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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부르는 ‘노동 소외자’ 양산시대

기본소득 부르는 ‘노동 소외자’ 양산시대

홍지민 기자
홍지민 기자
입력 2017-09-08 17:40
업데이트 2017-09-09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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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불안정 노동/이승윤, 백승호, 김윤영 지음/후마니타스/232쪽/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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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30억 달러이던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1만 4044억 달러로 증가했다. 우리 경제는 이렇게 압축 성장했다. 숫자가 말해 준다. 세계 11위다. 삶의 질 또한 세계 11위 수준으로 상승했을까. 우리의 압축 성장은 외형적으로 보면 경제적 안정을 달성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허구로, 오히려 불안정성을 일상화해 왔다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언론에 보도되는 중위 소득을 보며 자신은 50% 안에 속하는지 자괴감이 들고, 쥐꼬리만큼 상승하는 최저 임금으로 복장이 터지는 건 일상이다.

이 책은 우리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을 분석하고 있다. 이미 체득하고 있는 사실이라 뭐 ‘중뿔’난 게 있냐 싶은데, 저자들은 대중에게 익숙지 않은 ‘프레카리아트’(precariat)라는 개념을 가져온다. ‘불안정한’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프레카리오(precario)와 노동 계급을 의미하는 독일어 프롤레타리아트(proletariat)의 합성어다. 저임금·저숙련 노동에 시달리는 집단을 가리키는 이 신조어를, 저자들은 표준적이지 않은 계약, 상용직이 아닌 계약, 무기 계약이 아닌 고용 형태를 넘어 비경제활동 인구 가운데 일할 능력이 있음에도 일을 포기하는 장기 실업자, 프리터, 니트 등 기존 노동권 영역에서 포괄하지 못하는 집단으로까지 확대한다. 이 책에 그 얼굴들이 있다. 거울에 비친 우리 모습이자 자화상이다. 그리고 저자들의 시선은 필연적으로 기본 소득으로 향한다.

인공지능 시대가 본격 도래하면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사람들이 현재보다도 훨씬 더 큰 규모로 양산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준비를 해야 한다고 저자들은 말하고 있다. “임금노동의 정의가 모호해지고 가격이 매겨지는 노동의 필요가 총량적 측면에서 점차 줄어드는 현시점에서 기본 소득의 개념은 한층 중요한 현실적인 논점을 제시한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2017-09-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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