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사설] 권력 좇아 풍타낭타 춤추는 검·경

[사설] 권력 좇아 풍타낭타 춤추는 검·경

입력 2017-10-18 23:16
업데이트 2017-10-19 00:55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검찰의 백남기 농민 외인사 결론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착잡하게 한다. 백씨 사인(死因)이 어떻게 정권이 바뀌어서야 밝혀질 수밖에 없었는지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검찰은 2년 전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백씨가 숨진 배경이 경찰의 시위 진압용 살수차 때문이라고 그제 결론지었다. 이 같은 수사 결과와 함께 시위 현장의 살수차 운전 요원 2명과 지휘자였던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과 제4기동단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이 사람의 가슴 윗부분을 향해서는 물대포를 바로 쏴서는 안 되는 살수차 운용 지침을 어겼다고 검찰은 밝혔다. 경찰청은 고인과 유족에게 뒤늦은 애도와 사과를 표명했다.

백씨 사망 논란이 일단락되기까지는 사건 발생 1년 11개월이 걸렸다. 사고 이후 투병 끝에 백씨가 사망하고는 1년 1개월 만이다. 백씨는 열 달 넘게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경찰은 “단계별 살수 운용 규정을 모두 지켰으며, 정당한 공권력을 집행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 백씨가 사망했을 당시를 복기하자면 검찰과 경찰의 행태에는 새삼 참담함이 느껴진다. 청문회까지 열며 사망 원인을 놓고 격론이 벌어진 와중에 백씨가 숨지자 경찰과 검찰은 서울대병원을 에워싸고 시신 부검을 강제 시도하기도 했다. 사건 발생 열 달이 지나도록 수사에는 진전이 없었다. 검찰이 부검 영장을 신청했다가 기각되자 당혹해했던 상황이 눈에 선하다.

그랬던 검찰과 경찰이 안면을 바꿨으니 쓴웃음이 나는 것이다. 검·경의 태도 변화가 어떤 동선을 그려 나갈지 사실상 미리 짐작할 수 있었다고 해도 억지가 아니다. 서울대병원은 새 정권이 들어서기 무섭게 지난 6월 백씨의 사인을 ‘병사’에서 ‘외인사’로 돌연 수정했다. 현장 책임을 떠안은 최모 경장은 백씨 유족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며 최근 백기를 들었다.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어이없는 면죄부를 받고, 지휘에 따랐을 현장 실무자들이 덤터기를 쓰는 상황은 불합리하기 짝이 없다.

무엇이 경찰의 태도와 검찰의 수사 의지를 바꾸게 했는지 따져 묻기조차 민망하다. 바람 따라 물결 따라 검·경이 안면을 바꿔 왔다지만 이번 일은 그 ‘결정판’이다. 집회 현장에서 유명을 달리한 고인과 유가족의 아픔은 무엇으로 갚을 수 있으며, 시위 현장에서의 공무집행 신뢰는 또 어떻게 확보할 수 있겠는가. 이런 수준의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을 서로 갖겠다고 싸우니 한숨이 터질 뿐이다.
2017-10-19 31면

많이 본 뉴스

  • 4.10 총선
저출생 왜 점점 심해질까?
저출생 문제가 시간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인구 소멸’이라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저출생이 심화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녀 양육 경제적 부담과 지원 부족
취업·고용 불안정 등 소득 불안
집값 등 과도한 주거 비용
출산·육아 등 여성의 경력단절
기타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