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길섶에서] 목소리 ‘저장’/김균미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목소리 ‘저장’/김균미 수석논설위원

김균미 기자
입력 2017-07-24 20:58
업데이트 2017-07-24 22:05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몇 해 전 아버지 팔순을 앞두고 어떤 선물이 좋을지 회사 선배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부모님과 내가 보관하고 있는 사진들 중에서 골라 디지털 앨범으로 제작해 드리는 건 어떠냐고 했다. 색바랜 부모님 사진을 정리하다 보면 가족의 소중함이 절로 느껴진다고. 좋은 생각이다 싶어 그래야지 해놓고는 이래저래 미루다 결국 못 했다. 사진을 디지털로 전환해 주는 서비스가 꽤 인기라고 한다. 자리도 많이 차지하는 데다 잃어버리기 십상이니까.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들을 보다 문득 “부모님 목소리가 생각이 안 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동영상 하나 제대로 찍어 놓은 게 없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동영상 촬영도, 녹음도 버튼만 누르면 끝인 세상에. 이 나이에 무슨 사진이냐며 손사래 치시는 어르신들. 사진 대신 휴대전화의 음성 녹음 버튼을 눌러 옆에 놔둔다. 세상 돌아가는 얘기며, 잔소리며, 일상의 소리를 저장한다. 소형 녹음기에서 흘러나오는 10여년 전의 딸아이 노랫소리를 들으며 미소 짓듯 10년 뒤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시는 부모님 목소리를 들으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2017-07-25 31면

많이 본 뉴스

의료공백 해법, 지금 선택은?
심각한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을 강행하는 정부와 정책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회적 협의체를 만들어 대화를 시작한다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고 대화한다
정부가 전공의 처벌 절차부터 중단한다
의료계가 사직을 유예하고 대화에 나선다
광고삭제
위로