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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입은 과학, ‘체험형 과학관’이 만든다

예술 입은 과학, ‘체험형 과학관’이 만든다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17-11-07 17:34
업데이트 2017-11-08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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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예술 ‘창조성 기반’ 공통점

대중·과학 만나는 과학관 중요
스미스소니언, 복합형 전시·연구
영국 런던 과학박물관(과학관)은 단순히 전시품만 진열해 놓은 것이 아니라 각종 과학강연, 과학실험, 체험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갖추고 있어서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즐겨 찾는 곳이다.  영국 런던과학관 제공
영국 런던 과학박물관(과학관)은 단순히 전시품만 진열해 놓은 것이 아니라 각종 과학강연, 과학실험, 체험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갖추고 있어서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즐겨 찾는 곳이다.
영국 런던과학관 제공
“예술과 과학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창조, 아니 그보다는 창의성을 촉발하는 추진력, 예술에서 말과 소리, 빛깔과 선과 형태가 자아내는 전율은 현실을 초월하는 과학적 가정의 대담함에서도 느낄 수 있다.” (페데리코 마요르 사라고사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

많은 사람이 미술과 음악, 문학 같은 예술작품들과 과학은 별개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지만 과학과 예술은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

서양 의학의 선구자인 히포크라테스가 한 말로 알려진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경구에서는 물론 기술을 말하는 영어 ‘테크놀로지’(technology)의 어원만 봐도 그렇다. 기술과 예술을 말하는 그리스어 테크네(tekhne)는 로마로 넘어가 아르스(ars)라는 단어로 바뀌었다가 나중에 영어에서 예술을 의미하는 아트(art)와 기술을 말하는 테크놀로지(technology)로 분리됐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예술가와 과학자들의 생각이나 작업 방식도 유사하다.

20세기 초 저명한 예술철학자 베네데토 크로체는 “예술의 핵심은 통찰이자 직관이며 예술작업의 본질적 특징은 창조성”이라고 강조했다. 예술이라는 것이 보통 사람들이 보지 못했던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며 익숙한 사물과 사건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도록 하는 작업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런던시청 건물처럼 독특한 형태는 과학 기술과 예술적 상상력이 더해져 만들어진 것이다. 전혀 별개의 분야처럼 생각되던 과학 기술과 예술이 만나 놀라운 결과를 내는 사례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영국 런던시 제공
런던시청 건물처럼 독특한 형태는 과학 기술과 예술적 상상력이 더해져 만들어진 것이다. 전혀 별개의 분야처럼 생각되던 과학 기술과 예술이 만나 놀라운 결과를 내는 사례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영국 런던시 제공
과학자들 역시 연구 대상을 이제까지와는 다른 차원에서 색다른 표현으로 설명하는 방식을 발견하는 데 익숙하다. 이런 점을 보면 과학과 예술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음악과 미술, 문학 등 예술작품과 과학은 서로의 공통점을 찾아 설명의 도구로 삼으려는 시도가 많아지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대중과 과학의 접점에 있는 과학관(science museum)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모색하기 위한 종합학술대회가 9~10일 이틀 동안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열린다. 올해 심포지엄은 ‘과학관에서 예술을 읽다’는 주제로 전 세계 11개국의 과학관 및 과학문화 전문가들의 기조강연과 116편의 학술논문 발표가 진행될 예정이다.

기조연설에 나서는 사라 더칸 아일랜드 사이언스갤러리 국제분야 디렉터는 “뛰어난 예술 작품이나 새로운 과학이론, 발명품은 기존에 존재했던 생각들의 경계면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과학과 예술이 충돌하는 접점에서 창의성과 아이디어가 촉진되고 혁신은 기존 분야의 경계에서 발생되는 만큼 과학박물관들은 미술관으로서 역할도 함께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피 비체리에 프랑스 파리 유니버사이언스 국제협력 디렉터 역시 “최근 예술과 과학의 통합을 위한 다양한 노력은 인간의 창조적 능력의 융합, 예술적 창조, 과학적 발명의 생산적 관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고 있다”며 “과학관은 단순히 관람객을 받는 관광장소나 테마파크 같은 곳이 아니라 과학기술인, 전시전문가, 예술가, 대중 간의 만남을 활성화시켜 사람들의 호기심과 경이감을 자극해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한 임무”라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스미스소니언 자연사 박물관은 세계 4대 박물관에 손꼽힐 정도로 규모가 크고 소장품이 풍부해 관람객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영화 ‘박물관은 살아 있다’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미국 스미스소니언재단 제공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스미스소니언 자연사 박물관은 세계 4대 박물관에 손꼽힐 정도로 규모가 크고 소장품이 풍부해 관람객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영화 ‘박물관은 살아 있다’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미국 스미스소니언재단 제공
이런 과학관의 역할을 가장 잘하고 있는 곳으로 꼽히는 곳은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이다. 영화 ‘박물관은 살아 있다’의 촬영 장소로도 잘 알려져 있는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은 국립자연사박물관을 비롯해 역사기술박물관, 항공우주박물관, 동물원 등 19개 박물관과 미술관, 도서관을 포괄하는 종합박물관으로 세계적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은 전시자료나 소장자료의 방대함은 물론 수장고(收藏庫)에 있는 전시물들을 활용해 다양한 특별전을 개최할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자료의 발굴과 수집, 전문적이고 학술적인 조사연구까지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적인 과학저널인 네이처나 사이언스 등에도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소속 연구자들이 참여한 연구논문이 자주 눈에 띄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과학관은 여전히 체험보다는 전시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과학과 예술의 융합은커녕 어린아이들이 한두 번 방문한 뒤 다시 찾으려 하지 않는 장소가 된 지 오래다.

한스 마틴 힌즈 전 국제박물관협회 회장 같은 전문가들은 “과학관은 경험을 바탕으로 발전하는 과학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곳이기 때문에 다른 역사유물이 전시된 박물관들과는 달리 체험형 전시물들이 많아야 한다”면서 “과학관은 단순히 고품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기능 이외 사회적 책무와 최신 학문적 트렌드까지 반영할 수 있는 복합적 기능을 갖춘 공간이 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17-11-08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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