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없는 공연 ‘십년만 부탁합니다’
‘베이비 블루 스텝’, ‘블랙홀 체어’, ‘더 슈퍼 월드 체어’, ‘A4를 위한 조각’, ‘U.F.O’, ‘농담’….공연 ‘십년만 부탁합니다’의 출연진 면면이다. 극 중 배역 이름이라고 하기엔 독특한 이들의 정체는 미술작가 이주요(46)가 각종 전시에서 사용한 설치작품들이다.
공연 ‘십년만 부탁합니다’의 주인공인 이주요 미술작가의 작품들은 얼핏 초라하고 보잘것없어 보인다. 하지만 무대 중앙에 놓인 작품들은 조명과 특유의 소리를 머금고 타인의 손에 맡겨진 10년이라는 시간의 고단함과 그 시간을 견뎌낸 단단함을 오롯이 드러낸다.
남산예술센터 제공
남산예술센터 제공
이주요 미술작가
2007년 김현진(42) 큐레이터와 함께 기획한 ‘십년만 부탁합니다’는 그렇게 탄생했다. 폐기 위기를 모면한 작품 40여점은 전시를 통해 30여명의 위탁자와 만나 10년의 세월을 함께 보낸 뒤 지난해 다시 작가 품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이번 무대에서 주인공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번 공연은 쓸모없이 방치됐을 수도 혹은 특별한 애정을 받았을 수도 있는 이들 작품이 견딘 시간을 조명한다. 5명의 출연자가 작품을 직접 실어 나르거나 어떤 장면에서는 작품을 옮기기 위한 구름다리와 기중기까지 등장한다. 사운드 아티스트 그룹 ‘FEN’의 멤버 류한길, 유엔 치와이가 작업한 특유의 사운드가 작품의 재료와 질감을 부각해 작품이 마치 살아 있는 듯 느끼게 돕는다.
이 작가와 이번 공연을 공동 연출한 김 큐레이터는 “이 작가의 연약하고 초라해 보이는 작품은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미술작품이라고 납득하기 어려운 형태이지만 마치 기묘한 모습을 지닌 타자로 보이는 점이 흥미로웠다”면서 “태생적으로 주변인 같은 작품들이 무대 한가운데에서 빛을 발하는 순간을 포착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공연 ‘십년만 부탁합니다’의 주인공인 이주요 미술작가의 작품들은 얼핏 초라하고 보잘것없어 보인다. 하지만 무대 중앙에 놓인 작품들은 조명과 특유의 소리를 머금고 타인의 손에 맡겨진 10년이라는 시간의 고단함과 그 시간을 견뎌낸 단단함을 오롯이 드러낸다.
남산예술센터 제공
남산예술센터 제공
공연 ‘십년만 부탁합니다’의 주인공인 이주요 미술작가의 작품들은 얼핏 초라하고 보잘것없어 보인다. 하지만 무대 중앙에 놓인 작품들은 조명과 특유의 소리를 머금고 타인의 손에 맡겨진 10년이라는 시간의 고단함과 그 시간을 견뎌낸 단단함을 오롯이 드러낸다.
남산예술센터 제공
남산예술센터 제공
미술을 어려워하거나 관심이 없는 관객들에게 공연이 낯설게 다가가지는 않을지 우려하는 질문에 두 연출가는 “관객들이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쉬운 공연”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 큐레이터는 “최근 대학생이나 젊은이들이 작은 집을 옮겨 다니면서 짐의 일부를 친구들에게 맡겼다가 다시 찾아가는 일을 반복한다고 들었는데 마치 이 작가의 모습과 유사한 것 같다”면서 “이번 공연은 특수하고 은밀한 미술 작가와 작품 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일반 사람들의 옮겨 다니는 삶과 시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18~22일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2017-10-18 2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