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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광장] 희생 없이 이루어진 국가는 없다/유종필 서울 관악구청장

[자치광장] 희생 없이 이루어진 국가는 없다/유종필 서울 관악구청장

입력 2017-11-05 17:50
업데이트 2017-11-05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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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필 관악구청장
유종필 관악구청장
“오늘의 대한민국은 누군가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희생 없이 이루어진 국가는 없습니다. 보훈은 나라의 근간입니다. 낡은 보훈회관에 승강기가 없어서 힘겹게 계단을 오르시는 어르신을 보고 가슴 아팠는데, 유공자의 명예에 걸맞은 보훈회관을 지을 수 있어 기쁘고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지난달 보훈회관 기공식에서 인사말을 하니 연신 눈물을 찍어내는 분들이 눈에 띄었다. 그날따라 가슴에 달린 노병의 자부심인 훈·포장들이 더욱 반짝였다.

관악구에는 상이군경회, 전몰군경유족회 등 9개 보훈단체가 있고 유공자 수는 6700여명이다. 과거 보훈회관은 40년이 지나 노후한 데다 세 곳으로 분산돼 있었다. 당장 불편한 것도 문제지만, 초라한 보훈회관은 유공자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식 보훈회관을 마련할 수 없을까 고민했다. 그러나 당시는 국가적으로 사회복지가 대폭 확대되던 때였다. 법으로 신설되는 법정 분담금을 대기에도 빠듯한 실정이라 새로운 사업은 엄두도 내기 힘들었다. 우선 단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해 애로사항을 직접 듣고 최대한 반영했다. 매년 1회씩 지급되던 위문금을 2회로 늘렸다. 몇 년 뒤 3회로 늘리고 사망위로금도 신설했다. 물질적인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보훈의 가치에 대해 인식하고 유공자들의 공로를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새 보훈회관 건립은 결단 없이는 불가능했다. 우선 건립 선언부터 하고 구 소유의 재활용센터를 보훈회관 부지로 선정했다. 큰 문제를 자체 해결하니 국비와 시비 지원이 따라왔다. 보훈단체의 대표들과 건축 전문가들로 건립자문회를 구성하고 구청장이 직접 위원장을 맡았다. 이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편의시설을 보강하고, ‘보훈나무’라는 상징성을 외관에 담아 품격을 높였다.

미국 워싱턴의 내셔널 몰에는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기념 조형물이 있다. 보훈 유공자들이 오늘의 미국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미국의 심장인 워싱턴이라는 도시 전체가 보여 주고 있다. 한국전쟁 기념비에는 ‘자유는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FREEDOM IS NOT FREE)고 큰 글씨로 씌어 있다. 누군가의 희생 위에 오늘의 자유가 있다는 당연한 이야기다. 선진국일수록 국가를 위해 희생한 유공자들에 대한 예우가 극진하다. 수십 년 전 전사자의 유해를 찾아 송환하기 위해 어떤 대가라도 지급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보훈회관 기공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보훈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지길 바란다.
2017-11-06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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