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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 사망원인 ‘의료과실·병원감염’에 무게 실린다

신생아 사망원인 ‘의료과실·병원감염’에 무게 실린다

김태이 기자
입력 2017-12-20 11:20
업데이트 2017-12-2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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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수액오염 가능성 커”…신생아 5명에 동일성분 수액주사 확인

이대목동병원서 숨진 신생아 4명의 사망원인을 놓고 의료과실 또는 병원감염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숨진 3명의 신생아 혈액에서 검출된 항생제 내성균이 유전적으로 완전히 동일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하나의 감염원에서 유래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중환자실에서 대부분의 신생아에게 공급된 수액을 감염원 중 하나로 의심하고 있다. 또 의사나 간호사 등의 의료인에 의한 감염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런 정황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항생제 내성균 감염을 사망의 원인을 특정하는 건 시기상조하는 지적도 나온다. 사망 신생아에게 공급된 수액이나 의료진의 검체에서 아직까지 동일한 균이 배양되지 않은데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결과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같은 수액을 투여한 1명의 신생아가 생존해 있다는 점도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병원 측도 아직 역학조사와 경찰조사가 진행중인 만큼 사인을 세균 감염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런 의문들은 추가적인 경찰 조사를 통해 최종 확인될 전망이다. 다만,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대목동병원은 감염관리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의심받는 ‘수액 오염’…전문가들 “가능성 가장 커”

감염원으로 가장 큰 의심을 받는 게 세균에 오염된 수액이다. 수액은 모든 미숙아의 영양공급에 필수다. 이런 수액에 항생제 내성균인 ‘시트로박터 프룬디’가 감염됐고, 이게 동시에 사망 신생아한테 공급됐다면 치명적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감염내과 전문의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이 경우 수액이 공장에서 오염됐다기보다는 병원에서 신생아한테 적합한 용량으로 나누는 과정에서 오염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 미숙아인 신생아중환자실 환아들은 일반적으로 수액과 주사제를 배합해 주사로 영양을 공급받는 완전정맥영양(TPN) 치료를 받는데, 신생아의 경우 몸무게에 맞춰 용량을 조절하고 여기에 포도당, 단백질, 비타민 성분을 혼합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TPN은 입으로 음식을 넘기지 못하는 신생아의 쇄골이나 허벅지의 정맥을 통해 주입하는 영양제다. 약사가 직접 탄수화물과 단백질 등을 배합해서 만든다.

이대목동병원이 외부전문가에 의뢰해 꾸린 역학전문조사팀의 조사에서도 숨진 4명 환아에게 모두 TPN과 스모프리피드(오메가3 지방산 등 주사제), 비타민K를 공통으로 주사됐다는 의견이 제시돼 수액 오염이 감염 원인이라는 데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한수 이대목동병원 홍보실장은 “역학조사팀의 조사에서 주사액 성분 중 TPN, 스모프리피드, 비타민K가 사망한 아이들에게 공통으로 주사된 것으로 확인된 것은 맞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망 신생아에게 투여된 수액이 완전히 동일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병원 측의 입장이다.

김 실장은 “사망 신생아들한테 투여된 주사제는 3가지 성분 외에도 몇 가지가 더 있다”면서 “세 가지 성분을 제외하고는 환아별로 각각 다른 성분을 추가해 맞춤형 처방을 했기 때문에 엄밀히 같은 약이라고 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대목동병원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의료계 전문가들은 수액과 주사제에서의 ‘사고’ 가능성을 가장 크게 점치고 있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시트로박터 프룬디는 물이나 흙 등 자연환경과 정상인의 위장에도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세균”이라며 “병원 내 자연환경에 존재하는 시트로박터 프룬디가 주사제 등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고’로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병원의 감염내과 교수는 “세균에 오염된 수액이 신생아한테 주사됐다면 즉각적으로 균이 퍼져 동시다발적으로 심장박동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면서 “수액의 오염 가능성을 확인하려면 병원에 공급된 수액을 어디서, 누가, 어떻게 용량을 나눴는지를 조사하고, 냉장 상태로 제대로 보관했는지도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문제가 된 수액을 15일에 맞았을 때는 아무런 증상이 없다가 16일 오후 늦게서야 심정지가 시작됐다는 점, 해당 수액을 맞은 아이 중 생존한 아이도 있다는 점 등은 해소해야 할 의문이다.

이와 관련, 또 다른 이대목동병원 관계자는 “아직 사망원인을 결론 내리거나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 의사·간호사, 신생아 용품도 감염원 가능성

병원의 전반적인 관리가 부실한 가운데 의료진이 세균에 오염된 채로 여러 아이를 만졌거나 아기용품이 균에 오염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망한 신생아의 혈액에서 균이 검출된 것으로 보아 의료진의 손이나 아기용품이 직접적인 감염의 원인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려우나 당시 신생아중환자실 상황, 과거 사례 등을 참작하면 쉬이 넘길 수 없는 대목이다.

시트로박터 프룬디는 정상인에는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면역력이 떨어진 미숙아나 환자에게는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사람에게는 주로 의료 관련 감염으로 전파되는데, 과거에도 의료진의 손을 통해 균이 전파돼 유행한 사례가 몇 차례 보고된 바 있다. 특히 이 균은 신생아에게 중추신경계 감염을 일으키는 특징이 있다. 만약 의료인을 통해 신생아의 중추신경계로 세균이 옮아갔다면 짧은 시간에 사망에 도달할 가능성도 있다고 한 전문가는 분석했다.

앞서 일부 보호자는 “바구니에 있던 공갈 젖꼭지를 (의료진이 아이에) 그대로 물리더라”며 신생아중환자실의 관리부실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실제 국내에서 신생아 용품이 슈퍼박테리아(다제내성균)에 오염된 사례도 보고된다.

과거 국내 한 대형 종합병원에서는 환자복과 침대보 등을 감싸는 천(리넨)에서 슈퍼박테리아로 발전할 수 있는 원인균이 다량 검출돼 사용 중인 리넨을 전면 교체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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