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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줄날줄] ‘찬란한 세계’/황성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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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ㅣ 수정 : 2017-11-16 01:10 씨줄날줄 섹션 목록 확대 축소 인쇄
러시아의 한국학 뿌리는 깊지 않지만, 불모의 땅에 씨를 뿌려 일구고 키운 대모(代母)라고 하면 나탈리아 바자노바(1947~2014년) 박사를 꼽는데 누구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주한 러시아대사인 알렉산드로 티모닌은 “한국학의 기본이 되는 바자노바의 저작은 학생과 교수, 동양경제학자, 특히 북한 경제와 러시아와 한국의 관계 발전을 다루는 러시아 외무부 관계자들 책상에 없어서는 안 될 자산”이라고 그의 업적을 높게 평가한다.
그는 평생에 걸쳐 31권의 단독 연구서, 30여권의 공동 연구서, 420편의 학술 논문을 통해 남한과 북한을 다뤘다. 바자노바는 70년대 말부터 80년대 초반 북한을 한반도의 유일한 정권으로 인정했던 소비에트 시절 “남한을 주권국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용기 있는 주장을 폈다. 소련의 정부 기관 비공개회의는 물론 학술회의와 저서, 논문을 통해 계속해 온 이런 주장은 사회주의 외교의 물꼬를 튼 1990년 한·러 수교의 기틀이 됐다.

그가 67세의 나이에 세상을 뜨자 수많은 학자와 외교관을 길러 낸 그를 추모하기 위해 러시아에서 2015년 출간된 책이 ‘찬란한 세계’이다. 그의 ‘한국 사랑’을 아는 지인들이 한국어판 출간을 희망했고, 러시아 전문교육기관 뿌쉬낀하우스 김선명 대표가 지난 14일 ‘러시아의 한국학자 바자노바 박사의 찬란한 세계’를 펴냈다. 343쪽의 한국어판은 러시아 원서를 토대로 바자노바의 대표적 논문인 ‘북한과 한·러 관계’와 서울신문 등에 기고했던 한국어 칼럼, 전·현직 러시아 외교관과 학자, 한국인 지인들의 추모와 회고, 사진을 넣어 새롭게 편집했다.

주한 러시아대사관에서 출판기념회도 열렸다. 기념회의 주역은 고인이 된 바자노바였지만 고인을 사랑한 연인으로, 학문의 동반자로, 외교관 부부로 살아온 평생의 동지인 예브게니 바자노프 러시아 외교부 외교아카데미 원장이 바자노바를 대신해 그 자리에 섰다. 바자노프와 바자노바의 인연은 196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러시아 최고의 국립 국제관계대학인 므기모의 입학시험날 미모의 바자노바에게 한눈에 반한 바자노프였다. 그들은 결혼해 어디에 있든 언제나 한몸이었다. 지향도 비슷해 바자노프가 쓰는 글을 남들은 부인이 써 줬다고 할 정도였다. 그런 농담을 들으면 바자노프는 부인의 학문적 깊이를 인정해 주는 칭찬으로 여기고 “기분 좋은 말”이라고 넘겼다.

67년간을 쉴 틈 없이 조국 러시아와 한반도를 바라보며 살아온 바자노바의 ‘찬란한 세계’는 러시아와 우리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즐거운 창이다.

marry04@seoul.co.kr
2017-11-1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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