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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장 관리 ‘구멍’…살인 피의자 공범끼리 쪽지 주고받아

유치장 관리 ‘구멍’…살인 피의자 공범끼리 쪽지 주고받아

김태이 기자
입력 2017-12-08 15:34
업데이트 2017-12-08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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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쪽지 숨긴 과자 상자 의심없이 공범에 전달…재판 과정에서 뒤늦게 알아

구속영장이 발부된 강력 사건 피의자가 경찰서 유치장 수감 중 공범에게 쪽지를 전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경찰의 피의자 관리가 허술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의자가 절박한 상황 속에서 교묘한 방법으로 범행 은폐를 시도했다고는 하지만, 경찰이 철저한 관리로 이를 차단하거나 적발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흥덕경찰서 등에 따르면 청주의 한 하천에서 20대 여성을 둔기로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구속기소 된 A(21·여)씨는 지난 9월 26일 유치장에서 편지를 쓰고 싶다며 종이와 펜을 가져다줄 것을 경찰에 요청했다.

구속된 피의자라 하더라도 변호인이나 가족의 면회·편지 작성, 물건을 주고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

하지만 피의자끼리는 서로 대화하거나 편지를 주고받는 것은 향후 수사에 영향을 미치거나 거짓 진술을 모의할 수 있어 엄격히 금지된다.

경찰청 훈령인 ‘피의자유치 및 호송규칙’ 13·16조에 따르면 ‘통모(通謀·남몰래 서로 통하여 공모함)’를 방지하기 위해 공범을 분리해 유치하게 돼 있다.

피의자끼리 과자 등 음식을 주고받을 때도 서신 소지나 은닉 여부를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경찰은 A씨에게 플러스펜과 A4용지 한 장을 지급했다. A씨는 경찰로부터 받은 종이 일부를 찢어 두 조각으로 만든 뒤 그중 한 장을 숨겨 공범이자 남자친구인 B(32)씨에게 보낼 쪽지를 만들었다.

쪽지에는 ‘배신하지 말라’, ‘너 때문에 20대 인생 망쳤다’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받은 종이를 찢어 숨기고서 몰래 쪽지를 작성하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여성 유치장에 있던 A씨는 5m 이상 떨어진 남성 유치장에 있는 남자친구에게 쪽지를 건네려고 종이 과자 상자 틈에 쪽지를 숨겼다.

A씨는 경찰관에게 쪽지를 숨긴 과자 상자를 B씨에게 전달해 달라고 요구했고, 외관상 새제품인 줄 알았던 경찰은 의심 없이 과자를 건넸다.

A씨의 이런 범행 은폐 시도는 검찰이 해당 쪽지를 재판 과정에서 증거로 채택하면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 10월 26일 검찰에서 유치장 폐쇄회로(CC)TV 확인을 요청한 뒤에야 A씨가 쪽지를 건넨 사실을 인지했다.

A씨가 사건 현장에 있었지만, 범행은 저지르지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검찰은 이 쪽지가 B씨의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끼리 과자를 나눠 먹는 것은 규정상 문제가 없지만, 면밀히 살피지 못한 책임이 있다”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유치장 관리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모든 경찰관을 대상으로 유치인 관리 규칙, 경찰 업무 규정 등에 대해 현실성 있는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강력 사건 피의자들은 절박한 심리가 있어 조그만 틈이라도 이용해 교묘한 방법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심리가 있다”면서 “이들의 행동은 특히 주의 깊게 관찰하고 돌발 상황을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의자 인권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도 있으므로 원천적으로 빈틈을 차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인권과 보안 사이에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 유치장 관리 규칙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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