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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 항공기동서 350명 조립 ‘구슬땀’

2만㎡ 항공기동서 350명 조립 ‘구슬땀’

이은주 기자
이은주 기자
입력 2017-12-03 17:38
업데이트 2017-12-03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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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궤도 오른 ‘사천 KAI’ 르포

지난 1일 경남 사천시 사남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 인근의 헬기 이착륙장에서는 내년 4월 산림청에 납품할 ‘수리온’의 시험비행이 한창이었다. 기체 하부에 물탱크를 장착한 수리온은 시속 100㎞의 속도로 날아가 목표 지점에 소화수를 공중 투하했다. 순식간에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린 물로 인근의 아스팔트 바닥이 물로 뒤덮였다. 수리온 산림헬기가 2000ℓ의 물탱크를 채우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48초. 비행속도는 최대 시속 240㎞까지 낼 수 있다. 최대 14명이 들어가는 내부는 좌석을 없애 소방용으로 개조했다. 이날 시험 비행을 한 강승철 시험비행기술사는 “자동비행항법장치가 있어 화재 지역을 입력하면 목적지까지 자동으로 주행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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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사천시 사남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 항공기동에서 엔지니어들이 필리핀에 납품할 FA50 전투기 조립을 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산림용으로 개조한 수리온 헬기가 소화수를 살포하는 모습. KAI 제공
경남 사천시 사남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 항공기동에서 엔지니어들이 필리핀에 납품할 FA50 전투기 조립을 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산림용으로 개조한 수리온 헬기가 소화수를 살포하는 모습.
KAI 제공
수리온은 KAI를 대표하는 한국형 기동 헬기이지만 지난 5월 감사원에서 ‘체계 결빙’(저온 비행에서 기체와 날개 등에 얼음이 발생하는 현상)의 문제를 지적받아 군 납품이 중단됐다. 설상가상으로 여름에는 검찰의 압수수색 등 강도 높은 수사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달 17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가 결빙능력 입증을 조건으로 납품 재개를 결정하면서 24일부터 2주 간격으로 육군에 수리온을 인도하고 있다. 침체에 빠졌던 공장은 활기를 되찾았고 연말까지 총 10대 공급을 목표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취임 한 달이 된 김조원 KAI 사장은 “수리온은 영하 30도 이하에서 30분 이상 결빙 없이 날아야 하는 조건을 맞추기 위해 노력 중이며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면서 “내년에 육군과 의무수송, 산림청, 경찰청 등에 40대 정도를 납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각종 항공기와 헬기를 제작하는 항공기동(棟)에 들어서니 기둥 없이 탁 트인 2만 1450㎡(6500평) 규모의 공장에서 350명의 엔지니어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곳에서 FA50 전투기는 총 22개, 수리온은 총 9개의 조립 스테이션을 거친다. FA50 전투기는 조립까지 7개월, 수리온은 4개월이 걸린다. 비행기 한 대의 동체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용접이 아니라 20만~30만개의 리벳(나사의 역할을 하는 고정장치)이 사용된다.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돼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KAI는 전 세계 F15 전투기에 사용되는 날개를 공급하고 있으며 미국 전투헬기 ‘아파치’의 동체 전체를 생산할 정도로 높은 수준의 항공기 제조 기술력을 갖고 있다.

항공정비 사업장이 있는 제2센터장에 들어서니 특수 작전을 위해 성능 개량을 마친 최첨단 전투기가 눈에 띄었다. KAI는 1990년대부터 노후 항공기의 성능을 개량하고 현대화된 시스템으로 개조해 전 세계에 수출하는 ‘창(廠·공장)정비’ 사업을 해왔다. KAI는 여기에서 얻은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내년에 사천시 용당지구 31만㎡(9만평) 부지에 항공정비사업(MRO) 단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김 사장은 “중국, 싱가포르 등으로 빠져나가는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의 MRO 수요를 잡아야 한다”면서 “대규모 일자리를 확보하는 국가적인 사업으로 향후 회사의 중요한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천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2017-12-04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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