜 죄송해하십니까. 말씀이라도 그렇게 해주시니 그저 감사합니다”라고 말해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배씨는 “차마 영화를 보지 못하겠다”며 발길을 돌렸다.

영화를 관람하고서 무대로 나간 문 대통령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내내 울면서 아주 뭉클한 마음으로 영화를 봤다”고 하고선 쇼크사로 묻힐 뻔한 박종철 사건에서 부검을 지시한 최환 검사, 한 전 교도관 등 영화를 함께 본 6월 항쟁의 주역들을 일일이 소개했다. 영화에서 이한열 열사로 분한 배우 강동원은 “내가 지금 이렇게 잘살고 있는 게 많은 빚을 지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영화 ‘1987’을 관람한 뒤 용산 CGV 내 한 식당에서 블랙리스트 피해 문화·예술인과 오찬 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정유란 공연기획자, 윤시중 연극예술가, 배우 김규리씨,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 신동옥 시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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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대통령이 영화 ‘1987’을 관람한 뒤 용산 CGV 내 한 식당에서 블랙리스트 피해 문화·예술인과 오찬 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정유란 공연기획자, 윤시중 연극예술가, 배우 김규리씨,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 신동옥 시인.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어 영화관 인근 식당에서 배우 김규리, 소설가 서유미, 신동옥 시인, 음악감독 겸 가수 백자 등 블랙리스트 피해 예술인들과 간담회를 했다. 문 대통령은 “블랙리스트 사건의 진실을 제대로 규명해 책임 있는 사람들, 벌받을 사람들이 확실하게 책임지고 벌받게 하는 게 하나의 일이고, 문화·예술인들이 정치적 성향이나 정치적 의사 표현으로 차별받거나 억압받는 일이 없도록, 나아가서는 제대로 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사회경제적인 지원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배우 김씨를 보며 “너무나 고통스럽고 힘들어 심지어 자살을 생각했던 분들도 계셨다고 들었고, 김규리씨도 못 견뎌서 예명을 바꿨지요”라며 위로를 건넸다. 문 대통령은 소설가 서씨에게 갈등을 해소하고 빛이 되는 삶을 살라는 의미를 담아 조명 기능이 있는 찻잔을 전달하는 등 참석자 각각에게 의미 있는 선물을 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영화관에서 영화를 관람한 것은 지난해 8월 ‘택시운전사’, 10월 ‘미씽’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18-01-0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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