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중국 위안화 국제화에 제동이 걸렸다

입력 : 2017-12-07 17:56 ㅣ 수정 : 2017-12-07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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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위안화의 국제화 행보가 험난하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2%대를 오르내리며 비교적 순탄한 행보를 보이던 위안화의 국제결제 비중이 올들어 내림세를 타며 1%대 중반으로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6일 국제금융결제망인 스위프트(SWIFT)에 따르면 지난 10월 중국 위안화의 국제결제 비중은 3개월째 가파른 내림세를 타며 1.46%를 기록했다. 국제결제 비중 순위도 미국 달러화(39.47%)와 유로화(33.98%), 영국 파운드화(7.71%), 일본 엔화(2.92%), 스위스프랑(1.63%)에 이어 6위로 밀려났다. 위안화는 국제결제 비중이 5위에 진입한 지난해 10월 당당히 국제통화기금(IMF) 통화 바스켓에 진입하며 중국 정부가 ‘위안화 국제화’의 기치를 들어올린지 1년 만에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위안화의 국제결제 비중이 세 달째 하락세를 보임에 따라 국제화에 제동이 걸렸다. 사진은 한중 통화스와프가 자정 만기 되는 지난 10월10일 서울 KEB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이 원화와 위안화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서울신문 DB

▲ 중국 위안화의 국제결제 비중이 세 달째 하락세를 보임에 따라 국제화에 제동이 걸렸다. 사진은 한중 통화스와프가 자정 만기 되는 지난 10월10일 서울 KEB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이 원화와 위안화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서울신문 DB

이에 따라 중국의 전체 무역 결제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1분기 14%를 떨어졌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무역결제 비중이 2015년(27%)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유학자금 송금 등 국제결제 규모도 상하이를 기준으로 올해 1분기 4413억 위안(약 73조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나 쪼그라들었다. 2015년 3분기 1조 위안에 이르렀던 것에 비하면 무려 56%나 급감했다.

위안화의 국제결제 비중이 급격히 줄어든 것은 기본적으로 중국 당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는 탓이다. 중국 정부는 위안화 결제를 허용한 2009년부터 직거래시장 개설 등을 통해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 두팔을 걷었다. 그러나 위안화 결제가 증가하면서 자본 유출이 심화되고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자 중국 당국은 선제적으로 규제 강화에 나섰다. 중국 당국은 잉여 현금을 달러로 바꿔 해외 인수·합병(M&A)에 사용하는 것이 위안화 약세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판단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위안화 가치를 올리기 위해 중국 당국은 지난 2년 반 동안 무려 1조 달러 이상을 쏟아부었다. 대규모 자본 유출은 중국 정부의 중산층 확대 계획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성쑹청(盛松成) 인민은행 참사는 “장기적으로 중국 자본시장 개방과 위안화 국제화를 계속 추진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단기적으로 자본시장 개방으로 인해 환율이 불안정해지면 정부가 불가피하게 환율 안정과 자본 이동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중국 당국이 위안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을 막기 위해 달러화를 내다파는 바람에 외환보유액은 10월 말 기준 3조 1200억 달러로 집계됐다.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14년 6월 3조 9932억 달러까지 늘어나면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했던 외환보유액이 위안화 가치를 방어하는데 써버린 탓에 가파르게 줄어든 셈이다. 이 때문에 중국 당국은 해외 인수·합병(M&A)이나 부동산 투자는 물론 해외 결제와 환전까지 일일이 규제에 나서고 있다. 현재 500만 달러(약 54억 7000만원) 이상을 해외로 송금하거나 환전할 경우 당국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특히 위안화 가치의 하락은 대중국 교역 기업들의 환차손으로 이어지는 만큼 위안화 결제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결국 위안화 유통이 줄어들고 중국으로 되돌아간 위안화는 다시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 당국이 펼치고 있는 환율 안정과 자본유출 억제 정책이 원래 정책 목표인 위안화 국제화를 희생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위안화 최대 유통시장인 홍콩과 대만 등 역외 위안화 중심지에선 위안화 예금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자국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홍콩의 3월 말 위안화 예금 잔액은 6년 만에 가장 낮은 5072억 위안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런 행보는 중국이 향후 기축통화국으로서 신뢰를 얻는 데 악영향을 줄 수도 있는 까닭에 위안화 국제화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5월 보고서에서 “해외 송금에 대한 조사와 외환 매입 등 중국 당국의 자본 통제는 위안화의 국제화를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며 “위안화는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통화 바스켓에 포함돼 있음에도 국제통화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은 지난 2년 동안 되레 줄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당황한 중국 정부는 위안화 국제결제 비중을 높이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이 지난 10월 ‘위안화 국제화 보고서’를 통해 위안화 환율 시장화를 점진적으로 추진해 위안화 글로벌화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히며 시장 안정화를 위해 안간힘을 썼다. 중국 금융시장의 개방을 가속화하고 해외 투자자들의 중국 금융시장 투자가 한층 더 편리하도록 금융 인프라를 완비하겠다고도 약속했다.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은 이런 맥락에서 이뤄졌다.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 중인 중국 입장에서 홍콩(4000억 위안)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큰 한·중 통화스와프(3600억 위안)를 중단하는 것은 위안화 국제화 행보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위안화 국제화의 새로운 기회가 될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도 전폭 지원할 방침이다. 해상 실크로드에 위치한 동남아 국가들에서 위안화 결제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육상 실크로드의 종착역인 독일과 폴란드, 체키아(옛 체코)에로의 위안화 신용이체 지급결제 금액의 급증도 중국 당국 입장에선 고무적이다. 알리안 라이스 스위프트 아시아·태평양 & 유럽·중동·아프리카 최고경영자는 보고서를 통해 “위안화 시장에 대한 더욱 광범위한 연결성이 필요해지고 있다”며 “스위프트는 글로벌 경제와의 연결성을 통해 위안화 국제화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과 홍콩간 채권 교차거래를 허용하는 채권퉁(債券通)의 순조로운 출발도 위안화 국제화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채권퉁을 통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채 금융채 공사채 기업채 등 모든 종류의 채권을 거래할 수 있게 됐다. 광대한 중국 채권시장에 외국인들이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글로벌 자본의 중국 본토 채권 거래가 늘어날수록 위안화 수요도 증가하는 만큼 위안화 국제화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퉁이 개통된 지난 7월3일 홍콩을 통해 중국 본토 채권에 투자하는 ‘베이샹퉁(北向通)’ 거래 실적은 142건 매매, 70억 4800만 위안에 이른다고 중국외환거래센터가 밝혔다. 이 가운데 매입 거래가 전체의 70% 정도를 차지했으며 외국 기관도 70곳이 참여해 고무적인 모습을 보였다.

인민은행에 따르면 중국 채권시장에서 거래되는 물량은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65조 9000억 위안(약 1708조원)에 이른다. 미국과 유럽에 이어 세계에서 세번째로 크다. 하지만 외국 기관들이 보유한 채권 비중은 1.32%(8600억 위안)에 불과하다. 이같은 규모는 독일 미국 영국 등 선진국 시장보다 월등히 낮고, 한국·일본(10%)과 비교해도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그만큼 투자 확대 여력이 크다는 말이다. 1분기 말 기준 중국 채권 잔액에서 국채는 22조 46000억 위안(34.1%), 금융채는 15조 5600억 위안(23.6%), 공사채는 4조 4800억 위안(6.8%), 기업채는 3조 5200억 위안(5.3%)을 차지했다. 한 미국계 헤지펀드 관계자는 “(채권퉁으로) 월가의 외국 자본에는 거대한 블루오션이 생겼다”고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중국 본토에서 홍콩 등 글로벌 채권시장에 투자하는 ‘난샹퉁(南向通)’의 개통 시기는 미정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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