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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퇴근하면 출근…집안일은 왜 엄마만

[단독] 퇴근하면 출근…집안일은 왜 엄마만

오세진 기자
입력 2017-10-26 23:00
업데이트 2020-11-05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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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하면 뭐가 떠오르나요?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서울신문 특별기획 2017년 대한민국 과로 리포트 <4> 슈퍼우먼 콤플렉스에 짓눌린 워킹맘

기혼여성 설문… “힘들다” 82%
“직장·육아·가사 모두 떠맡아”
남성도 “고달플 것 같다” 대다수
혼자 벌어서는 아이 키우기 힘든 사회에서 ‘워킹맘’(미성년 자녀를 키우며 직장에 다니는 여성)이 236만명까지 늘었지만, 워킹맘에 대한 이미지는 대부분 어두운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에 다녀도 집안일은 여성이 챙겨야 한다’는 인식 탓에 시간 부족과 과로를 호소하는 여성이 많다.

서울신문이 지난 12일부터 21일까지 열흘간 기혼 여성 222명에게 ‘워킹맘’ 하면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물어본 결과 ‘힘들다’(82.4%·복수응답)를 택한 응답 비율이 가장 높았다. 또 ‘정신이 없다.’(67.6%), ‘부담된다’(59.9%), ‘두렵다’(23.9%), ‘불안하다’(16.7%) 등 부정적 어휘를 주로 선택했다. 긍정적 감정 중에는 ‘멋지다’(53.6%)와 ‘보람 있다’(32.4%)의 선택 비율이 높았지만 부정 어휘 선택률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이번 조사는 온라인으로 진행됐으며 포털사이트와 인터넷 카페, 블로그, 트위터 등에 올라온 글을 분석해 ‘워킹맘’과 함께 자주 쓰이는 긍정·부정 감정 어휘를 10개씩 추리고 이를 기혼 남녀에게 제시한 뒤 선택하도록 했다.

‘힘들다’를 선택한 30대 여성은 “너무 힘들고 말도 안 되고 부당한 위치다. 직장과 임신, 출산, 육아, 교육, 가사노동을 모두 떠맡아야 한다. (육아) 도우미 채용이나 관리도 여자 몫”이라고 말했다. ‘부담된다’를 선택한 한 30대 여성은 “워킹맘은 슈퍼우먼이 돼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맞벌이해도 아이와 관련된 일은 엄마가 돌봐야 한다는 고정관념 탓에 워킹맘이 죄인이 되는 분위기”라고 답했다.

남성들도 워킹맘이 이중 노동 속에서 고달플 것 같다고 느꼈다. 기혼 남성 129명은 같은 질문에 ‘힘들다’(76.0%·복수응답)를 가장 많이 떠올렸고 ‘부담된다’(55.0%), ‘정신이 없다’(51.2%)가 뒤를 이었다. ‘멋지다’(38.8%), ‘자랑스럽다’(31.0%)라는 응답은 뒷순위로 밀렸다. 한 40대 남성 응답자는 ‘힘들다’를 선택하며 “일과 양육을 모두 잘해 내기엔 정부 정책이 빈약하고 사회적 시선도 냉담한 게 사실”이라고 답했다.

돌봄·가사노동을 전담하는 ‘전업맘’에 대한 인식은 성별로 엇갈렸다. 기혼 여성 응답자들은 전업맘 하면 떠오르는 감정으로 ‘힘들다’(50.9%·복수응답), ‘우울하다’(49.1%), ‘외롭다’(45.0%) 등 부정적 단어를 떠올렸고 가장 와닿는 감정 하나만 택해 달라는 질문에는 ‘불안하다’(17.6%)를 꼽았다. “자신의 불안정한 미래, 경력 단절, 친정 부모에 대한 미안함, 사회적 자아의 상실감 등으로 불안해하는 경향이 크다”는 이유를 들었다.

반면 남성 응답자 다수는 전업맘이 ‘행복하다’(44.2%·복수응답)고 생각했다. 또 전업맘 하면 떠오르는 가장 와닿는 감정으로는 ‘부럽다’(11.6%)를 택했다. “가정일만 해서”, “자유시간이 있어서” 등의 이유를 댔다.

비영리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의 이고은 공동대표는 “여성의 경우 집안일과 육아를 전담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또 얼마나 우울한 일인지 잘 알지만 이런 경험 자체가 적은 남성들의 경우에는 잘 와닿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 사회가 남성에게는 일정한 직업을 갖고 경제활동을 할 것을 기대하는 반면 그 역할로부터 여성을 배제한 결과”이라고 말했다.

특별기획팀 5sjin@seoul.co.kr

유대근·김헌주·이범수·홍인기·오세진 기자

서울신문은 기업과 사회가 노동자에 과로를 강요하거나 은폐하는 현실을 집중 취재해 보도할 예정입니다. 독자들이 회사에서 겪은 과로 강요 사례나 과도한 업무량을 감추기 위한 꼼수, 산업재해 승인 과정에서 겪은 문제점 등 부조리가 있었다면 dynamic@seoul.co.kr로 제보 부탁드립니다.
2017-10-2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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