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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식 상팔자’ 저출산 공화국

‘무자식 상팔자’ 저출산 공화국

입력 2017-11-20 17:46
업데이트 2017-11-20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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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82년생 김지영’의 주인공 김지영은 애를 낳는다. 그리고 일·가정 양립 속의 육아 고통과 일상에서의 여성 차별에 절망한다. 2010~2015년 사이에 결혼한 또 다른 82년생 김지영들은 아예 애를 낳지 않기로 한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이 비중이 8.2%다. 역대 최고다. 서울, 경기, 세종에 사는 여성이 첫아이를 가장 늦게 낳는다는 조사도 나왔다. 주거비가 비싸고 맞벌이 비중이 높은 탓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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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20일 내놓은 ‘생애주기별 주요 특성 분석’ 보고서에 나타난 대한민국 저출산의 현주소다. 이번 보고서는 통상 나이로 분석하는 지금까지의 조사와 달리 특정시간대(5년)에 결혼이라는 사건을 경험한 집단(혼인코호트)을 분석한 점이 눈에 띈다. 조사 결과 2005~2009년 결혼한 부부의 기대 자녀 수는 1.91명이다. 기대 자녀 수란 현재 출생아 수에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자녀 수까지 합한 수치다. 1950~1954년 결혼한 부부의 4.49명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된다. 현재 인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기대 자녀 수(2.1명)에도 못 미친다.

2010~2015년 부부의 기대 자녀 수는 2.07명으로 다시 늘기는 했지만, 출산 계획이 실제 늘었다기보다는 갓 결혼한 신혼부부의 막연한 계획이 다소 과다하게 잡힌 것 같다는 게 통계청의 분석이다. 이보다는 오히려 2010~2015년 부부의 기대 자녀 수가 0명인 비중이 8.2%로 역대 최대인 점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통계청은 지적한다. 무자녀 비중이 늘고 있는 추세가 앞으로 더 강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결혼 뒤 첫아이를 낳기까지 걸리는 첫 출산간격은 1975~1979년 1.5년에서 2000~2004년 1.84년까지 늘어났다. 2010~2015년 1.26년으로 급격히 감소했는데 이는 초혼 연령이 29.4세로 역대 최고를 기록한 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결혼이 늦어지자 아이를 상대적으로 빨리 낳는 ‘따라잡기 효과’(Catch-up effect)가 작용한 것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서울(1.75년), 경기(1.66년), 세종(1.63년)의 첫 출산간격(2015년 기준)이 긴 것도 흥미롭다. 통계청은 “이 지역의 비싼 주거비용과 높은 맞벌이 비중”에서 원인을 찾았다. 시군구별로는 서울 용산구(1.94년), 서초구(1.90년), 강남구(1.87년) 간격이 긴 점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첫째 출산에서 막내 출산까지의 기간을 의미하는 소요기간은 빠르게 짧아지는 추세다. 1950~1954년 부부는 11.4년이었지만 ▲1970~1974년 4.9년 ▲2005년~2009년 3.2년 ▲2010~2015년 2.2년으로 급격히 단축됐다. 그만큼 아이를 적게 낳는다는 의미다.

20~24세 취업자 비중은 남성 31.7%, 여성 43.1%로 여성이 더 높다. 하지만 30~34세로 옮겨 가면 남성 87.1%, 여성 59.8%로 역전된다. 20대에 많이 취직했던 여성들이 결혼 뒤 임신·출산 등의 부담이 가중되면서 30대 초반에 결국 일을 포기하고 ‘경단녀’(경력단절여성)가 되는 것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무자녀 비중이 늘고 기대 자녀 수는 줄어드는 등 저출산의 덫에 빠졌다”면서 “국가 차원의 출산율 제고 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2017-11-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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