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 식품 질병관계 초기에 밝혀내려면/조윤미 C&I소비자연구소 대표

입력 : ㅣ 수정 : 2017-10-19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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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용혈성요독증후군(햄버거병)에 걸렸다는 주장이 제기된 지 3개월째 접어들고 있다. 현재 피해 아동 5명이 고소장을 제출했고, 검찰은 전문가 자문회의를 두 차례 진행했다. 햄버거병은 주로 덜 익은 고기를 갈아서 조리한 음식을 먹었을 때 ‘O157 대장균’이 원인이 돼 발병한다. 미국에선 1982년 햄버거에 의한 집단 발병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세간의 관심은 식고 있지만 햄버거병 논란과 관련해 짚고 가야 할 점이 있다. 제품이나 식품에 의한 질병이 발생했을 때 초기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체계에 대한 문제다.
조윤미 C&I소비자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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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윤미 C&I소비자연구소 대표

햄버거병이 논란이 되고 나서야 2011~2016년 햄버거병의 원인인 장출혈성대장균(O157 대장균)으로 보고된 환자가 443명이었다는 게 새롭게 드러났다. O157 대장균은 식중독을 일으키는 병원성 미생물 중에서도 매우 치명적인 균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O157 감염증 환자가 5년간 443명이 넘는 동안 역학조사나 원인 규명을 위한 추가 분석은 이뤄지지 않았다. 햄버거병이 논란이 되지 않았다면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5년간의 환자 발생에 대한 조사나 분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질병관리본부는 식품이나 제품으로 인한 질병 발생을 상시로 모니터링할 역할이나 기능이 없다. 질병관리본부는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으로 국가 질병관리 연구기관 중 하나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계기로 감염성 질환 관리 부처로 잘 알려져 있다. 주로 의료 시스템을 지원하는 질병정보, 전염병, 국외 여행, 예방접종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복지부 소관이다 보니 다른 부처 업무에 해당하는 제품 안전이나 식품에서 비롯한 질병 발생에 대해선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것이 질병 발생 초기 단계에서 제품이나 식품과의 연관성을 밝혀내지 못하고 일이 터지고 나서야 뒷조사를 하는 방식이 반복되는 이유다.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해 질병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환자는 최소 4000여명에 이른다. 사망에 이른 것으로 추정되는 환자는 1000여명에 육박한다. 그래도 가습기 살균제는 운이 좋았다. 같은 특성이 있는 환자가 특정 병원에 우연히 모이면서 의사가 의구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중증 폐질환 환자가 여러 병원에 흩어져서 파악이 안 됐거나 의사가 환자를 보고서도 원인 규명 노력을 열심히 하지 않았다면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폐질환은 여전히 원인 미상의 질병으로 남아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미국은 2015년 특정 식품 섭취로 사망에 이르는 대표적인 두 사건을 겪는다. 하나는 사망자 7명이 발생한 캐러멜 사과의 리스테리아 오염 사건이다. 또 하나는 사망자 6명이 발생한 멕시코산 오이의 살모넬라푸나 오염 사건이다. 두 사건 모두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질병관리통제예방센터(CDC)의 공동조사로 밝혀졌다.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질병 발생 통계 등을 상시로 모니터링할 수 있고, 식품이나 제품 안전관리 조직이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어서 가능했다. 우리 질병관리본부도 이런 기능이 상시 가동되지 않으면 제2, 제3의 가습기 살균제, 햄버거병 사태를 겪을 수밖에 없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제품 안전 이슈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기후 변화와 유통기간의 확대, 수입 다변화 등을 고려하면 식품 안전도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초기에 문제를 인지하고, 더 큰 피해가 확산하지 않도록 차단하는 기능을 어떻게 효율적이며 체계적으로 운영하는지가 중요하다. 질병관리본부의 기능을 복지부가 관장하는 업무 영역에 매어 놓고 의료 지원만 하게 해서는 이런 기능을 담아내기 어렵다. 미국처럼 행정안전 부처와 상시적 업무협력이 가능하게끔 하고 각 부처에서 수행하고 있는 위해 평가의 전문성도 높이는 게 우선이다.
2017-10-2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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