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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282조원 통 큰 선물…작년 대미 무역흑자 돌려준 셈

시진핑, 282조원 통 큰 선물…작년 대미 무역흑자 돌려준 셈

김규환 기자
입력 2017-11-09 22:46
업데이트 2017-11-10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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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대규모 투자·구매계약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통 큰’ 선물을 안겼다. 유엔 대북제재 이행 미흡과 미·중 무역 불균형 문제로 압박하던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을 피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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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확대정상회담
美·中 확대정상회담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세 번째)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왼쪽 다섯 번째) 중국 국가주석이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확대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관련해 훌륭한 논의를 했다. 북한 문제에 해결책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중·미 양국은 한반도 및 아프가니스탄 등 주요한 국제·지역 문제에 대한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베이징 AFP 연합뉴스
중국과 미국 기업들은 9일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기간 동안 2530억 달러(약 282조 5000억원) 규모의 투자·구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는 중국이 추산한 지난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 2540억 달러와 비슷하다.
중국석화(中國石化·SINOPEC)는 이날 430억 달러 규모의 미 알래스카주의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프로젝트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스마트폰 업체 샤오미(小米) 등 3개사는 미 퀄컴으로부터 3년간 120억 달러어치의 반도체칩을 구매하기로 했다. 중국 항공기재(器材)그룹(CAS)도 미 보잉사로부터 370억 달러 규모의 항공기 300대를 대량 구매하기로 합의했다고 중국 중앙(CC)TV가 전했다.

이날 미·중 기업 간 대규모 거래 타결 소식이 전해진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기업 대표회의 연설에서 중국에 대한 공격 수위를 낮췄다. “가장 큰 위협은 북한이고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중국도 역할이 있고, 중국과 시 주석이 행동을 취하기를 호소한다”는 정도에 그쳤다. 그러면서 “만약 시 주석이 이 문제(북핵 문제)에 주력한다면 꼭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며 중국을 직접 압박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에 대북 원유공급 중단 등 고강도 조치를 요구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미·중 공동기자회견에서조차 북핵 해법을 둘러싼 미·중 간 갈등은 드러나지 않았다. 중국의 ‘통 큰’ 선물이 미국의 공격을 무디게 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무역 불균형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관계가 매우 중요하며 우리가 방금 체결한 협정은 미국에 거대한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라면서도 “더 많은 미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 진입해 경쟁할 수 있게 해야 하며 미국 기업의 지적재산권 보호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시 주석은 “미·중 간의 경제무역협력이 빠르게 성장하며 무역 갈등이 생기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시 주석은 “미·중 간 이견이 있는 것은 이상하지 않으며 제일 중요한 것은 통제 및 관리하는 데 있다”면서 “서로 주권과 영토, 사회제도를 존중하고 구동존이(求同存異·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같은 점을 찾는 것) 및 협력을 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날 체결된 미·중 기업들 간의 다수의 거래가 계약이 아니라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MOU) 형태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중국과의 거래에서 불균형을 해결하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사이 논의의 중심이었다”며 “기업들이 공정하고 상호 호혜적인 대우를 받는 것이 공동 목표”라고 말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2017-11-1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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