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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스토리] 음지에서 뜁니다, 평창에서 후배들 웃도록

[스포츠&스토리] 음지에서 뜁니다, 평창에서 후배들 웃도록

김경두 기자
김경두 기자
입력 2017-10-24 18:16
업데이트 2017-10-24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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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올림픽 돕는 前국가대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25일 기준 107일 앞으로 다가왔다. 선수들은 메달 색깔을 바꿀 시간이라는 믿음 아래 막바지 체력과 적응 훈련에 한창 땀방울을 쏟는다. 음지에서 못지않게 땀을 흘리는 이들도 있다.

한때 누구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세계 대회에서 국민 마음을 쥐락펴락하곤 했다. 지금은 주인공들이 마음껏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경기장 곳곳을 점검하며 올림픽 준비에 여념이 없다. 바로 평창조직위원회에서 일하는 국가대표 출신 ‘베뉴(경기장) 매니저’들이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 최연소 금메달리스트 고기현(31)과 전 크리켓 국가대표 박진습(27) 매니저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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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소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고기현 빙상베뉴운영부 매니저가 쇼트트랙 후배들의 선전을 기대한다며 웃고 있다.
최연소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고기현 빙상베뉴운영부 매니저가 쇼트트랙 후배들의 선전을 기대한다며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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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습 평창조직위원회 베뉴운영기획부 매니저가 남은 기간 올림픽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히고 있다.
박진습 평창조직위원회 베뉴운영기획부 매니저가 남은 기간 올림픽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히고 있다.
선수 마음은 선수 출신들이 잘 알아서 그런 걸까.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동계올림픽 쇼트트랙 1500m에서 금메달, 10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고 매니저는 선수들의 부담감이 가장 클 무렵이라고 했다. “그 긴장감과 압박감이 얼마나 대단한지 해 본 사람은 알잖아요. 그런데 지나치면 몸과 마음이 모두 무거워지고 슬럼프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올림픽이라고 해서 특별한 의미를 주지 말고 평상시처럼 해야 합니다”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자신도 그렇게 못해 성적이 들쭉날쭉이었다고 털어놨다. “대회를 앞두고 긴장하는 스타일이어서 특히 가족들이 보는 국내 대회에서 성적이 나오지 않았어요. 그래서 쇼트트랙 후배 선수들을 만나면 이야기를 해주기보다 많이 들어줘요. 긴장하지 말라고 말이죠.”
올림픽 예상 성적에 대해서는 후배들에게 부담을 줄까 봐 “잘할 겁니다”라고 했지만, 메달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커서인지 “잘해야 한다”고 웃었다.

그는 지난해부터 조직위 빙상 베뉴운영부에서 일하고 있다. 쇼트트랙과 피겨스케이팅이 열리는 강릉 아이스아레나 운영과 관련해 매니저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이슈를 조정·협의한다. 오케스트라로 치면 지휘자 역할이다. 그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팀원과 상의해 계획안을 꾸리고, 방향을 정해 나가는 게 참 어렵습니다”라고 말했다. 선수와 조직위 간 소통도 맡는다. “선수 불편이 없도록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하는데, 아무래도 조직위와 경기장 사정을 알다 보니 다 들어줄 순 없습니다. 역지사지가 쉽지만은 않네요.”

그는 개척자로서 후배들에게 다른 길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열여섯 살 때 금메달을 땄고 부상으로 조기에 은퇴할 수밖에 없었다. 10대 때 인생의 단맛, 쓴맛을 모두 봤다고 한다. “다섯 살 때 스케이트를 탄 뒤로 올림픽 금메달이 유일한 목표였어요. 올림픽 이후의 인생 설계가 없었던 거죠. 너무나 긴 인생이 남았는데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그리고 어깨, 팔꿈치 부상은 심각했으니 당시가 인생의 암흑기였죠. 은퇴 이후 뭐든 닥치는 대로 해야 했어요. 경기위원을 지냈던 연맹에서 쇼트트랙 담당자로 재취업도 했습니다. 이젠 바닥을 치는 게 예전처럼 무섭지 않습니다.”

박 매니저는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다. 대학에서 근대5종 선수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선 우리나라 최초의 크리켓 국가대표로 뛰었다. 스키 강사 아르바이트를 한 인연으로 경기도 알파인스키 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지금은 경기장 좌석 안내를 비롯해 관리인력 배치, 유실물 센터를 운영하는 베뉴운영기획부에 몸담았다. 인터뷰 마지막에 소원을 곁들였다.

“우리 선수들이 평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데 작은 도움이라도 되도록 경기장 안팎에서 열심히 뛸게요.”

평창 글 사진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2017-10-25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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