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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줄날줄] 발리 ‘아궁 화산’ 분화/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발리 ‘아궁 화산’ 분화/이순녀 논설위원

이순녀 기자
이순녀 기자
입력 2017-11-27 23:08
업데이트 2017-11-28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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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역사상 가장 강력한 화산 폭발은 1815년 4월 10일 발생한 인도네시아 숨바와섬의 탐보라 화산 폭발이다. 이 폭발로 삼각뿔 모양의 산정상 1600m가 통째로 날아갔고, 화산재가 대기권 넘어 성층권까지 치솟아 햇빛을 막는 바람에 전 세계 평균 기온이 1도가량 떨어졌다. 인명 피해도 엄청났다. 숨바와섬과 그 주변에서 약 9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인도네시아 국가재난방지청이 27일 세계적 휴양지인 발리섬의 최고봉 아궁 화산(해발 3142m)의 분화 경보 단계를 최고 단계인 ‘위험’으로 격상하면서 대규모 폭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궁 화산은 지난 25일 오후부터 26일 오전 사이 네 차례나 화산재를 뿜어냈다. 국가재난방지청은 분화구 6.0~7.5㎞ 이내였던 대피 구역을 반경 8~10㎞로 확대하고, 응우라라이 국제공항을 일시 폐쇄했다. 아궁 화산은 지난 9월에도 수백 차례 진동을 일으켜 위험 경고가 내려졌다가 화산 활동이 잦아들면서 경보 단계를 ‘심각’으로 한 단계 낮춘 상태였다.

발리섬 북동쪽에 위치한 아궁산은 발리 힌두교인에게는 우주의 중심으로 신성하게 여겨지는 산이다. 1808년 이후 수차례에 걸쳐 분화를 해 오던 아궁 화산은 1963년 대폭발을 일으켰다. 그해 2월부터 분화 조짐을 보이다 3월 17일 폭발해 화산재가 8~10㎞ 높이로 치솟았다. 이로 인해 11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 뒤로 반세기 동안 잠잠하던 아궁 화산의 분화 조짐에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아궁 화산 분화는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위치한 다른 지역들의 공포심도 높이고 있다.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일본, 뉴질랜드, 멕시코 등을 아우르는 환태평양 조산대에는 세계 활화산과 휴화산의 75%가 몰려 있어 지진과 화산 분화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멕시코에선 지난 9월 8일 남부 치아파스주 인근 해역에서 규모 8.2 지진이 발생해 98명이 숨진 데 이어 2주 뒤인 19일 중부 내륙 푸에블라에서 규모 7.1 지진이 발생해 370명의 희생자를 냈다. 지난 4월 일본 규슈 남부 가고시마현의 사쿠라지마 화산섬에서도 폭발적 분화가 일어나 연기가 3200m 이상 치솟았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지난 15일 포항 지진이 발생하기 전 24시간 동안 불의 고리 인근 아시아 지역에서만 규모 4.5 이상의 지진이 9차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이 일으키는 재앙은 감히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경우가 많다. 재앙을 피할 순 없겠지만 적극적인 재난 대비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전력해야 할 것이다.

coral@seoul.co.kr
2017-11-2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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