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절대평가 개편안에 ‘고차방정식’ 떠안은 학부모들

입력 : 2017-08-13 10:05 ㅣ 수정 : 2017-08-1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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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신 강화·자사고 폐지·성취평가제 도입…“정답 없는 문제풀이”

중학교 3학년 아들을 둔 김모(47·여) 씨는 지난 10일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이 발표된 뒤 아들을 말하기 학원에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개편 시안 2가지 중 어느 경우든 절대평가가 확대되는 게 확실한 만큼 비중이 커지는 내신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김 씨는 “아들이 남들 앞에서 발표를 잘하지 못하는데 고등학교 때 각종 대회나 수행평가 등에 대비하려면 어느 정도는 미리 준비를 해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역시 중3 학부모인 박모(46) 씨는 자녀를 특목고에 보낼지, 일반고에 진학하게 할지 고민 중이다. 수능 절대평가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어느 쪽이 대학입시에 더 유리한지 꼼꼼히 따져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수능 개편안이 공개된 뒤 교육현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거리다.

새 수능 제도는 현재 중3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고교 선택부터 학습 방법, 사교육 시장 변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석과 전망이 쏟아진다.

이번 개편은 고교 학점제와 고교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제) 도입,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 폐지 방침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어 학부모들의 셈법은 복잡하기만 하다.

◇ ‘골리앗 내신’…중3, 고교 선택 ‘발등의 불’

학교생활기록부 신뢰성 논란으로 ‘금수저 전형’, ‘깜깜이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비중이 가뜩이나 커지는 상황에서 수능 절대평가 확대에 따라 내신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중3 학생들에게 당장 발등의 불은 고교 선택이다. 어느 학교에 가느냐 하는 판단은 수능 평가 방식보다는 고교 내신제도에 달렸다.

정부 공약인 고교 학점제 시행을 위해 내신을 완전한 성취평가제로 할 경우 이른바 ‘명문고’에 진학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9등급 상대평가가 유지된 채 수능 절대평가가 확대되면 내신의 위력이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지기 때문에 상황은 달라진다.

교육부는 수능 개편안 설명회에서 성취평가제와 관련해 “2021학년도 수능의 경우 현행대로 가져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수능이 4과목 절대평가(1안)로 결정되면 내신을 받기 좋은 학교로 진학하는 게 유리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일반고를 선택할 경우 학종 확대에 대비해 학교별 프로그램이 좋은 곳을 고르는 게 좋다.

전 과목 절대평가(2안)가 도입되면 내신의 위력은 1안보다도 더 커진다.

하지만 자사고·외고의 단계별 폐지가 추진되면, 남아 있는 자사고·외고 지원율이 낮아져 내신 따기가 예전보다 쉬워질 수 있다. 교육 환경과 질을 생각해 과감하게 진학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 ‘양날의 칼’…“공교육 정상화 vs 신형 사교육 생길 수도”

1안이 채택되면 상대평가가 유지되는 국어, 수학, 선택과목에 대한 집중 현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학교 수업도 이들 과목 위주로 편성될 가능성이 크다. 다양한 수업 방식을 시도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대학도 상대평가 과목의 반영 비율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주요 대학은 영어 절대평가가 도입되는 2018학년도 수능에서 영어 비중을 크게 축소했다.

국어, 수학, 선택과목의 사교육이 증가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전 과목 절대평가제(2안)는 수능 영향력과 수험 부담 감소로 학생 참여 수업, 과정 중심 평가 등 학교 교육 정상화에 일정 부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학생부 중심 전형이 확대되고 내신 관리 중요성이 커져 교내 활동과 비교과 활동 참여가 늘어나 고교 교육 내실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능과 학교 공부가 별개일 수 없는 만큼 깊이 있는 수업보다는 수능 절대평가에 맞춘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학종 전형 확대에 따라 학생 개인의 스펙은 물론, 학생부를 기록하는 데 있어서도 학교와 교사 간에 큰 차이가 있어 또 다른 차별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내신 경쟁 과열로 학종 전형 대비를 위한 고가의 학생부 컨설팅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대학별고사, 학업능력 평가 면접 등에 대비한 새로운 형태의 사교육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수능 절대평가·내신 강화…“전과목 일정 수준 유지가 중요”

1안 채택 시 상대평가로 남는 국어, 수학에서 고득점을 받도록 꾸준히 공부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지원 학과와 연관성이 있고, 학생부 활동과 관련 있는 과목을 선택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제2외국어/한문도 절대평가로 바뀌기 때문에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을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

2안이 시행되면 학생부 중심 전형이나 대학별고사가 반영되는 수시모집 비중이 늘어나고 정시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능이 자격고사화되면서 사실상 정시 폐지 수순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 경우 학생부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하며, 특정 과목보다는 전 과목에서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내신 비중이 커지는 점을 고려하면 모든 과목에서 골고루 우수한 성적을 받도록 선택과목을 전략적으로 결정할 필요가 있다.

1·2안과 상관없이 과학Ⅱ가 수능 출제범위에서 제외됐다고 공부를 소홀히 하면 수시모집에서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 학종 전형 서류평가에서 불리할 수 있고, 논술전형에서 과학 제시문을 출제하는 대학에 지원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능 개편안을 보면 통합사회·통합과학 신설로 과목이 증가하고 학생부 비중 확대로 입시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며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가 발생할 수 있어 적성과 흥미보다 점수가 잘 나오는 과목을 선택하는 현상이 더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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