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원자력] 햄버거병과 방사선/송범석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임연구원

입력 : ㅣ 수정 : 2017-07-31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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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의 여자 아이가 ‘용혈성요독증후군’(HUS)이라는 병으로 신장 기능의 90%가 손상돼 투석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알려졌다. 환자 가족들이 추정하는 원인이 햄버거로 알려지면서 주부들 사이에서 ‘햄버거 포비아’가 확산되고 있다.
송범석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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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범석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임연구원

HUS는 1982년 미국 오리건주와 미시간주에서 발생한 집단 식중독 사건으로 처음 알려졌다. 덜 익힌 패티가 들어 있는 햄버거를 먹은 아이들이 장출혈성 대장균에 감염돼 집단 식중독에 걸린 것으로 밝혀졌다.

1993년 미국 여러 지역에서 475명 이상이 이 균에 의한 식중독 증세를 나타냈고 3명의 어린이가 목숨을 잃었다.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은 6~9월에 덜 익혀 갈아 만든 소고기처럼 오염된 식품을 섭취했을 때 걸리기 쉽고 감염된 환자들 중 약 5.4%가 HUS로 발전한다.

이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1997년 적색육에 대해 적절한 선량의 방사선으로 조사(照射) 처리하는 것을 승인했다. 이후 미국 내 주요 육가공제품 생산업체들은 간 쇠고기와 햄버거 패티를 조사 처리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식품 조사 처리는 살균과 살충, 저장 기간 연장 등을 위해 적절한 양의 엑스선, 전자선, 감마선 등 이온화 방사선을 일정 시간 쪼여 주는 공정이다. 현재 50여개 국가에서 이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식량농업기구(FAO), 국제원자력기구(IAEA), 국제식품안전센터 등 국제기구와 미국 FDA 등에서 50년 이상 광범위하고 철저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안전성을 확인했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용하는 조사 처리가 가능한 식품의 종류는 총 28종이다. 2015년 기준 153t의 식품이 국내에서 조사 처리됐다. 이들 대부분은 건조 채소, 건조 향신료, 인삼 등이며 식육에 대해서는 아직 허용되지 않았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여파로 많은 사람이 방사능 오염 식품과 조사 처리 식품을 혼동한다. 방사능 물질에 오염된 식품은 섭취 시 방사선에 의해 인체 장기가 손상을 입을 수 있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엑스선과 감마선은 빛과 같은 전자기파의 한 종류로, 조사 처리한 뒤 100만분의1초 내에 사라지기 때문에 식품에 전혀 남지 않아 조사 처리 식품은 인체에 무해하다.

식품 조사 처리가 모든 위생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열쇠는 아니다. 조사 처리 대상 식품들은 기본적으로 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을 준수해 제조돼야 하며, 조사 처리 후 표시기준을 준수해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줘야 한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햄버거 패티 내부에 있는 병원균을 효과적으로 살균 처리할 수 있는 식품 조사 처리 기술의 활용 확대에 대해 신중히 검토할 시점이다.
2017-08-01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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