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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메달 내가 쏜다] 엄마 나라 위해…만년설 달리는 ‘부산 사나이’

[평창 메달 내가 쏜다] 엄마 나라 위해…만년설 달리는 ‘부산 사나이’

입력 2017-11-06 00:42
업데이트 2017-11-06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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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스키 크로스컨트리 김마그너스

“메달을 따면 억수로 좋지예.”

‘부산 사나이’ 김마그너스(19·스키 크로스컨트리)는 요즘 젊은이답게 진지한 자리에선 사투리를 많이 섞지 않지만 분위기만 타면 금세 달라진다. 고향 억양이 그대로 묻어난다. 노르웨이 태생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이국적 외모를 가졌지만 숨길 수 없다. 통역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거의 완벽한 한국어를 구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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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전지훈련 도중 잠시 귀국한 스키 크로스컨트리 국가대표 김마그너스(맨앞)가 지난 4일 부산 영도대교에서 지역 청소년 스키 기대주들과 나란히 줄을 지어 롤러 스키를 타며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를 봉송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오스트리아 전지훈련 도중 잠시 귀국한 스키 크로스컨트리 국가대표 김마그너스(맨앞)가 지난 4일 부산 영도대교에서 지역 청소년 스키 기대주들과 나란히 줄을 지어 롤러 스키를 타며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를 봉송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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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0일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동계아시안게임 스키 남자 크로스컨트리 1.4㎞ 스프린트 우승을 차지한 뒤 태극기를 몸에 두른 채 눈을 감고 기쁨을 만끽하는 김마그너스. 교도 연합뉴스
지난 2월 20일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동계아시안게임 스키 남자 크로스컨트리 1.4㎞ 스프린트 우승을 차지한 뒤 태극기를 몸에 두른 채 눈을 감고 기쁨을 만끽하는 김마그너스.
교도 연합뉴스
2주 전부터 고지대 훈련 중인 오스트리아 람사우에서 잠시 귀국해 부산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성화 봉송에 힘을 보탠 그는 5일 ‘스케줄에 차질을 빚지 않느냐’는 물음엔 “나는 부산을 대표해 뛰는 선수다”는 현답을 내놨다. 그는 “올림픽에서 잘하고 싶은 욕심을 더 간절하게 느끼게 됐다”며 활짝 웃었다. 또 “국가대표이고 한국에도 아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더욱 자주 오고 싶다. 하지만 크로스컨트리 훈련을 하기에는 노르웨이가 적합하다. 올림픽까지는 어떻게 해야 선수로서 발전할 수 있는지만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한국과 노르웨이를 오가는 게 고달프다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기량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이런저런 희생이 필요하기 때문에 담담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마그너스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고지대 특별훈련에 비지땀을 쏟고 있다. 올해에만 2~3주씩 세 번에 걸쳐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지의 고산지대를 다녀왔다. 해발 1700~1800m에서 지내다 곤돌라를 타고 2700m 고지로 올라가면 만년설을 만나며 남다른 각오를 다지곤 했다. 그는 “지난여름 고지대 훈련을 다녀온 뒤 체내 혈액량을 쟀더니 0.5ℓ 정도 늘었다. 확실히 고지대 훈련의 효과를 봤다”며 “고지대 훈련을 많이 하면 혈액량과 함께 적혈구의 양도 늘어 좋다. 몸에 산소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져 기록 향상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김마그너스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90일 남짓 앞으로 다가선 평창동계올림픽 메달 유망주로 꼽힌다. 본인은 아직 부족하다고 손사래를 치지만 국제 대회에서 잇달아 가파른 상승세를 뽐내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지난 2월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크로스컨트리 남자 1.4㎞ 스프린트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으며, 2016 릴레함메르 동계 유스올림픽에서도 2관왕(크로스 프리, 10㎞ 프리)에 올랐다.

5일 다시 출국해 오스트리아 람사우 고지대에서 1주일 정도 더 시간을 보낼 참인 그는 “평창에서 메달을 따는 상상을 많이 한다”며 또 웃었다. 주변에서 메달에 대한 기대감을 잇달아 얘기하지만 부담을 안 가지려고 무척 애쓴다고 한다. 그는 “만약 실제로 메달을 목에 건다면 비현실적이라는 느낌을 갖지 않을까 싶다. 동계아시안게임 때도 그랬다”고 되뇌었다. 국민들의 꿈을 향해 달리겠다는 의지가 마지막 말에 담긴 듯했다.

“솔직히 많이 모자라긴 하지만 큰일을 저지를 수도 있습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7-11-0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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