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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 ‘엉터리·오락가락’ 통계…무너지는 농정 신뢰

살충제 계란 ‘엉터리·오락가락’ 통계…무너지는 농정 신뢰

입력 2017-08-18 11:07
업데이트 2017-08-18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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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 전수조사기간 오류·정정 반복…숫자뿐만 아니라 적합·부적합 혼돈

‘살충제 계란’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가 연일 엉터리 통계를 발표해 소비자들의 혼란을 더욱 부추기고 했다.

안이한 대처로 사태를 더욱 키웠다는 비판을 받는 농식품부가 반복해서 잘못된 수치와 통계를 발표하면서 농정의 신뢰도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식품부는 사태 발생초기부터 ‘늑장 대처’를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살충제 계란’이 처음 발견된 14일 농식품부는 해당 사실을 당일 오후에 파악했지만 미적대다가 10시간이나 지난 밤 11시가 넘어서야 출입기자들에게 공지했다.

파악 즉시 공개했으면 조금이라도 ‘살충제 계란’이 유통·소비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농식품부는 16일 산란계 농장에 대한 1차 조사결과 발표에서 비펜트린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된 농장의 소재지를 ‘경기 광주’로 잘못 발표했다.

이 농장은 실제론 ‘경기 양주’의 농장이었다.

정부 발표 직후 해당 자방자치단체인 광주시청은 농장 지역명 오류를 바로잡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농식품부는 오류 자체도 몰랐다. 취재를 통해 확인한 취재진의 지적을 받은 뒤에야 1시간 만에 정정 자료를 내는 소동을 빚었다.

농식품부는 또 시중에 유통된 친환경 계란 제품 두 종류에서 비펜트린이 기준치를 초과 검출됐다고 공개하면서 계란 브랜드를 ‘신선 대 홈플러스’로 발표했다. 이는 홈플러스의 자체브랜드(PB) 상품인 ‘신선대란 홈플러스’의 잘못된 표기였다.

친환경 인증제도에 대한 설명도 오락가락했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비펜트린의 경우 기준치 이하는 사실상 문제가 안 된다”고 설명했지만 약 2시간 뒤 열린 백브리핑에서 허태웅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친환경 인증 농가는 비펜트린도 사용해선 안 된다”고 다른 설명을 했다.

본인이 먼저 말한 게 아니라 ‘친환경 산란계 농가에서는 살충제 자체가 검출돼선 안 되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이 나오자 밝힌 것이다.

허 실장은 친환경 마크를 붙이지 않은 일반 계란의 경우 27가지 농약잔류검사를 실시해 기준치를 넘지 않으면 출하가 가능하지만, 친환경 인증 농가의 경우 기준치와 상관없이 농약 성분 자체가 나와서는 안 된다고 부연 설명했다.

‘친환경’ 마크 계란은 닭에 사용이 금지된 맹독성 살충제인 ‘피프로닐’뿐만 아니라 비펜트린을 포함한 모든 농약 성분 자체가 조금이라도 나와선 안 된다는 의미다.

결국 정부가 친환경 인증 농가와 일반 농가를 구분해 전수조사를 하지 않고 ‘기준치’에만 집착하는 사이 국민에게는 잘못된 정보가 흘러들어 간 셈이다.

농식품부의 17일 브리핑도 혼란 그 자체였다.

사용이 금지되거나 허용 기준치를 초과한 살충제가 검출된 부적합 농장이 29곳 나왔다고 발표했으나 전날 발표한 충남 천안과 전남 나주의 농장이 누락된 것 아니냐고 취재진이 지적하자 브리핑 도중 자료가 잘못됐다며 부적합 농장 수를 31곳으로 정정했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농식품부가 발표한 살충제 계란 검출 농장 31곳 중 적합 판정을 받은 농장 10곳이 잘못 포함돼 뒤늦게 정정하는 소동을 벌였다.

하지만 정정 자료 또한 살충제 계란이 처음 발견된 경기 광주 우리농장이 누락돼 또다시 내용을 정정해야 했다.

결국 최종 수정된 통계는 부적합 판정 농장이 32곳으로 늘어났다.

17일 오전 5시 상황이 12시간 가까이 지난 오후 4시반이 돼서야 확정된 것이다.

‘살충제 계란’ 사태를 조기에 수습해야 할 책임을 진 주무 부처가 정부 정책 시행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통계 수치마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온종일 오락가락해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양계농가 관계자는 “농식품부의 잘못된 발표로 애꿎은 피해를 보는 농가가 발생하고 있다”며 “비록 초기 대처는 안일했지만 지금이라도 빨리 사태 수습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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