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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D-37] 크리스티 “한국 훈련으로 ‘항의 트라우마’ 극복”

[평창올림픽 D-37] 크리스티 “한국 훈련으로 ‘항의 트라우마’ 극복”

한재희 기자
입력 2018-01-02 22:44
업데이트 2018-01-03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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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 크리스티(27·영국)는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쇼트트랙 선수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 여자 500m 결승 레이스 도중 무리하게 추월을 시도하다 박승희(26)를 넘어트려 공분을 산 인물이어서다. 크리스티는 실격 처리됐고 우여곡절 끝에 박승희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크리스티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찾아가 격하게 항의했다. 크리스티는 다음달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힘들었던 당시를 회고하며 이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밝혔다.
한국의 박승희(왼쪽)가 2014년 2월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팔래스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500m 결승에서 선두로 치고 나섰지만 무리하게 추월을 시도하던 영국의 엘리스 크리스티(오른쪽)에게 밀려 넘어지고 있다. 당시 박승희는 네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크리스티의 실격으로 동메달을 품에 안았다. 한국 선수가 500m에서 메달을 목에 건 것은 1998 나가노동계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낸 전이경 이후 16년 만이었다. 서울신문 DB
한국의 박승희(왼쪽)가 2014년 2월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팔래스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500m 결승에서 선두로 치고 나섰지만 무리하게 추월을 시도하던 영국의 엘리스 크리스티(오른쪽)에게 밀려 넘어지고 있다. 당시 박승희는 네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크리스티의 실격으로 동메달을 품에 안았다. 한국 선수가 500m에서 메달을 목에 건 것은 1998 나가노동계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낸 전이경 이후 16년 만이었다.
서울신문 DB
크리스티는 1일(현지시간) 영국의 유력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2014년 한국인들의 반응이 너무 무서워 잠도 이룰 수 없었다”며 “너무 극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당시엔 사람들이 정말로 나를 죽이고 싶어한다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보다 못한 내 코치는 정면 대응을 하자고 했다. 코치는 나에게 한국에서 훈련을 하자고 했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결국 크리스티는 소치동계올림픽을 마치고 몇 달 후 한국 땅을 밟았다. 처음에는 예상대로 공포와 두려움에 가득 찬 상태였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그는 한국에 와서는 처음 2주 동안 말없이 훈련에만 몰두했지만 시간을 거듭하면서 점차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크리스티는 “한국에서는 모두가 내게 정말 친절해서 (시련 극복에) 도움이 됐다”며 “한국 선수들이 모두 나와 함께 훈련하고싶어 했다. 지금까지 인생 최고의 경험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지만 힘든 부분도 있었다. 언젠가 기록이 잘 안 나오자 한국 코치가 초시계를 선수들을 향해 던지기도 했다”며 “열두 살 무렵인 선수들이 무거운 가방을 메고 스쿼트를 아침마다 수천개씩 했다. 울먹이는 아이도 있었다. 한국에 왜 이렇게 강한 선수들이 많은지 그제야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힘든 시기를 보낸 크리스티는 지난해 3월 세계선수권대회 1000m와 1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최민정(20)과 심석희(21)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티는 “홈 경기라 한국 선수들이 거침없이 나올 테고 아마 내가 그들의 주요 타깃 중 하나가 될 것이다. 500m에선 중국 선수를 주시해야 하고, 1000m와 1500m에선 한국 선수들이 가장 큰 위협”이라며 “소치 이후 나는 정말 비참해졌고 다시는 그렇게 되고 싶지 않다. 그냥 즐길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8-01-0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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