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8·2 부동산대책 쇼크] “양도세 폭탄 맞을라”… 매물 쌓이고 매수 ‘뚝’

[8·2 부동산대책 쇼크] “양도세 폭탄 맞을라”… 매물 쌓이고 매수 ‘뚝’

입력 2017-08-03 23:18
업데이트 2017-08-04 03:26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대혼돈’ 서울 주택시장

서울 주택시장이 혼돈에 빠졌다. 주택시장 전반에 걸쳐 충격을 주는 ‘8·2 주택시장 안정대책’ 발표 이후 투자자는 물론 실수요자, 부동산 중개업자까지 모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3일 서울 강남지역 주택시장에서는 다주택자들이 “매각 타이밍을 놓쳤다”며 후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강남구 개포동에서 만난 3주택 소유자는 “보름 전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처분하려고 내놓았다가 집값이 계속 오르는 추세라서 회수했는데 큰 실수를 한 것 같다”며 후회했다. 볼멘소리도 나왔다. 한 개포 주공아파트 소유자는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둘째치고 반드시 처분을 해야 하는 사람도 있는데 거래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개인 재산권 침해가 아니냐”며 반발했다.

다주택자들의 투매 현상도 감지됐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다주택자가 집을 팔 경우 양도세를 기본세율(6~40%)에 더해 10% 포인트(2주택자), 20% 포인트(3주택자 이상) 추가로 내야 하고, 3년 이상 보유 시 보유 기간에 따라 양도차익의 10~30%를 공제받던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사라져 양도차익이 확 줄어들기 때문이다.

중개업소에는 집값이 더 오를 것을 기대해 거둬들였던 물건이 다시 매물로 나오고 있으며, 호가를 내려 서둘러 처분해 달라는 물건도 쌓이고 있다. 도곡동의 한 중개업자는 “다주택자는 내년 4월 1일 이전에 처분해야 양도세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며 “내년 3월까지 처분하려는 매물이 많이 나오고 가격은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택임대사업 등록을 고민하는 다주택자도 늘었다. 다가구주택에서 월 500만원의 임대료를 받고 있는 이모씨는 “매각할 경우 양도세 부담이 따르기 때문에 차라리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세제 혜택을 받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수요자들도 눈치 보기는 마찬가지다.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을 기대하면서 내 집 마련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김성호(45)씨는 “지난주 서초동에 봐 둔 작은 아파트가 있는데 매입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판단이 안 선다”고 말했다.

중개업자들도 망연자실한 상태다. 특히 재건축 아파트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중개업소는 아예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재건축 조합원의 지위 양도 제한이 강화돼 거래가 끊기기 때문이다. 대책 발표 이전에 이뤄진 매매계약을 놓고 당사자들이 명확한 사실관계를 몰라 실랑이를 벌이는 해프닝도 일어났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더라도 지정 이전에 매매계약을 체결한 경우는 조합원 지위 양도·양수가 허용되는데, 이를 몰라 계약 해지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강남은 물론 강북지역 주택시장도 가라앉았다. 서울 모든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강북도 매수세가 뚝 끊겼다. 특히 앞으로 재개발 조합원에게 배정된 아파트의 분양권 전매가 금지돼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2017-08-04 3면

많이 본 뉴스

22대 국회에 바라는 것은?
선거 뒤 국회가 가장 우선적으로 관심 가져야 할 사안은 무엇일까요.
경기 활성화
복지정책 강화
사회 갈등 완화
의료 공백 해결
정치 개혁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