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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Out] 게이머들의 불신, 그리고 기회/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

[In&Out] 게이머들의 불신, 그리고 기회/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

입력 2017-11-28 22:34
업데이트 2017-11-29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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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내외 게이머들 사이에서 거세게 비난을 받는 이슈가 있다. 확률형 아이템(확률템)이다. 확률템이란 담겨 있는 상자를 개봉하기 전까지 무엇이 담겼는지 알 수 없기에 ‘뽑기’라고도 불린다. 좋은 아이템은 당연히 확률이 낮기에 뽑기 어렵다. 그렇기에 포털과 커뮤니티에서 게이머들의 원성의 대상이 되었고,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쟁점으로 부각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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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
그런데 확률템과 관련된 소란을 꼭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닌 듯하다. 문제가 있다는 것은 기회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을 통해 확인된 사실은 확률템이 현재 전 세계 주요 게임 개발사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로 부상했다는 점과 전 세계 정부와 게이머들에게 불신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불신을 해결할 수만 있다면 새로운 게임 비즈니스 모델의 세계적 표준을 확고하게 선점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부채도 자산이란 말처럼, 심리학적으로 불신도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따라서 충분히 자산이 될 수 있다. 이런 원리를 설명해 주는 이론으로 ‘존 굿맨(John Goodman)의 법칙’이 있다. 평소 별 말이 없는 고객의 경우 10% 정도의 재방문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불만을 가진 손님에게 그 불만을 해소하는 경우 65%의 재방문이 이루어졌다. 즉 불만을 가진 고객이 오히려 충성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게임사들은 이용자들의 불만을 충성 고객들의 기대와 욕구가 무엇인지를 알려 주는 열성 모니터 요원으로 고맙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조금 더 넓은 시야에서 보면, 이번 소란은 게임사와 게이머들 간의 문제만은 아닌 듯싶다. 현재 논란이 되는 확률템 이슈는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공동체 간의 신뢰, 규범과 관련된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의 결핍 현상으로도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확률템의 문제를 정비하는 일은 단순히 게임 비즈니스 모델의 차원에서 그치지 않는다. 정책의 측면에서 본다면 4차 산업혁명의 중요한 기반인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는 의미도 있다. 신뢰할 수 없는 곳에 투자를 할 사람도, 구매를 할 사람도 없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과거 관행대로 하면서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환상일 뿐이다. 4차 산업혁명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정부의 대응도 획기적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 실효성이 의심되는 청소년 인터넷 게임 셧다운제나 성인조차도 월 50만원 이상 사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결제한도 제한 같은 해묵은 규제를 현실에 맞게 풀어 주는 것이 어떨지 싶다. 비가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속담처럼 이번 일을 계기로 그동안 쌓였던 서로 간의 불신을 허물고 게이머와 정부 그리고 업계가 협력하여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약을 이루는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
2017-11-29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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