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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타 조기총선 촉발한 여기자 차량폭발로 의문사

몰타 조기총선 촉발한 여기자 차량폭발로 의문사

입력 2017-10-17 10:16
업데이트 2017-10-17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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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부패 ‘1인 위키리크스’…총리일가 비리의혹도 보도

지중해 섬나라 몰타의 유명 탐사보도 전문 기자가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차량폭발로 숨졌다.

몰타 경찰은 탐사보도 블로그 운영자이자 신문 칼럼니스트인 다프네 카루아나 갈리치아(53)가 16일 오후 3시께(현지시간) 몰타 섬 북부에서 소유 차량을 몰고 이동하던 중에 차량에서 강력한 폭발이 발생해 숨졌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지 신문 ‘타임스 오브 몰타’에 폭발한 차량에서 불에 탄 시신을 확인했으며, 신원이 갈리치아임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몰타 국영TV는 그가 보름 전 “경찰에 협박을 받았다”고 신고했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살인사건 수사에 나섰다. 몰타 총리실 대변인은 범인을 찾기 위해 미국 연방수사국(FBI)을 포함한 해외 기관들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갈리치아는 지난 4월 사상 최대 규모의 조세회피처 자료인 ‘파나마 페이퍼스’에 언급된 한 회사의 소유주가 조지프 무스카트 몰타 총리의 부인이라고 폭로, 무스카트 총리를 궁지에 모는 등 몰타 정치인들이 연루된 부패 사건을 가차 없이 폭로해온 여기자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올 들어 유럽을 뒤흔든 28인 가운데 한 명으로 갈리치아를 포함시키며, 그를 “몰타의 불투명성과 부패에 맞서 싸우는 ‘1인 위키리크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무스카트 총리는 갈리치아 기자의 사망이 알려진 직후 이번 사건을 “언론의 자유에 대한 야만적 공격”이라고 규정하며, 용의자 색출을 다짐했다.

그는 “갈리치아가 정치적으로 인신공격적으로 나를 가혹하게 비판한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며 “그러나 이번 사건은 어떤 식으로든 용납될 수 없고 범인이 법정에서 심판을 받을 때까지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말했다.

총리실 대변인은 BBC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의 배후에 정치가 있다는 소문은 비약적 결론이라면서도 성역없는 수사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무스카트 총리는 갈리치아 기자의 폭로로 정치적 위기에 몰리자 지난 6월 조기총선을 실시해, 집권 노동당의 압승을 이끌며 재선에 성공했다.

몰타는 유럽연합(EU)의 가장 작은 회원국으로, 미국 중앙정보국(CIA)가 발간한 2017년 월드팩트북에 따르면 인구는 42만 명 정도다.

갈리치아를 추모하며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몰타 시민 수천 명은 밤새 조용한 촛불시위를 이어갔다.

허먼 그레치 ‘타임스 오브 몰타’ 편집장은 “갈리치아가 타협이 없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비판을 절대 아끼지 않는 펜을 휘둘렀다”며 “다채로운 보도 때문에 쭉 법정공방에 휘말렸다”고 밝혔다.

그레치 편집장은 “갈리치아를 비판하는 쪽에서도 그가 흠잡을 데 없는 작가이자 탐사기자라는 점을 인정한다”며 “몰타의 조기총선은 그가 들춰낸 몰타 고위 공직자들의 파나마페이퍼 연루설 보도 때문에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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