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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휴일 협력업체 참사… 깊이 12m 탱크서 ‘펑’

또 휴일 협력업체 참사… 깊이 12m 탱크서 ‘펑’

강원식 기자
입력 2017-08-20 17:46
업데이트 2017-08-20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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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STX조선해양 화물운반선 건조 중 폭발… 4명 사망

19㎡ 공간서 도장 작업 중 사고…1.5㎞ 떨어진 횟집서 첫 신고

 20일 오전 11시 37분쯤 경남 창원시 진해구 STX 조선해양 작업장에서 발생한 폭발사고에서 숨진 작업자 4명은 모두 STX 협력업체인 K기업 소속 근로자들이다. 이들은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내 RO(잔유보관)탱크 안에서 도장작업을 하던 중 강력한 폭발이 일어나면서 폭발 충격과 화염에 따른 화상 등으로 사망했다고 경찰과 소방당국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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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에서 화물운반선 내 RO탱크가 폭발했다. 사진은 현장에서 소방본부 대원들이 사고 수습을 하고 있는 모습. 창원 연합뉴스
20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에서 화물운반선 내 RO탱크가 폭발했다. 사진은 현장에서 소방본부 대원들이 사고 수습을 하고 있는 모습.
창원 연합뉴스
20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에서 화물운반선 내 RO탱크가 폭발했다. 사진은 폭발이 발생한 탱크 내부로 진입하고 있는 장면. 창원 연합뉴스
20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에서 화물운반선 내 RO탱크가 폭발했다. 사진은 폭발이 발생한 탱크 내부로 진입하고 있는 장면.
창원 연합뉴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 구조대원들이 폭발사고가 난 탱크안으로 이날 낮 12시 5분쯤 들어가 구조에 나섰지만 김모(52), 임모(53), 엄모(45), 박모(33)씨는 탱크 안에서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탱크는 선박 안 갑판에서 12m 깊이에 있는 크기 19㎡쯤 되는 공간이다. 탱크 형태가 크게 부서지지는 않았지만 주변이 검게 그을린 것으로 전해졌다. 사망자들은 진해구에 있는 병원에 안치됐으며 산소 마스크를 쓴 흔적이 있고 옷이 불에 탄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측은 숨진 근로자들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크고 작은 화상이 있었으며 사망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사고 현장에서 1.5㎞쯤 떨어진 횟집에 있던 중에 굉음을 듣고 119로 처음 사고 신고를 한 김모(59)씨는 “무게가 엄청나게 무거운 철판이 땅바닥에 부딪히는 것 같은 굉음이 들려 조선소에서 사고가 났다는 생각이 들어 119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현장에서 20m쯤 떨어진 곳에서 작업을 하고 있던 우모(48)씨는 “배 안에서 ‘펑’하는 큰 폭발소리가 들렸고 동시에 연기가 치솟았고 30여분 동안 연기가 계속 났다”며 사고 당시 현장 상황을 설명했다.

 이번 폭발사고와 관련해 조선업계 등은 좁은 밀폐구역에서 도장작업 안전매뉴얼을 제대로 지켰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노동단체와 협력업체 등에 따르면 원청업체와 협력업체는 갑을 관계이다 보니 원청업체가 지시하면 안전수칙을 무시하고라도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작업을 해야 하는 처지여서 협력업체에서 안전사고가 자주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STX조선해양은 사고 직후 박영목 기획관리부문 상무와 공두평 총무안보팀장 등은 사고 브리핑에서 “숨진 근로자들은 당시 선박 안 탱크 내부에서 특수도장 작업을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배 안에서 도색작업을 할 때는 화기 작업을 하지 않는다”며 “주위에 화기 작업도 없었던 상황이라 폭발 원인을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회사 측에 따르면 사고가 난 선박에는 환경안전 담당자 1명이 지정돼 있고 담당자가 작업 허가를 해 이날 오전 8시부터 작업을 했다. 휴일 작업을 한 이유는 현재 조선업계가 어려워 휴일에도 일을 하려는 근로자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남해지방해양경찰청은 이날 창원해경에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사고원인 규명 등을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 해경과 소방당국 등은 탱크 안에 유증기나 가스 등이 고여 있던 상태에서 불꽃이 발생해 폭발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해경은 안전관련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폭발사고가 났을 것으로 보고 회사 관계자 등을 상대로 안전수칙 준수 여부 등을 철저히 조사할 방침이다.

 폭발사고가 난 화물운반선(길이 228m, 폭 32m, 깊이 20.9m)은 그리스 선박회사에서 발주해 건조 중인 7만 4000t급 석유화학제품 운반선이다. 회사 정문 근처 바다 위에 정박해 놓은 상태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공정 90%로 오는 10월쯤 인도 예정이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2017-08-2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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