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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떠돌다 돌아온 일상

10년간 떠돌다 돌아온 일상

조희선 기자
조희선 기자
입력 2017-10-17 23:02
업데이트 2017-10-18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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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없는 공연 ‘십년만 부탁합니다’

‘베이비 블루 스텝’, ‘블랙홀 체어’, ‘더 슈퍼 월드 체어’, ‘A4를 위한 조각’, ‘U.F.O’, ‘농담’….
공연 ‘십년만 부탁합니다’의 주인공인 이주요 미술작가의 작품들은 얼핏 초라하고 보잘것없어 보인다. 하지만 무대 중앙에 놓인 작품들은 조명과 특유의 소리를 머금고 타인의 손에 맡겨진 10년이라는 시간의 고단함과 그 시간을 견뎌낸 단단함을 오롯이 드러낸다. 남산예술센터 제공
공연 ‘십년만 부탁합니다’의 주인공인 이주요 미술작가의 작품들은 얼핏 초라하고 보잘것없어 보인다. 하지만 무대 중앙에 놓인 작품들은 조명과 특유의 소리를 머금고 타인의 손에 맡겨진 10년이라는 시간의 고단함과 그 시간을 견뎌낸 단단함을 오롯이 드러낸다.
남산예술센터 제공
공연 ‘십년만 부탁합니다’의 주인공인 이주요 미술작가의 작품들은 얼핏 초라하고 보잘것없어 보인다. 하지만 무대 중앙에 놓인 작품들은 조명과 특유의 소리를 머금고 타인의 손에 맡겨진 10년이라는 시간의 고단함과 그 시간을 견뎌낸 단단함을 오롯이 드러낸다. 남산예술센터 제공
공연 ‘십년만 부탁합니다’의 주인공인 이주요 미술작가의 작품들은 얼핏 초라하고 보잘것없어 보인다. 하지만 무대 중앙에 놓인 작품들은 조명과 특유의 소리를 머금고 타인의 손에 맡겨진 10년이라는 시간의 고단함과 그 시간을 견뎌낸 단단함을 오롯이 드러낸다.
남산예술센터 제공
공연 ‘십년만 부탁합니다’의 주인공인 이주요 미술작가의 작품들은 얼핏 초라하고 보잘것없어 보인다. 하지만 무대 중앙에 놓인 작품들은 조명과 특유의 소리를 머금고 타인의 손에 맡겨진 10년이라는 시간의 고단함과 그 시간을 견뎌낸 단단함을 오롯이 드러낸다. 남산예술센터 제공
공연 ‘십년만 부탁합니다’의 주인공인 이주요 미술작가의 작품들은 얼핏 초라하고 보잘것없어 보인다. 하지만 무대 중앙에 놓인 작품들은 조명과 특유의 소리를 머금고 타인의 손에 맡겨진 10년이라는 시간의 고단함과 그 시간을 견뎌낸 단단함을 오롯이 드러낸다.
남산예술센터 제공
공연 ‘십년만 부탁합니다’의 출연진 면면이다. 극 중 배역 이름이라고 하기엔 독특한 이들의 정체는 미술작가 이주요(46)가 각종 전시에서 사용한 설치작품들이다.

이 작가는 지난 20여년간 미국, 영국, 독일, 네덜란드 등 여러 나라와 도시를 전전하며 작품 활동을 해왔다. 예술가로서 자신에게 잘 맞는 환경을 찾기 위함이었다. 그처럼 그의 작품들 역시 세상을 떠돌아야 했다. 종이를 올려두기 위한 받침, 그림을 잠시 보관하는 나무로 된 칸막이, 높은 곳에 닿기 위해 필요한 의자 등은 예술 작품으로 ‘대접받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게다가 재료들 또한 종이, 비닐봉투, 스티로폼, 나무 막대기 등처럼 저렴하고 가벼웠다. 문득 작품을 버려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실천은 쉽지 않았다. 고민 끝에 그는 위탁자를 찾아 자신의 작품을 맡겼고, 그 세월이 10년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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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요 미술작가
이주요 미술작가
2007년 김현진(42) 큐레이터와 함께 기획한 ‘십년만 부탁합니다’는 그렇게 탄생했다. 폐기 위기를 모면한 작품 40여점은 전시를 통해 30여명의 위탁자와 만나 10년의 세월을 함께 보낸 뒤 지난해 다시 작가 품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이번 무대에서 주인공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번 공연은 쓸모없이 방치됐을 수도 혹은 특별한 애정을 받았을 수도 있는 이들 작품이 견딘 시간을 조명한다. 5명의 출연자가 작품을 직접 실어 나르거나 어떤 장면에서는 작품을 옮기기 위한 구름다리와 기중기까지 등장한다. 사운드 아티스트 그룹 ‘FEN’의 멤버 류한길, 유엔 치와이가 작업한 특유의 사운드가 작품의 재료와 질감을 부각해 작품이 마치 살아 있는 듯 느끼게 돕는다.

이 작가와 이번 공연을 공동 연출한 김 큐레이터는 “이 작가의 연약하고 초라해 보이는 작품은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미술작품이라고 납득하기 어려운 형태이지만 마치 기묘한 모습을 지닌 타자로 보이는 점이 흥미로웠다”면서 “태생적으로 주변인 같은 작품들이 무대 한가운데에서 빛을 발하는 순간을 포착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 작가와 위탁자들의 사연도 영상과 텍스트 형태로 무대 뒤 화면에 표현된다. 이 작가는 “지난해 여름과 가을에 걸쳐 위탁자들에게 연락했는데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가족과 이별하거나, 아이가 태어나고, 직업을 바꾸는 등 그들의 모습과 에너지가 많이 달라져 있었다”면서 “변화무쌍한 가운데 나만 10년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는 것을 절감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김 큐레이터는 “전화번호가 바뀌어 연락이 닿지 않는 사람들, 이사를 하면서 작품을 분실한 사람들의 구체적인 사연을 통해 정지된 작품이 시간을 어떻게 호명하고 환기하는지 보여주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미술을 어려워하거나 관심이 없는 관객들에게 공연이 낯설게 다가가지는 않을지 우려하는 질문에 두 연출가는 “관객들이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쉬운 공연”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 큐레이터는 “최근 대학생이나 젊은이들이 작은 집을 옮겨 다니면서 짐의 일부를 친구들에게 맡겼다가 다시 찾아가는 일을 반복한다고 들었는데 마치 이 작가의 모습과 유사한 것 같다”면서 “이번 공연은 특수하고 은밀한 미술 작가와 작품 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일반 사람들의 옮겨 다니는 삶과 시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18~22일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 1만 8000원~3만원. (02) 758-2150.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2017-10-18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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