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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투기 대책도 없이 닻 올린 ‘도시재생 뉴딜’

[사설] 투기 대책도 없이 닻 올린 ‘도시재생 뉴딜’

입력 2017-12-17 17:30
업데이트 2017-12-18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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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지방 도시에 1조원 넘게 풀려…투기 대책이 기껏 사업중단이라니

도시재생 뉴딜 시범사업이 마침내 닻을 올렸다. 정부는 최근 열린 도시재생특별위원회에서 도시재생 시범사업지 68곳을 확정하고 내년 2월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앞으로 5년간 벌일 ‘500개 뉴딜 계획’의 1차 사업분이다. 여기에 내년에만 1조 1439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것이라고 한다.

도시재생 뉴딜 사업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갖게 한다. 정부가 경남 통영과 전남 목포, 지진 피해 지역인 경북 포항 등 전국 16개 광역 지방자치단체별로 사업지를 고루 안배한 것은 지방경기 부양 차원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반면 서울 등 수도권과 세종시 일부 지역에서 시범사업지를 지정하지 못한 것은 정부가 그만큼 투기과열 방지에 자신이 없다는 얘기로 들려 딱하고 안타깝다. 새 사업은 전면 철거를 수반하는 과거 재개발과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오래된 도시의 기존 틀을 유지하면서 주거 환경을 바꾸는 방식이다. 이미 실패로 끝난 이명박 정부의 뉴타운 사업과 차별화한 사업이다. 이번에는 전국 219곳에서 사업 신청을 받아 불과 한 달 반 만에 심사를 끝냈다. 일각에서 ‘속전속결식 해치우기’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다. 평가 기간이 너무 짧아 제안된 사업들이 주민들 참여 속에 심도 있게 심사가 이뤄졌겠느냐는 것이다. 지역 안배에 힘을 쏟고 초(超)스피드로 심사를 밀어붙이는 바람에 정작 정부 지원이 시급한 도시재생 사업은 탈락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무엇보다 이번 시범사업지 선정 과정에서 ‘최악의 수’를 둔 것은 투기나 젠트리피케이션(원주민 내몰림) 방지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는 뉴딜 사업은 부동산시장 안정을 최우선 원칙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라면서도 “부동산 가격 급등이나 투기 발생 등의 문제가 있으면 사업 시행을 연기하거나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투기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기껏 사업중단이라니 말문이 막힌다. 이런 눈가림 대책을 부동산 안정 방안이라고 태연하게 내놓는 안일함이 한심할 뿐이다.

더욱이 내년에는 6월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어 도시재생 예산이 1조원 넘게 조기에 풀리면서 지방까지 투기 바람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사업에 본격 착수하면 개발 호재를 틈타 투기 바람이 일고, 사업이 끝난 뒤에는 환경이 달라져 땅값이나 임대료가 올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제대로 된 투기와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대책은 회피한 채 ‘부동산이 뛰면 사업을 중단하겠다’는 식의 발상은 사업 자체를 하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없는 것 아닌가. 광역 지방자치단체까지 투기 열풍을 방기할 심사가 아니라면 경제정책 당국은 지금이라도 머리를 맞대고 실질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내년 초에 나올 ‘도시재생 뉴딜 로드맵’에는 부동산시장 교란과 젠트리피케이션의 부작용을 막을 액션 플랜(실행 방안)을 반드시 담아 국민들을 허탈하게 만드는 일이 없도록 하기 바란다.
2017-12-1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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