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특파원 생생 리포트] 람보르기니 쇼·최고급 카페… 캠퍼스야 쇼핑몰이야?

[특파원 생생 리포트] 람보르기니 쇼·최고급 카페… 캠퍼스야 쇼핑몰이야?

이창구 기자
이창구 기자
입력 2017-11-10 17:36
업데이트 2017-11-11 00:18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中 대학가 상업화 뜨거운 논란

강의동까지 의상실·베이커리 들어서
패스트푸드에 부동산 회사까지 입주
“캠퍼스의 낭만 사라져 아쉽다” 토로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강의동에 들어선 고급 카페.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강의동에 들어선 고급 카페.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베이징대 강의동 1층 상가에는 옷가게 등이 들어서 마치 쇼핑몰 분위기를 연출한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베이징대 강의동 1층 상가에는 옷가게 등이 들어서 마치 쇼핑몰 분위기를 연출한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지난 9월 베이징대에서 국제관계학 석사과정을 시작한 유학생 문모(26·여)씨는 요즘 캠퍼스의 변화에 적응하느라 바쁘다. 이 대학에서 학부를 졸업한 뒤 2년 동안 한국에 있다가 다시 찾은 캠퍼스가 낯설기 때문이다.

가장 큰 변화는 강의동 건물마다 카페와 베이커리는 물론 고급 의상실까지 생겼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학생회관에 주로 모여 있던 식당과 상점이 강의동에까지 들어온 것이다. 최고급 인테리어로 치장한 카페와 식당의 음식값은 2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비싸졌다. 예전에는 학생증카드 하나만 있으면 모든 편의시설 이용이 가능했지만, 새로 입주한 상업시설 중에는 학생증카드를 쓸 수 없는 곳이 많다. 문씨는 “학교가 쇼핑몰로 변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강의동 한쪽에 자리잡았던 책방도 모두 사라졌다. 도서관 옆에서 수십년 동안 자전거 수리를 해 주던 아저씨도 더이상 보이지 않는다. 빌딩이 리모델링된 이후 임대료가 10배 이상 올라 영세한 책방이나 자전거 수리점이 더는 버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문씨는 “예전에는 10위안(약 1700원)이면 점심 한 끼를 먹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스타벅스 커피 한 잔 가격이 30위안이나 된다”면서 “명품점도 많이 입주해 학생들 사이에 위화감도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베이징대 홈페이지 학생 게시판에도 학교의 상업화에 대한 토론이 끊이지 않는다. 한 학생은 “중앙도서관의 자전거 아저씨가 쫓겨났고, ‘민주과학관’의 상징이었던 은행나무 숲도 사라졌으며, 여자 기숙사를 지켜주던 고양이들도 자취를 감췄다”면서 “이게 과연 ‘고품격 캠퍼스’인가”라고 비판했다. “지저분한 건물을 새로 단장하고 편의시설이 많아져 좋다”는 학생도 있지만, 고학년생들은 대부분 사라져 가는 캠퍼스의 낭만을 아쉬워하고 있다.

대학의 상업화는 비단 베이징대만의 현상이 아니다. 베이징대 옆에 있는 칭화대는 최근 신축한 건물 이름을 호주의 캐주얼 의류 브랜드인 ‘진스웨스트’로 결정했다. 학생들은 “진스웨스트가 도대체 학교에 얼마를 줬기에 건물 이름까지 팔아 먹었느냐”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 9월 지린대 운동장에서 여학생들이 모델로 참여한 모터쇼가 열리고 있다. 바이두 캡처
지난 9월 지린대 운동장에서 여학생들이 모델로 참여한 모터쇼가 열리고 있다.
바이두 캡처
지난 9월 지린대 운동장에서는 모터쇼가 열려 사회적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시 업체는 여학생들을 모터쇼 모델로 고용했다. 중국 언론들은 “학문을 추구해야 할 대학이 허영심만 부추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시안대 안에 입주한 부동산 회사는 대학 캠퍼스를 부동산 광고로 도배하기도 했다. 화중과기대에는 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 음식점들이 입주한 거대한 상가 건물이 세워졌다.

베이징 유력지 신경보는 “대학 교재에는 이미 다양한 광고가 붙기 시작했고,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할부금융이 캠퍼스에서 번창하고 있다”면서 “상업화의 기세 속에 ‘지성의 전당’이란 구호는 옛말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2017-11-11 17면

많이 본 뉴스

  • 4.10 총선
저출생 왜 점점 심해질까?
저출생 문제가 시간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인구 소멸’이라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저출생이 심화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녀 양육 경제적 부담과 지원 부족
취업·고용 불안정 등 소득 불안
집값 등 과도한 주거 비용
출산·육아 등 여성의 경력단절
기타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