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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 걷어내며 ‘필사의 수색’…입수 후 72분 만에 3명 구조

시신 걷어내며 ‘필사의 수색’…입수 후 72분 만에 3명 구조

김태이 기자
입력 2017-12-05 18:54
업데이트 2017-12-05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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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친구 3명, 뒤집힌 배 안에서 2시간 43분 버텨

인천 영흥도 낚싯배 추돌 사고의 생존자 구조 과정이 5일 해경 브리핑에서 구체적으로 공개됐다.

수중 수색이 시작된 것은 3일 오전 7시 36분.

인천구조대와 평택구조대의 동반 입수를 시작으로 수중 수색이 시작됐다.

급유선과 추돌한 뒤 전복된 선창1호(9.77t급)에서는 심모(31)씨의 다급한 구조 요청이 계속 이어졌다.

심씨는 사고 발생 4분 뒤인 오전 6시 9분 경찰에 신고해 친구 2명과 함께 조타실 하부 선실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전했다.

방수 기능이 있는 휴대전화 덕분에 심씨는 해경과 수시로 통화하며 구조 진행 상황을 물었고, 해경은 심씨 일행의 상태를 확인하고 심리적 안정을 취하도록 진정시키며 구조 작업을 벌였다.

심씨 일행이 뒤집힌 물속의 배 안에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에어포켓’ 덕분에 가능했다.

에어포켓은 배가 완전히 물에 잠기기 전 공기층이 형성된 공간이다.

그러나 해경이 심씨 일행이 있는 하부 선실로 접근하긴 쉽지 않았다.

선창1호 선주가 알려준 대로 선박 후미를 통해 진입했지만, 그물과 낚싯줄이 뒤엉켜 있어 진입로를 확보하기 쉽지 않았다.

심씨 일행이 있는 곳으로 가는 길에 다른 낚시객들의 시신도 다수 발견돼 접근하는데 시간이 계속 소요됐다.

7시 43분 시신 3구를 인양했고, 8시 7분에는 시신 2구를 추가로 인양했다.

수색 당시에는 시신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생존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을 수 있으므로 한 구 한 구 조심스럽게 배 밖으로 건져 올렸다.

하부 선실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심씨 일행의 가슴은 터질 듯 타들어만 갔다.

심씨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칠흑 같은 어둠과 차가운 바닷물이 목까지 찬 상태에서 해경 구조대가 오기만을 기다렸다”며 “산소가 점점 부족해지며 숨이 계속 차올라 친구들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구조대를 기다리기로 했다”고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초조한 심경은 해경 구조대도 마찬가지였다.

이상현 인천구조대장은 “뒤집힌 배 위에 올라 바닥을 두들기며 생존자들과 계속 신호를 주고받았다”며 “빨리 구조해야 하는데 조류가 강하고 물이 탁한 데다 낚싯줄이 뒤엉켜 있어 진입로와 퇴로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갈 때쯤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썰물로 물이 더 빠지며 배에 공기가 좀 더 공급됐고, 심씨 일행 3명이 모두 올라갈 수 있는 선반도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마침내 오전 8시 41분 해경 구조대원도 하부 선실 진입에 성공했다.

심씨는 “산소가 소진돼 답답할 때쯤 다행히 다시 숨을 좀 쉴 수 있게 됐다”며 “밖에 햇빛도 보여 어떤 상황인지 보다가 해경 대원들을 보고 ‘여기 사람 있다’고 외쳤고 그때 구조됐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결국, 심씨 일행 구조 작업은 오전 8시 48분, 사고 발생 시각으로부터 2시간 43분, 수중 수색이 시작된 지 1시간 12분 만에 종료됐다.

이들이 뒤집힌 배 안에서 3시간 가까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몸이 계속 물에 잠겨 있진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사고 당시 수온은 10.5도로 국제해상수색구조매뉴얼(IAMSAR)에 따르면 익수자의 생존 예상시간은 3시간 미만이다. 만일 이들이 선반 위로 몸을 피하지 못하고 계속 물에 잠겨 있었다면 저체온증으로 최악의 경우를 맞이할 수도 있었다.

이들은 현재 병원에서 계속 치료 중이지만 건강상태는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씨 일행은 기적같이 살아 돌아왔지만, 조타실 뒤 큰 선실에 머물던 낚시객 상당수는 다른 운명을 맞았다.

선창1호 승선원 22명 중 생존자는 7명, 사망자는 15명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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