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일본 가는 한국인, 한국 안 오는 일본인/이석우 도쿄 특파원

입력 : 2017-10-01 16:50 ㅣ 수정 : 2017-10-01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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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우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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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우 도쿄 특파원

한가위 연휴를 이용해 도쿄에서 일하는 부인을 만나러 온 지인이 “웬 비행기 운임이 이렇게 비싸졌냐”고 불만을 늘어놓았다. “20만~30만원대도 많았는데, 항공료만 배 이상 들었다”며 볼멘소리다.

긴 연휴의 시작과 함께, 서울~도쿄 항공노선이 금값이 됐다. 한국인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탓이다. 연휴 시작과 함께 일본 공항들은 한국어로 왁자지껄하다. 일본으로 몰려드는 한국인 방문객 수가 해마다 기록을 깨고 있다. 2015년 전년 대비 45%가 늘어 400만명 선을 돌파하더니 지난해엔 509만명으로 3년 만에 방일 한국인이 두 배가 됐다. 올해는 700만명을 넘을 전망이다.

가파른 증가세는 저비용항공사(LCC) 항공편이 늘어 항공료가 싸지고, 상대적 엔저 현상 속에서 일본 여행의 경제적 부담이 준 탓이다. 올 들어 9월 말 현재 방일 해외 관광객의 전체 증가율은 지난해 대비 17.8%이지만, 한국인 방문객은 41.7%가 늘었다. 규모에서도 한국 관광객은 466만명으로, 1위 중국인 관광객(488만명)에 이어 2위였다.

국내 여행보다 일본 여행이 더 싸고 만족도가 높다는 지적도 있다.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바가지’가 적은 데다 철도 등 공공인프라가 잘 돼 있어 “또 오고 싶다”는 방문객들의 반응도 많다. 한국과 규슈 지역 간 왕복 항공료는 10만원대도 많아 한국인들이 몰려든다.

대조적으로 한국을 찾는 일본인은 급감세다. 전에는 방한 일본인이 방일 한국인을 압도했지만 2014년부터 역전됐고, 지난해에는 방일 한국인이 방한 일본인보다 2배나 더 많았다. 방한 일본인은 2013년부터 해마다 21.9%, 17%, 19.4씩 줄었다. 한류와 2002년 한·일월드컵 속에서 최고조였던 양국 관계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일왕 사과 발언을 계기로 급전직하했고, 혐한 감정 확산 속에 한류 붐도 사그라들었다.

지난해에는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 등 양국 관계 정상화 영향 등으로 방한 일본인 수가 25% 늘었지만 올 들어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시험 등 한반도 위기설 속에 안전 우려가 확산되면서 일본인의 방한 단체 여행이 뚝 끊어지고, 한국 방문이 다시 줄고 있다.

그렇다고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 지난 9월 21~24일 도쿄에서 열린 ‘투어리즘 엑스포 재팬 2017’에서 한국관광공사와 관광업계가 한국관광 프로그램을 선보인 한국관에는 사상 최대인 19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내용도 호평을 받아 한국관은 박람회 주최 측이 선정하는 대상을 받았다. 한국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크고 잠재적 방문 의사가 높지만 안전 우려, 정부 간 관계 악화 속에서 실현되지 않고 주춤할 뿐임을 보여 준다.

그렇다고 일본인의 한국행 발목을 잡는 것이 이것뿐일까. 한번 팔고 나면 그만이란 식의 바가지 영업, 터무니없이 비싼 관광 요금…. 최근 일본 관광을 하고 도쿄에 온 친척 동생은 “물가 수준을 고려할 때 (한국보다) 저렴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관광을 하고 나면 (내용에 비해) 지나치게 비싸다는 개운치 않은 느낌이 들지만 일본 관광에서는 다양한 콘텐츠에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한국 관광객들이 일본 여행 중에 느끼는 감정을 일본 관광객들이 한국에서도 느끼고 있을까. 아니면 그 반대의 황당함과 실망, 불쾌감을 느낄까. 갈수록 심화되는 한·일관광 교류의 불균형을 관광업계와 당사자들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문제점을 찾아내는 계기로 삼아야 할 때다.

jun88@seoul.co.kr
2017-10-02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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