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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어선 선창1호’…전복부터 마지막 실종자 발견까지

‘낚시 어선 선창1호’…전복부터 마지막 실종자 발견까지

김태이 기자
입력 2017-12-05 18:53
업데이트 2017-12-05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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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항 5분 지나 급유선과 ‘쾅’ 전복…승객 22명 중 7명만 생존

인천 영흥도 인근 해상에서 급유선과 부딪혀 전복된 낚싯배 선창1호(9.77t)의 마지막 실종자가 사고 사흘째인 5일 발견됐다.

실종자 2명이 이날 모두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낚싯배 추돌 사고 사망자는 15명으로 늘었다.

선장 오모(70)씨와 선원 이모(40)씨를 포함한 승객 22명 중 생존자는 7명에 불과했다.

◇ 출항 5분 뒤 급유선이 ‘쾅’…긴박했던 사고 순간

선창1호가 인천시 옹진군 영흥도 진두항에서 출항한 건 3일 오전 6시께.

선장 오씨와 선원 이씨는 일찌감치 부두에 도착한 20∼60대 낚시객 20명을 태우고 배에 올랐다.

해경 직원이 직접 승선 인원 명단 점검을 마치고, 구명조끼 착용 등 주의사항도 전달한 뒤였다.

그러나 부두를 출발한 지 겨우 5분 만인 오전 6시 5분께 배가 뒤집힐 만큼 큰 충격이 선창1호를 덮쳤다.

인천 GS부두를 떠나 남쪽 평택으로 향하던 급유선 명진15호(336t)가 선창1호의 왼쪽 후미 부분을 그대로 들이받은 것이다.

영흥도에서 남서방으로 1마일 떨어진 해상으로 폭 500m, 수심 10∼18m의 좁은 수로였다. 당시 명진15호는 12노트, 선창1호는 10노트의 속력으로 운항 중이었다.

배는 순식간에 뒤집혔다. 새벽 겨울 바다의 찬바람을 피해 낚싯배 승객 20명 대부분은 선실에 있었다.

배 뒤쪽 갑판에 나와 있다가 바다로 떨어져 구조된 생존자 서모(37)씨는 “일행들이 뒤쪽에 배 모양 불빛이 보인다고 했는데 1분도 채 안 돼 뭔가가 들이받았다”며 “충돌 직후 (배에서) 그대로 튕겨 나갔다”고 사고 순간을 설명했다.

명진15호 선장 전모(37)씨는 사고 직후 인천 해상교통관제센터(VTS)와 교신했다. 사고 발생 4분 만인 오전 6시 9분에는 112 신고를 했다.

사고 후 21분 만인 오전 6시 26분에는 바다에서 구명조끼를 입고 표류하던 서씨 일행 3명을 구조했다.

선실에 갇혀 있다가 깨진 창문을 통해 겨우 빠져나온 승객 송모(42)씨도 이때 함께 구조됐다.

◇ 출동 해경 도착하기까지…‘늑장 대응’ 논란

해경이 사고를 최초로 인지한 시각은 3일 오전 6시 5분이다. 사고 발생 시각과 같다.

명진15호 선장은 사고 직후 인천 해상교통관제센터(VTS)와의 교신에서 ‘영흥대교 남방에서 급유선과 어선이 충돌해 2명이 추락했는데 구조할 수 있다’고 알렸다.

인천 VTS는 인천해경 상황실에도 곧바로 사고 사실을 전파했다.

인천해경은 오전 6시 6분 영흥파출소와 P-12정에 현장 이동을 지시했다.

지시를 받은 영흥파출소 리브 보트가 영흥파출소를 출발해 사고 현장에 첫 도착한 시각은 전 6시 42분이다.

그러나 구조정이 출항한 진두항에서 사고 지점까지는 불과 1마일(1.85km) 거리여서 ‘늑장 대응’ 지적이 제기됐다.

해경은 논란이 일자 “출동 지시를 받은 직원 3명이 6시 13분 보트 계류 장소에 갔지만, 주위에 민간선박 7척이 계류돼 있어 이를 이동시키느라 6시 26분에 출항했다”고 해명했다.

수중 수색을 할 수 있는 인천구조대와 평택구조대 역시 사고 발생 1시간이 넘어서야 현장에 늑장 도착했다.

제부도의 평택구조대는 3일 오전 7시 17분, 인천 해경부두에서 출발한 인천구조대는 7시 36분에 각각 현장에 도착했다.

낚싯배 조타실 아래 지하 선실에 형성된 ‘에어포켓’에서 버티던 생존자 3명은 이때 가까스로 구조됐다.

이들은 마침 갖고 있던 방수 휴대전화로 119 신고를 한 뒤 구조 직전까지 구조대와 10차례 통화를 하며 버텼다. 물이 계속 차오르자 구명조끼 보관함 위로 올라가 산소를 확보하기도 했다.

친구 2명과 함께 구조된 심모(31)씨는 “밖에 햇빛이 보여 어떤 상황인지 보다가 해경 대원들을 보고 ‘여기 사람 있다’고 외쳤고 그때 구조됐다”고 증언했다.

사고가 난 지 무려 2시간 43분이나 흐른 뒤였다.

◇ 선내에서 사망자 11명 발견…마지막 실종자 2명 찾기까지

현장에 도착한 인천·평택 구조대는 오전 8시 7분 선내에서 가장 먼저 사망자 2명을 발견해 인양했다.

이후 오전 9시 6분까지 1시간가량 선내를 수색해 사망자 9명을 차례로 발견했다. 총 11명이 선내에서 시신 상태로 구조됐다.

해경은 급유선과 부딪힐 당시 충격으로 선실에 있던 낚시객들이 미처 탈출을 못 해 인명피해가 컸던 것으로 추정했다.

선실 내 승객들이 충격에 기절했다가 갑자기 물을 먹는 바람에 사망자가 많았을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나머지 사망자 2명은 바다에서 표류하던 중 숨졌다.

해경은 선내에서 끝내 발견되지 않은 선장 오씨와 낚시객 이모(57)씨를 찾기 위해 집중 수색에 돌입했다.

사고 해역을 9개 구역으로 나누고 해경 경비함정·해군 함정, 관공선과 항공기를 투입해 야간 수색도 나섰다.

그 결과 수색에 나선 지 사흘째인 5일 사고 해역 인근에서 오씨와 이씨의 시신을 잇달아 발견했다.

오씨의 시신은 사고 해역으로부터 남서방으로 2.7∼3㎞ 떨어진 갯벌에, 이씨의 시신은 남서방 2.2㎞ 지점에 있었다.

해경은 선창1호 승선원 22명 모두 출항 당시에는 구명조끼를 입은 사실을 확인했지만, 실종자 2명이 시신으로 발견됐을 때에는 둘 다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밝혔다.

실종자 수색 종료와 함께 사고 원인 조사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해경은 선창1호를 들이받아 낚시꾼 등 13명을 숨지게 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 및 업무상과실선박전복)로 명진15호 선장 전씨와 갑판원 김모(46)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선장 전씨는 해경 조사에서 “(충돌 직전) 낚싯배를 봤다”면서도 “(알아서) 피해 갈 줄 알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사고 시간대 당직 근무자로 급유선 조타실에서 조타기를 잡고 있었으나 또 다른 당직 근무자인 갑판원 김씨는 당시 조타실을 비웠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씨와 김씨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르면 6일 인천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해경은 사고 당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두 선박에서 압수한 선박 항법장비(GPS플로터), 선박자동식별장치(AIS), 폐쇄회로(CC)TV, 위치발신장치(V-Pass)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분석 의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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