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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주춤…“연 3% 성장 달성한다 해도 체감은 2% 중후반”

경기 주춤…“연 3% 성장 달성한다 해도 체감은 2% 중후반”

입력 2017-10-09 10:36
업데이트 2017-10-09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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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생산·소비 갈지(之)자 행보…4분기도 北핵·美금리 리스크

정책팀 = 정부는 올 한 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3.0%로 전망했지만, 하방 요인이 커지면서 달성이 쉽지 않으리라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3분기는 생산과 소비가 갈팡질팡하며 고용시장 한파는 개선되지 않고 있어 0% 중반대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4분기 역시 점차 커지는 북한 리스크, 가계부채,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 탓에 전망이 밝지 않다.

3% 성장을 달성한다고 해도 반도체의 ‘나 홀로’ 활황 덕으로, 국민이 체감하는 경기는 2% 중반에 머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3분기 생산·소비 갈지(之)자 걸음…경기 회복세 갈팡질팡

올해 초 수출을 중심으로 뚜렷했던 경기 회복세는 더 확장되지 못하며 3분기 들어 오히려 점점 동력이 약화하는 모습이다.

1분기에는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다가, 2분기에는 단 한 달도 상승하지 못한 전산업 생산은 7월 1.0% 늘었다가 8월 다시 제자리걸음 하는 등 갈지자 행보를 보였다.

미약하게나마 생산이 늘고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올해 초보다 회복세가 둔화한 탓이다.

1분기 1∼2%대 증가율을 보였던 광공업 생산은 2분기 주춤했다가 3분기 들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0∼1%대로 힘이 떨어졌다.

0.3∼0.6% 성장률을 보인 서비스업 생산도 지난달 0.1%까지 떨어지면서 증가 폭이 줄었다.

지난해 호조세가 뚜렷했던 건설업은 지난 4월 이후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상황이 특히 좋지 않다.

회복세를 보이던 투자 지표도 3분기 들어 눈에 띄게 주춤하는 모습이다.

투자는 올해 들어 2분까지 넉 달간 전달보다 늘었지만 7∼8월 각각 -5.1%, -0.3%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소비와 고용은 어느 하나 뚜렷한 추진력을 만들지 못한 채 답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월 1.3% 증가한 이후 두 달 연속 미약하게나마 늘어난 소비는 8월 1.0% 줄며 3개월 만에 다시 꺾이고 말았다.

소비 지표의 부진은 장기 침체에 빠진 고용 상황과 관련이 있다.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고 양질의 일자리도 쉽게 찾지 못하는 상황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이면서 소비를 제약하고 있다.

지난달 청년실업률이 8월 기준으로 1999년 이후 최고로 치솟는 등 고용시장 한파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청년층 체감실업률이 22.6%에 육박하고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는 취업준비생도 큰 폭으로 늘어나는 등 고용의 질은 더욱 좋지 않다.

◇ 4분기 악재투성…3% 성장률 달성 고비

한국 경제를 둘러싼 4분기 상황도 밝지만은 않은 편이다.

가장 걸리는 점은 점차 커지는 북한 리스크다.

통상 북한의 도발로 북핵 리스크가 불거지더라도 시장은 금세 안정을 찾았다.

자주, 오랫동안 돌출하다 보니 시장이 적응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북한 리스크는 이전보다 심각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북한의 도발이 빈번해지고 북·미 간 긴장이 고조하고 있어 실제 군사적 충돌 우려마저 나오고 있어서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지난달 7일 보고서를 내고 한반도의 무력충돌 발생 가능성을 기존의 ‘매우 낮음’에서 ‘낮음’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어 “무력충돌이 장기화하면 한국이 감당해야 할 경제적, 재정적 비용이 훨씬 커질 것”이라며 “이 경우 한국의 국가 신용도는 몇 단계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상반기 경기 개선 흐름에도 뚜렷하게 나아지지 않은 소비 역시 4분기 더 나아지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소비의 선행지표 성격인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지난달 107.7로 전월보다 2.2포인트(p) 하락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 8월 1.3p 하락한 데 이어 두 달째 내렸다.

아직 기준치인 100을 넘겨 낙관적인 소비자가 많지만 올 2∼7월 나타난 소비자심리 상승세가 확연히 꺾인 모양새다.

북핵 위협,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문제가 소비자심리까지 꺾는 모습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계부채와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도 한국 경제를 둘러싼 암운을 더욱 짙게 깔고 있다.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율을 한 자릿수로 끌어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올해 2분기 말 가계부채는 1천388조3천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0.4% 증가했다.

이 가운데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이달부터 연준의 보유자산을 축소하기로 했다.

기준금리는 현재 1.00∼1.25%에서 동결했지만, 연내 추가 금리를 올린다는 입장도 유지했다.

이에 따라 미국 장기 금리가 상승 압력을 받으면 기준금리 역전을 막기 위해 국내 금리도 덩달아 올릴 수밖에 없다. 급격한 자본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금리 인상으로 대출 상환 부담이 늘어나면 가계는 씀씀이를 줄일 수밖에 없다.

정부가 3%대 성장 달성을 위해 내놓은 핵심 정책인 소득 주도 성장론이 제대로 작용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 전문가들 3분기 0.5∼0.7% 전망…“체감은 2% 중후반 불과”

전문가들은 3분기 성장률이 1%에 다다르지 못할 것이라는 데 크게 이견은 없는 분위기다.

북한 리스크와 부동산 대책 등의 영향으로 4분기 전망 역시 긍정적인 평가를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6월부터 감지된 것은 경제 성장 속도가 줄어드는 모습”이라며 “1.1%였던 1분기 정도는 기대하기가 굉장히 어려울 것이고 2분기(0.6%)와 비슷한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김 연구부장은 4분기와 관련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충분히 집행하는 등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이 필요하다”며 “북한 리스크가 실제 금융불안에 확대되지 않도록 안정적인 관리도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8·2 부동산 대책의 영향에 대해서는 “좋지 않은 영향이 나타날 테지만 올해 4분기에 영향을 준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며 “신규 아파트 착공 등이 줄어들면서 장기적으로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3분기와 4분기는 상황이 비슷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건설투자가 좋지 않아 각각 0.5%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3분기는 반도체 수출도 괜찮고 추경 효과도 있으니 2분기보다는 다소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0.7% 내외 정도는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거시국제연구실장은 “2분기는 1분기의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며 “3분기는 긍정적 요인과 부정적 요인이 혼재돼 있어 예상이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성장률 3%가 불가능한 숫자는 아니지만 달성한다고 하더라도 국민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그보다 더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주원 연구실장은 “건설투자의 악화로 (연 기준) 2.7∼2.8%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반도체를 제외한 철강·조선·자동차 등 나머지 주력 수출 산업이 ‘레드 오션’이라 수출 경기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현욱 연구부장은 “1, 2분기 성장률이 생각보다 좋았고 추경 효과까지 감안한다면 3%는 불가능한 숫자는 아니다”며 “다만 정부가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김 연구부장은 “추경 효과가 나오도록 정부가 전력을 다하고 커지는 불확실성에 대한 안정적 관리를 해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성태윤 교수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지속되면 3% 자체는 달성할 수 있어도 반도체가 소비나 투자까지 견인하기는 어렵다”며 “반도체를 제외하면 상당히 타격이 있는 상태다. (3%를 달성한다고 해도) 국민이 체감하는 경기는 2% 중·후반에 불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경기가 3% 성장을 향해 순항 중이라면서도 필요하다면 경기 보안 대책을 펴겠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말 “북한 이슈, 통상 현안 등 대내외 리스크에도 애초 예상했단 3% 성장경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분석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정부 전망은 그렇게 되도록 하겠다는 의지도 같이 담겨 있다”며 “아직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고 리스크 요인이 있지만 관리하고 있고 필요하다면 경기 보완 대책도 고려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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