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승마’ 재판 증인 출석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나쁜 사람’으로 지목돼 좌천성 인사발령이 난 뒤 공직에서 물러난 진재수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정책과장이 17일 자신과 노태강 전 체육국장(현재 문체부 2차관)이 고초를 겪게 된 것은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에 대한 부정적인 보고 때문이었다고 증언했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54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진 전 과장은 2013년 7월 청와대의 지시로 승마협회 내부 갈등과 비리 등을 조사한 보고서를 제출한 날 박 전 전무에게 항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진 전 과장과 노 전 국장은 보고서에 박 전 전무의 횡령 및 사기 미수 등의 전과를 명시하며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취지의 내용을 담았다.

그러자 보고서가 청와대로 송부된 날 박 전 전무가 전화를 걸어 “매우 서운하다. 어떻게 나를 그렇게 표현할 수 있느냐”고 항의했으며, 이에 진 전 과장은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 자료가 어떻게 민간인에게 바로 유출된 건지 굉장히 놀랐다”고 말했다. 또 “이 전화가 협박으로 느껴졌다”면서 “앞으로 신분상 안 좋은 일이 있겠다는 직감이 들었다”고도 설명했다.

진 전 과장은 그 일로 2주 뒤부터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국무총리실에서 자신과 노 전 국장을 조사 및 감찰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또 당시 문체부 운영지원과장으로부터 “청와대 관련해 무슨 일이 있었느냐. 조만간 인사조치가 될 것 같다”는 말을 들었고 조현재 전 1차관에게 “잠시 쉬고 있으면 자리를 마련해 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진 전 과장은 “감찰 얘기를 듣고 내가 작성한 박원오 보고서 때문이라 생각하고 불안한 마음을 갖게 됐다”며 인사조치에 대한 언급을 들었을 땐 “이미 모든 분위기를 알고 있어서 알았다고만 했다”고 말했다.

진 전 과장은 그해 10월 한국예술종합학교 총무과장으로 발령나 지난해 7월까지 근무했다. 진 전 과장은 “정년을 채우려다가 6월 초 노 전 국장이 그만두게 된 경위를 듣고는 앞으로 2년 반 동안 버틸 수 없겠다고 생각해 명예퇴직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진 전 과장이 전한 ‘경위’는 박 전 대통령이 “아직도 이런 사람이 근무하고 있느냐”며 두 사람을 거론한 것을 가리킨다. 이와 관련,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거듭 “박 전 대통령이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을 누구에게 들었느냐”고 물었고, 진 전 과장이 “기억 못 한다”고 하자 “대통령이 그런 말을 했다는 기록이 어디에도 없는데 마치 사실처럼 회자되고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한편 박 전 전무는 당초 18일 증인으로 출석해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훈련 지원에 관해 증언할 예정이었지만, 전날 재판부에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최씨 측 이경재 변호사가 강제구인을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