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거래 비중 70% 육박
한화S&C 작년 3642억 매출 중 68%는 계열사 일감으로 얻어비상장사·오너 지분 높을수록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의존 높아
●‘땅 짚고 헤엄치는’ 오너3세 기업들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을수록 다른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의존도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감 몰아주기(사익 편취) 규제를 받는 재벌기업의 내부거래 비중은 3년 연속 상승했다. 회사 정보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비상장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상장사보다 약 3배 높았다. 새 정부가 이런 일감 몰아주기를 손보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재벌 그룹들이 미리 ‘편법’으로 규제를 피해 가고 있어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1일 ‘2017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을 발표했다. 지난 5월 자산 10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27개 그룹의 1021개 계열사가 상품과 서비스를 서로 얼마나 많이 사고팔았는지 분석했다. 다만 올해 처음으로 대기업에 편입된 KT&G, 한국투자금융, 하림, KCC 등은 지난해 내부거래 현황 공시 의무가 없어 이번에는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27개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금액은 152조 5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7조 1000억원 줄었다. 대기업 지정 기준이 자산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올라가면서 분석 대상이 47개사에서 27개사로 줄었기 때문이다. 내부거래 비중은 전년보다 0.5% 포인트 상승한 12.2%로 집계됐다. 특히 총수일가 지분율이 30%(상장사 기준. 비상장사는 20%)가 넘어 사익 편취 규제 대상인 96개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지난해 14.9%로 2014년(11.4%) 이후 3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비상장사 850곳의 내부거래 비중은 22.3%로 상장사(171곳, 8.2%)보다 14.1% 포인트 높았다.
총수 있는 자산 상위 10개 집단의 내부거래 비중은 12.9%로 전년(12.8%)과 비슷했으나 총수의 아들딸이 100% 지분을 쥔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66.0%로 전년(59.4%)보다 6.6% 포인트 증가했다. 작은 회사를 만들어 다른 계열사 일감을 몰아준 다음, 상장 등을 통해 총수 자녀들의 재산을 불려 경영 승계를 유리하게 하는 재벌가의 고전적인 수법을 의심케 한다. 총수 자녀 지분이 100%인 회사는 현대차그룹의 서림개발, 한화S&C, 효성그룹의 신동진, 동륭실업,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 등 5곳이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규제 회피책을 내놨다. 한화S&C는 다음달 중 물적 분할을 하게 된다. 김승연 회장의 아들 삼형제가 한화프런티어 지분을 100% 갖고, 이 회사 밑에 한화S&C를 자회사로 두는 방식이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오너가 직접 지분을 가진 회사에만 적용되므로 결과적으로 한화S&C는 내년부터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부자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기준(총수일가 지분율 30%)을 피하기 위해 앞서 2015년 2월 물류회사 현대글로비스 지분 13.5%를 팔았다. 정 부회장은 광고계열사 이노션 지분도 8% 처분해 두 회사의 총수일가 지분율을 29.9%로 맞췄다.
●與·공정위 규제 강화 법안 추진
여당과 공정위는 이런 꼼수를 막으려고 일감 몰아주기 규제 기준을 상장·비상장 구분 없이 총수지분율 20% 이상으로 강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줄곧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기업들의 자발적인 변화를 기다리겠지만 시간이 많지 않다”며 ”연말까지 기업들이 변화의 모습이나 의지를 보여 주지 않으면 법 개정과 같은 구조적인 처방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익 편취 규제 대상인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전체 대기업보다 높고, 총수 2~3세 지분이 많은 회사일수록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2017-09-22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