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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울대 나와야 서울대 교수… 여전한 순혈주의

[단독] 서울대 나와야 서울대 교수… 여전한 순혈주의

유대근 기자
입력 2017-10-09 22:38
업데이트 2017-10-10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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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화 이후 채용된 전임교원 623명 중 449명이 서울대 출신

전체 교원 중 81% 모교서 학사
제약학과·보건학과 등 9곳 교수 2012년 이후 100% 본교 출신

‘서울대 출신만 서울대 교수 자격이 있다?’

대학 운영의 폐쇄성을 지적받아 온 서울대가 2012년 법인화 이후에도 신규 교원 채용 때 대부분 서울대 출신만 뽑은 것으로 확인됐다. 모교 출신 교수만 우대하는 ‘순혈주의’ 풍토가 학문 다양성과 조직 건전성을 해친다는 지적이 계속됐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9일 서울대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실에 제출한 ‘교원 학위정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 대학이 법인화 이후 새로 채용한 전임교원 623명 가운데 서울대 학사 출신은 72.1%(449명)였다. 서울대에서 석사나 박사 학위를 받은 교원까지 합치면 76.6%에 달했다. 전체 전임 교원 2288명 중 서울대에서 학사 학위를 받은 비율은 81.3%(1861명)이었다.

신임 교수를 채용하면서 전부 서울대 출신만 뽑은 학과(학부)도 많았다. 국제농업기술학과, 제약학과, 보건학과, 산림과학부 등 9곳은 2012년 이후 교수 36명을 새로 뽑았는데 모두 서울대 학사 출신이었다.

현행 교육공무원임용령에는 ‘대학 교원 채용 때 특정 대학 학사 학위 소지자를 모집단위별로 3분의2 이상 뽑을 수 없다’고 돼 있다. 다만 해당 대학에서 학사 과정을 밟았어도 학위 전공 분야와 대학에서 교육·연구할 전공분야가 다르면 제외한다.

안 의원실 관계자는 “서울대가 학제를 자주 개편한 탓에 학사 전공분야와 채용 전공분야를 비교하기 어려웠다”면서 “하지만 의학과는 학제 개편이 없었는데 지난해 채용 인원 11명 중 8명이 서울대 의학과 출신이라 법정 기준을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측은 안 의원실에 보낸 서면 답변을 통해 “법 기준을 어겨 채용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금지조항은 어겨도 처벌규정이 없다.

안 의원은 “각기 다른 학문 배경을 가진 여러 대학 출신 교원들이 모여 연구하고 가르쳐야 학문 다양성이 보장될 수 있다”면서 “서울대가 서울대 출신만 뽑으면 학벌주의만 조장될 뿐”이라고 말했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서울대 출신이 가장 엘리트니까 믿고 뽑자’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면서 “서울대가 법인화를 통해 운영의 자율권을 보장받았는데 정작 대학으로서 책임은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서울대 전임교원 중 ‘미국 박사’ 편중도 심각했다. 이 대학 전임교원 중 외국박사 학위자는 1257명이었는데 미국 박사가 79.6%(211명)였고 일본 6.0%(16명), 독일 3.4%(9명), 영국 3.8%(10명) 순이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2017-10-1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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