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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꼼수’…알바는 또 웁니다

최저임금 ‘꼼수’…알바는 또 웁니다

박재홍 기자
박재홍 기자
입력 2018-01-04 01:20
업데이트 2018-01-04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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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 6470→7530원 인상

점주들 “몇 달 뒤 올려주겠다”
알바생, 해고 두려워 반박 못해


“인건비 올리면 월 75만원 손해”
알바 자르고 직접 일하는 점주도


“임금이 올라 좋긴 한데, 생존의 문제가 남았습니다.”(아르바이트생)

“수입은 그대로인데, 오른 만큼은 제 노동력으로 채워야죠.”(고용주)

최저임금 문제가 연초부터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부터 6470원에서 7530원으로 1060원이나 큰 폭으로 상승한 가운데 노동 현장에선 볼멘소리가 그치지 않고 있다.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급여를 받는 아르바이트생들은 고용 불안에 떨고, 고용주들은 인건비 줄이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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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서대문구 한 편의점에 야간에 근무할 아르바이트생을 구한다는 종이가 붙어 있다. 올해부터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이 되면서 편의점 점주들은 야간 근무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3일 서울 서대문구 한 편의점에 야간에 근무할 아르바이트생을 구한다는 종이가 붙어 있다. 올해부터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이 되면서 편의점 점주들은 야간 근무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서울 종로구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는 알바생인 강모(30)씨는 3일 “점주가 인상된 최저임금 적용을 3월까지만 미뤄 달라고 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였다”면서 “최저임금 기준은 높아졌지만 고용의 목줄을 점주가 쥐고 있다 보니 알바생들은 급여를 올려 달라는 말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점주가 3월에 매출이 늘어나면 보너스도 챙겨 준다고 했지만 지금 당장 8만원을 못 받는 셈이어서 다른 편의점을 알아봐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최저임금 인상에 고용주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서울 중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47)씨는 “인상된 최저임금 기준을 적용했더니 월 75만원의 수입이 줄어들었다”면서 “저도 어쩔 수 없이 3명이던 알바생을 2명으로 줄일 수밖에 없었고, 제가 직접 7시간을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내년 4월까지 버텨 볼 생각이지만 유지가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폐업의 갈림길에 선 편의점이 한둘이 아니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은 ‘꼼수’의 형태로 표출되고 있다. 가격을 인상해 높아진 인건비를 충당하거나 급여를 올려 주지 않으려고 근무 시간을 줄여버리는 식이다. 전남 지역의 한 카페는 인건비가 올랐다는 이유로 1월 1일부터 모든 음료 가격을 200~300원 올렸다는 공지문을 써 붙였다. 실제 인건비 인상에 따라 가격을 인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카페나 식당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들어 경기 고양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일하는 경비원들의 ‘무급’ 휴식 시간이 8시간에서 9시간 30분으로 늘어났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률이 16.4%인데도 불구하고, 급여는 172만원에서 177만원으로 2.9% 오르는 데 그쳤다. 이 아파트 경비반장 정모(77)씨는 “휴식시간이 늘었다고 업무가 줄어드는 게 아닌데 어쩔 수가 없다”면서 “그래도 잘리지 않으려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고용주들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자 월 190만원 미만의 노동자를 고용하는 고용주에게 1인당 13만원을 지원하는 ‘일자리 안정 자금’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는 고용주가 거의 없어 노동 당국의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편법이 자행되고 있는 데 대해 노동 당국은 최저임금 미적용 사업장에 대한 근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경비 및 청소업체 등 최저임금 적용 취약 업종을 중심으로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자율적으로 최저임금이 노동 현장에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2018-01-0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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