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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風’ 탄 아베… 2020년까지 초장기 집권 길 터

‘北風’ 탄 아베… 2020년까지 초장기 집권 길 터

이석우 기자
입력 2017-10-22 22:58
업데이트 2017-10-23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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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자민·공명당 압승 배경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22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것은 야권의 분열과 대안 세력의 부재 그리고 북한 미사일·핵 실험의 와중에 국민적 안보 불안을 적절하게 활용한 결과다.
22일 오후 8시 NHK가 발표한 일본 중의원 선거 출구조사 결과.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과 연립여당 공명당이 전체 의석 465석 중에 281~336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했다. NHK는 양당이 개헌 발의에 필요한 3분의2 의석인 310석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도쿄 연합뉴스
22일 오후 8시 NHK가 발표한 일본 중의원 선거 출구조사 결과.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과 연립여당 공명당이 전체 의석 465석 중에 281~336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했다. NHK는 양당이 개헌 발의에 필요한 3분의2 의석인 310석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도쿄 연합뉴스
이에 따라 아베 총리와 집권 자민당은 계속 정국을 주도해 나갈 수 있게 됐다. 출구 조사 결과, 특히 자민당은 연립여당 공명당과 함께 최소 281석~최대 336석을 확보할 것으로 보여, 개헌 발의선인 재적 의원 3분의2선인 310석을 넘보고 있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의 희망의 당, 오사카를 기반으로 한 유신의 당도 개헌을 지지하고 있어, 개헌 지지세력이 개헌 발의선을 넘는 것은 확정적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말 자신이 내린 중의원 해산 결정에 따른 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2020년 도쿄올림픽 때까지 총리직을 유지할 초장기 집권의 발판을 굳혔다. 아베 총리의 자민당 총재직은 내년 9월 만료돼 선거를 실시해야 하지만, 아베에 대항할 당내 세력은 현재로서는 보이지 않는다.

선거 승리로 아베 총리는 올 초부터 자신의 발목을 잡아 오던 잇단 ‘학원 스캔들’에서 벗어나 재신임을 과시하면서 상처 난 지도력을 회복할 기회도 얻게 됐다. 학원 스캔들로 지지율이 폭락하면서 위기에 처했던 아베 총리는 북한의 도발이란 안보 불안을 활용하면서 의회 해산이란 승부수를 던져 다시 기사회생하게 됐다.

여당은 다음달 1일쯤 특별국회를 소집해 차기 총리 지명 선거를 할 예정이며 아베 총리를 다시 총리로 추대할 계획이다.

헌법 개정도 이에 따라 힘을 얻고 속도를 내게 됐다. 아베 총리와 자민당은 “시대적 사명” “전후 70년이 지났다”면서 헌법 개정에 강한 의지를 보이며 개헌을 추진해 오다 올 초 잇따라 터진 학원 스캔들 와중에 추동력을 잃고 표류해 왔다. 아베 총리는 헌법 부분 수정을 통해 개헌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자세다. 군대 보유와 교전권을 부인한 현행 헌법을 고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크고 국민적 반대가 많은 상황에서 개헌에 단계적으로 접근하겠다는 전략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5월 헌법 9조에 자위대 근거를 명기해 2020년에 시행하는 방안을 제시했었다.
지난 21일 ‘희망의 당’ 대표인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유세 연설을 마친 뒤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선거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도쿄 EPA 연합뉴스
지난 21일 ‘희망의 당’ 대표인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유세 연설을 마친 뒤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선거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도쿄 EPA 연합뉴스
아베 총리와의 대결구도로 제1야당 지위를 넘보는 신생 야당인 ‘입헌 민주당’의 에다노 유키오 대표가 거리유세를 펼치고 있다. 도쿄 EPA 연합뉴스
아베 총리와의 대결구도로 제1야당 지위를 넘보는 신생 야당인 ‘입헌 민주당’의 에다노 유키오 대표가 거리유세를 펼치고 있다.
도쿄 EPA 연합뉴스
한편 야당은 후보자 난립 등으로 여권에 어부지리를 안기면서 지리멸렬하고 말았다. 고이케 도쿄도 지사의 희망의 당이 선거 직전인 지난달 말 출범하고 제1야당 민진당은 분열하면서 진보적 성향의 인사들이 갈라져 나와 입헌민주당을 결성, 야권 분열이 가속화된 상태였다. 야권은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이 30%대까지 내려앉으면서 정권을 되찾아올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셈이다.

‘희망의 당’은 선거전 초반 ‘태풍의 눈’으로 주목받았지만 고이케 지사의 잇단 실책과 대안 세력으로서의 이미지를 쌓지 못한 채 선거전략 부재 속에서 제1야당이 되는 데 실패했다. 제1야당 민진당의 마에하라 세이지 대표는 당원들이 희망의 당 소속으로도 출마할 수 있도록 했지만, 고이케 지사는 ‘선별적 수용’을 강조해 야권 분열의 재촉한 결정적인 실책을 저질렀다.

반면 고이케 지사의 보수적인 잣대의 ‘사상 검증’에 걸려 ‘희망의 당’에 출마할 수 없게 된 진보 인사들은 따로 입헌민주당을 만들어 예상외로 선전하며 제1야당 자리를 확보했다. 입헌민주당과 에다노 유키오 대표는 향후 일본 정계에서 온건 진보세력의 대표로서 입지를 넓혀 나갈 수 있게 됐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2017-10-2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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