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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대표단 파견 용의’에 문 대통령 ‘평창구상’ 탄력받나

김정은 ‘대표단 파견 용의’에 문 대통령 ‘평창구상’ 탄력받나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1-01 16:54
업데이트 2018-01-01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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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환영” 입장 밝혀…한미 군사훈련 연기 가능성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새해 벽두인 1일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할 용의가 있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평창 구상’이 일단 힘을 받는 형국이다.

북한이 대표단을 파견할 경우 평창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치르겠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이 현실화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마련되고, 북한의 잇단 핵·미사일 도발로 퇴색한 ‘한반도 운전자론’에도 다시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한 발 짝 더 나아가 북미 직접대화의 기틀을 마련해 한반도 정세 전환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마저 제기된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해 “환영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박수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평창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된다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와 세계평화와 화합에 기여할 것”이라며 “청와대는 그간 남북관계 복원과 한반도 평화와 관련된 사안이라면 시기·장소·형식에 관련 없이 북한과 대화 의사가 있음을 표시해 왔다”고 말했다.

애초 문 대통령은 너무나 꼬여버린 남북관계의 실타래를 풀어낼 소재로 평창 동계올림픽을 활용한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지난 9년 간의 보수정부와는 확연히 다른 대북정책을 구사하는 정부가 출범했음에도 북한의 태도가 불변한 상황에서 때마침 예정된 평창올림픽만한 계기를 찾기가 쉽지 않아서다.

이념을 넘어서는 명분을 갖춘 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이 참가하면 자연스레 남북 접촉이 이뤄지면서 관계 개선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게 문 대통령의 판단이다.

여기에 선수단과 별도로 북한 대표단이 내려오면서 남북 당국 간 만남이 성사된다면 남북관계의 해빙은 속도전 양상으로 이뤄질 공산이 크다.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주목할 부분은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와 ‘이를 위해 북남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 있다’는 대목이다. 대표단 파견뿐 아니라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해 북한이 취할 조치를 검토할 수 있고, 이를 위해 평창올림픽 이전이라도 남북 접촉이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유화 제스처가 문 대통령의 한미 군사훈련 조정 검토 가능성을 공식화한 데 대한 화답의 성격이 짙다는 점도 향후 남북 당국 간 물밑 접촉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박 대변인도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한편 한반도 문제의 직접 당사자로서 남북이 책임 있는 위치에 앉아 남북관계 해법을 찾기를 바란다”고 말해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 당국 간 접촉을 희망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미국 NBC와 인터뷰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기 전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한미 연합훈련을 연기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며 “이런 제안을 미국에 했고 미국도 이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모든 상황이 가능할 것인지는 북한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문 대통령 제안 이후 추가 도발을 자제하며 급기야 이날 화답하는 모양새를 취한 만큼 올림픽 기간 한미 훈련이 연기될 가능성은 그만큼 커졌다.

문 대통령의 제안과 김 위원장의 화답으로 인해 한미 당국의 연합훈련 연기 조치가 공식화한다면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구상의 방법론이라 할 수 있는 ‘운전자론’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을 보인다.

문 대통령은 작년 6월 말 워싱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통일 환경 조성에 있어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으면서 한국 정부가 운전대에 앉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후 독일 ‘베를린 선언’을 통해 ▲ 이산가족 상봉 ▲ 평창올림픽에 북한 참가 ▲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 중단 ▲ 남북대화 재개 등 4가지 제안을 했다.

북한이 뒤늦게 화답했지만, 평창올림픽 대표단 참가를 계기로 나머지 제안에 대한 협의가 본격화하고 이는 곧 운전대론의 시작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더군다나 이 기회를 놓치면 잠시 소강상태인 북미 간 무력 공세로 인한 한반도 긴장 수위가 또다시 치솟을 공산이 커 문 대통령으로서는 이 계기의 효과를 극대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남북 간 긴장이 완화되면 북미가 대화에 나설 공간이 확보되고 이는 곧 북핵폐기를 위한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핵폐기가 궁극적 목표인 미국으로서도 남북 긴장완화가 북한과의 적극적인 대화에 나설 호기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고, 북한 역시 이를 마다치 않으리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문 대통령은 작년 11월 싱가포르 채널뉴스아시아(CAN)와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온다면 1단계로 핵 동결을 위해서, 다음 단계로는 완전한 폐기를 위해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상응한 조치를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로드맵을 내놨었다.

여기에서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미국의 태도다.

트럼프 행정부가 ‘쌍중단’ 방식으로도 읽힐 수 있는 이런 로드맵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핵 문제에 대한 대화 개시 자체가 중요한 만큼 ‘핵 테이블’의 전초전 격인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관계 개선에 긍정 메시지를 발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자신은 북한과의 관계에서 군사옵션을 제공하지만 “외교적 지원을 받아 외교가 주도하는 노력”이라고 했다. 또 “한미 정부가 발표할 것”이라면서 올림픽 기간 한미군사훈련 연기 가능성도 언급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지난달 19일 “백악관은 북한과의 외교 대화를 지지한다”며 여전히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법에 방점을 찍고 있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북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이 내놓은 ‘평창 대표단 참가 용의’ 메시지 하나만으로 북핵 문제를 위한 북미 간 대화의 테이블을 논하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미국 본토 전역이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다며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있다는 것은 위협이 아닌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미국을 향한 칼날을 그대로 노출했기 때문이다.

설사 대화 테이블을 상정하더라도 북한은 여전히 한미 양국은 물론 국제사회가 수용할 수 없는 핵무기 보유국 인정을 요구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문 대통령이 남북대화에 앞서 미국과 섬세한 조율이 필요한 대목이기도 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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