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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영장 기각에 검찰 “사법 불신” 비판…법원 “도를 넘는 비난” 반박

잇따른 영장 기각에 검찰 “사법 불신” 비판…법원 “도를 넘는 비난” 반박

오세진 기자
입력 2017-09-08 17:31
업데이트 2017-09-0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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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이 최근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과 국가정보원의 댓글 공작 사건 등 중요 사건과 관련한 핵심 피의자의 구속영장 청구가 법원에서 잇따라 기각되자 이례적으로 법원의 판단을 비판하는 입장문을 8일 발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법과 원칙 외에 또 다른 요소가 작용하는 것이 아니냐”면서 강도 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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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이 열렸던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 언론사 취재차량들이 주차한 모습. 연합뉴스
사진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이 열렸던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 언론사 취재차량들이 주차한 모습. 연합뉴스
그러자 서울중앙지법은 ‘도를 넘어서는 입장 표명’이라면서 검찰의 입장문이 매우 부적절하고 심히 유감스럽다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법원은 검찰의 입장문 발표 후 약 4시간 만에 ‘서울중앙지검의 영장 기각 관련 입장 표명에 대한 형사공보관실의 의견’을 냈다.

법원은 의견을 통해 “개별 사안에서 도망이나 증거 인멸 염려 등 구속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데도 수사의 필요성만 앞세워 구속영장이 발부돼야 한다는 논리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에 어긋날 뿐 아니라, 영장전담 법관이 바뀌어서 구속영장 발부 여부나 결과가 달라졌다는 등의 발언은 심히 유감스럽다”고 주장했다.

앞서 검찰은 “그동안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고 감내해 왔으나, 최근 일련의 구속영장 기각은 이전 영장전담 판사들의 판단 기준과 차이가 많은 것으로서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지난 2월 말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새로운 영장전담 판사들이 배치된 이후 국정농단 사건을 비롯해 국민 이익과 사회정의에 직결되는 핵심 수사의 영장들이 거의 예외 없이 기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국민들 사이에 법과 원칙 외에 또 다른 요소가 작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어 결국 사법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귀결될까 우려된다”라고도 말했다.

이어 법원은 “개별 사건에서 영장재판 결과에 불만이 있다는 이유로 불필요하거나 도를 넘어서는 비난과 억측이 섞인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하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매우 부적절하다”면서 “특히 금번과 같은 부적절한 의견 표명은 향후 다른 사건에 영향을 미치려는 저의가 포함된 것으로 오인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밝혀 둔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법원은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법관은 형사소송법 제198조에 정한 불구속 수사의 원칙 및 제70조에 정한 구속 사유에 따라 개별 사안의 기록을 검토하고 영장실질심사 재판을 거쳐 공정하면서도 신중하게 구속영장 재판을 수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198조는 ‘피의자에 대한 수사는 불구속 상태에서 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70조는 ‘피고인이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피고인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피고인이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를 구속 사유로 제시하고 있다. 또 구속 사유를 심사함에 있어 법원은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동안 법원과 검찰은 영장 발부·기각이나 선고 결과를 둘러싸고 종종 갈등·대립 양상을 보여왔다. 이용훈 대법원장 시절에는 윤석열 현 서울중앙지검장이 속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당시 박영수 중앙수사부장)가 ‘론스타 사건’과 관련해 청구한 피의자의 체포·구속영장 등 3건이 모조리 기각되자 반발한 바 있다.

한 검찰 간부는 “인분을 들이붓는 격”이라는 비난을 내놓았고, 수사팀은 기각된 영장을 한 글자도 고치지 않고 재청구하기도 했다. 이에 이 전 대법원장이 형사재판의 ‘공판중심주의’와 민사재판의 ‘구술변론주의’를 강조하면서 “검찰 수사기록을 던져버려라”라고 발언하자 당시 정상명 검찰총장은 지역 검찰청을 순시하는 일정 중 “이 뭐꼬?”라면서 불편한 감정을 표시하기도 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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