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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시진핑 특사’ 홀대…北·中, 김정은 면담 여부에도 침묵

北 ‘시진핑 특사’ 홀대…北·中, 김정은 면담 여부에도 침묵

이창구 기자
이창구 기자
입력 2017-11-20 17:56
업데이트 2017-11-20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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쑹 특사 방북 마치고 베이징 귀국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로 평양을 방문한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3박4일간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20일 오후 베이징에 도착했다. 그러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만났는지에 대해서는 북한과 중국 모두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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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특사’로 북한을 방문한 쑹타오(맨 오른쪽)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20일 지재룡(오른쪽 두 번째) 주중 북한대사의 마중을 받으며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 귀빈 통로를 통해 빠져나오고 있다. 쑹타오 부장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만났는지에 대해서는 북한과 중국 모두 밝히지 않았다. 베이징 연합뉴스
‘시진핑 특사’로 북한을 방문한 쑹타오(맨 오른쪽)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20일 지재룡(오른쪽 두 번째) 주중 북한대사의 마중을 받으며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 귀빈 통로를 통해 빠져나오고 있다. 쑹타오 부장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만났는지에 대해서는 북한과 중국 모두 밝히지 않았다.
베이징 연합뉴스
 지난 17일 방북했던 쑹타오 부장은 이날 오후 6시 20분쯤(현지시간) 중국 국제항공편을 이용해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에 도착한 뒤 귀빈실을 통해 전용 차편으로 빠져나갔다.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 특사가 방북 기간에 북한 관료들과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해 쑹 부장의 방북을 계기로 북·중 간에 북핵 문제가 논의됐음을 시사했다. 신화통신은 또 “중국 공산당과 북한 노동당은 오늘(20일) 양당 간의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소통과 협력 강화를 약속한 주체를 적시하지 않아 김정은과의 면담을 확인할 수 없었다.
 쑹 부장은 방북 첫날인 17일 최룡해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그 다음날인 18일 리수용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과 각각 만나 양당 및 양국 간 공동 관심사를 논의했다. 19일에는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참배하고 전통적 북·중 관계의 상징인 ‘우의탑’을 찾아 헌화했다.
 만일 김정은 위원장이 쑹타오 특사를 만나지 않았다면 이는 김 위원장이 시진핑 국가주석을 대놓고 무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시 주석의 구두 메시지나 친서를 지닌 중국 특사를 받기로 한 것은 김 위원장과의 면담을 전제로 한 것었는데, 정작 면담을 하지 않았다면 문전박대한 꼴이 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양국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게 된다. 시 주석은 김정은과 북한에 대한 입장을 확실히 정리하고, 그동안의 대북 제재보다 훨씬 강경한 제재를 할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이 쑹타오가 떠나기 직전인 20일에야 겨우 만났다고 하더라도 중국으로서는 홀대를 받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과거 제17차 당대회가 끝난 직후인 2007년 10월 29일 류윈산(劉雲山) 당시 중앙선전부장을 특사로 파견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다음날 곧바로 류 부장을 만났다. 제18차 당대회 직후인 2012년 11월 29일에도 중국은 리젠궈(李建國) 당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주임을 특사로 보냈고,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다음날 리젠궈를 만났다.

 북한의 행태는 다른 공산주의 국가와도 차이가 난다. 쑹타오는 방북 전인 이달 초 제19차 당대회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베트남과 라오스도 들렀다. 이때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인 응우옌푸쫑과 라오스 인민혁명당 서기장인 분냥 보라칫은 쑹타오가 도착하자 곧바로 회담을 하며 융숭하게 대접했다.

 북한의 쑹타오 홀대가 중국의 홀대에 따른 맞대응이라는 시각도 있다. 17차 때의 류윈산과 18차 때의 리젠궈는 중국 공산당의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원 신분이었으나, 쑹타오는 한 단계 아래인 중앙위원이어서 중국이 먼저 특사의 급을 낮췄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은 유엔의 대북 제재에 중국이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에 상당한 불만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중국이 제시한 북핵 해결 방안인 쌍중단(북한 핵·미사일 실험과 한·미의 군사훈련 중단)도 반대하고 있다. 한대성 주제네바 북한대표부 대사는 지난 17일 “쌍중단은 현실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문성모 주태국 북한대사도 20일 태국 영자지 더 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 “유엔 연설에서 북한을 절멸시키겠다고 선언한 리더(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와 어떻게 대화를 하겠느냐”면서 “대화는 미국이 북한에 대한 공격 계획을 철회하는 데 동의해야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2017-11-2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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