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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교회에도 ‘미투’ 파문…성공회 女성직자 피해 폭로

영국교회에도 ‘미투’ 파문…성공회 女성직자 피해 폭로

입력 2017-11-02 10:15
업데이트 2017-11-02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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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도 과거 피해사실 폭로…“성폭력 전담독립기구 설치해야”

미국 할리우드의 거물급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여배우 성폭력 폭로로 시작된 사회 각계의 피해 사실 폭로 움직임이 영국 교회로까지 번졌다.

성폭력 피해 여성들이 자신의 피해사례를 고발하는 이른바 ‘미 투(#MeToo) 캠페인’에 영국성공회 여성 주교와 일반 성도가 가세하면서 교회 내에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독립적인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최근 영국성공회 소속 도킹의 여성 주교인 조 베일리 웰즈를 비롯해 교회 내 전 계급에 걸쳐 성직자들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여성들의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성공회 시노드(synod·교회의 주요 문제를 논의·해결하기 위해 개최되는 자문기구 성격의 회의)의 여성 고위 관계자로 올해 동성애자임을 고백한 제인 오잰은 1990년대에 성공회 성직자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백했다.

오잰은 “그가 성직자였기 때문에 나는 그를 믿었다. 수치와 죄책감 때문에 오랜 세월 나는 침묵을 지켰다”며 이후 어느 주교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놨지만, 그는 “그만 잊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최근 목사 안수를 받은 ‘헬렌’이라는 익명의 여성 성직자는 남성 성직자 2명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고 다른 여성을 성추행한 또 다른 성직자를 알고 있다고 털어놨다.

헬렌은 블로그에서 “개인적인 경험과 관찰을 통해 나는 우리 교회 내에도 와인스틴 같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안다”며 “우리 중에는 여성이 삶에서 가장 힘든 시기에 ‘목회자의 우수한 기술’을 악용해 그들을 유혹하고 이를 기회로 감정적·성적으로 학대하는 이들이 있다”고 폭로했다.

헬렌은 익명으로 이런 사실을 폭로하는 데 대해 “피해자가 어떤 취급을 받는지 알고 마치 그들에게 문제가 있고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것을 가까이에서 지켜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성직자들의 성폭력 문제가 불거지자 성공회 내부에서는 이런 사실을 교회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재발 방지 및 피해자 구제를 위한 독립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글로스터의 주교이자 ‘귀족원’으로 불리는 영국 상원의 첫 여성 구성원인 레이철 트레윅은 “이는 사회의 문제이지 교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게 순진한 것”이라며 “피해자들이 앞으로 나서고 그들의 주장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교회 차원의) 대화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옥스퍼드 세인트메리대학 교목 샬럿 배니스터 파커는 원치 않는 성적인 관심은 “사회내 다른 대규모 조직과 마찬가지로 교회 내에서도 상당한 문제가 되고 있다”며 사회에 도덕적 모범을 보여야 하는 조직답게 교회가 이런 문제를 인정하고 해결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잰도 “권력 남용, 특히 성범죄와 관련된 경우 그 권력구조 내에서는 절대 자체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며 교회 내 독립 기구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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